기후변화 대응 기술 용어 개념의 특징과 상호 연관성에 대한 연구
Abstract
Technology has gained importance as the key means of tackling climate change. There is a plethora of technology terminologies that are being used in the policy-making and negotiation process at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levels in the issue area of climate change. A few examples include environmentally sound technology, green technology, climate technology, clean technology, low carbon technology, low/zero/negative emission technology, and appropriate technology. These terminologies coexist and overlap both conceptually and practically, but also differ in some ways. Accordingly, this paper attempts to investigate how these terminologies are similar and different through exploring their backgrounds, definitions, characteristics, and practical uses and analyzing the relationships amongst them. This paper sets an analytical framework with three conceptual pillars of sustainable development: environmental soundness, economic soundness, and social soundness. First, an analysis of whether each of the afore-mentioned seven terminologies conceptually holds the characteristics of environmental, economic, and social soundness is undertaken. The analytical results demonstrate the conceptual relationships among the terminologies. Secondly, this paper compares the afore-mentioned terminologies’ technology classification systems in Korea, and shows the core technology group of each terminology and the practical relationships among the terminologies. It concludes with policy and scholarly implications and future research ideas.
Keywords:
Climate Change, Technology Terminology, Environmentally Sound Technology, Technology Classification, Technology Concept1. 서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기술의 개발 및 이전에 대한 중요성은 크게 인식되어 왔으며, 이는 국제사회의 기후행동을 위한 유엔 기반의 제도에 잘 반영되어 왔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의 조항 제4.1(c)에 모든 당사국들은 에너지, 교통, 산업, 농업, 산림, 그리고 폐기물 관리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감축·방지하는 기술·관행·프로세스를 개발, 적용, 확산(이전 포함)하는 것을 증진하고 협력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UNFCCC, 1992, A4.1(c)). 이어,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KP, Kyoto Protocol)에는 선진국들의 의무에 신재생에너지, 이산화탄소 격리(sequestration) 기술, 그리고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친화기술의 연구, 증진, 개발 및 증대된 사용에 대한 정책 및 수단을 보다 이행하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KP, 1997, A2.1(a)(iv)). 교토의정서 하에서 모든 당사국들은 환경친화기술의 개발·적용·확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을 증진하는 데에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는다(KP, 1997, A10(c)). 이후, 2000년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발간한 ‘기술이전에 대한 방법론적·기술적 이슈’에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술혁신과 신속하고 광범위한 기술 이전 및 이행이 필요하다고 언급되어 있다(IPCC, 2000, p.3). 그리고,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의 근간이 되는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당사국들이 기술개발 및 이전에 대한 협력적 행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PA, 2015, A10.2).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며, 이러한 기술을 지칭하는 데에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술 용어들이 등장하고 활용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예만 들어도, 환경친화기술(environmentally sound technology),1) 환경·사회친화기술(environmentally and socially sound technology), 녹색기술(green technology), 기후기술(climate technology), 감축기술(mitigation technology), 적응기술(adaptation technology), 청정기술(clean technology), 저탄소기술(low carbon technology), 저배출기술(low emission technology), 제로배출기술(zero emission technology), 네거티브배출기술(negative emission technology), 이산화탄소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등이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신기술(new technology), 혁신기술(innovation technology), 신생기술(emerging technology), 범분야 기술(cross-cutting technology),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 내생적 기술(endogenous technology) 등이 관련 정책 및 협상 문건과 논의 상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국내 기후변화 대응 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협력 방향을 수립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만 보더라도, 2016년 기후변화대응기술 확보 로드맵을 수립하였고, 이는 10대 기후기술에 대한 관리 방안을 담고 있다(KPB, 2016). 여기에서는 기후기술이라는 표현이 활용되었고, 대분류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탄소저감 기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방지 및 최소화를 위한 목적의 ‘기후변화 적응 기술’, 그리고 온실가스를 재활용(연료 및 화학원료)하기 위한 목적의 ‘탄소활용 기술’ 용어가 등장하였다. 여기서 탄소활용 기술은 i) 온실가스 재활용을 위한 CO2 전환, ii) CO2 광물화, iii) 부생가스 전환 기술로 구성된다(Ibid.). 한편, 우리나라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 기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술혁신을 위해 10대 핵심기술을 발표하였는데(MSIT, 2021),2) 이를 통해 최근에는 ‘탄소중립 기술’ 용어가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동 논문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내·외 정책 및 논의에서 사용되는 기술용어의 다양한 접두사(prefix)에 주목하고자 한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논의 상에서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접두사들을 가진 기술용어들은 그 용어가 등장한 배경, 목적, 개념, 활용, 해당되는 기술군들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인 에너지 생산기술인 원자력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녹색기술’군에 속하지만(IMC, 2009),3)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후기술’ 더 나아가 ‘환경친화기술’에는 속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에 대해서, 이는 기후기술에 속하지만, 환경친화기술에 속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며, 더더군다나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해진 바 환경·사회 친화기술에 속하지 않는다.4)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정책·협상·논의에 있어 어떠한 기술용어를 활용하는 가는 기후변화 대응의 방향성, 목적성 그리고 해당되는 기술군을 염두하고 접근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현재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이 다양한 기술용어들은 개념적으로 또는 실제 활용되는 측면에서 서로 유사성·중복성 그리고 차이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용어들을 각기 분석하고 서로 비교하는 기존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부재하다. 이에, 동 논문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용어들에 대해서 각 용어가 가진 배경, 개념, 그리고 특징을 살펴보고, 이 기술용어들 간의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 2장에서는 기술용어들 간의 비교분석을 위해,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세 가지 축인 환경적 친화성, 경제적 친화성, 사회적 친화성을 분석틀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제 3장에서는 국내·외 기후변화 대응 제도 및 정책 논의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술용어인 i) 환경친화기술, ii) 녹색기술, iii) 저탄소기술, iv) 기후기술, v)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른 기술(저배출·제로배출·네거티브배출 기술), vi) 청정기술, 그리고 vii) 적정기술에 대해서 분석한다. 그리고, 이 기술들의 관계성을 종합해 본다. 그리고 제 4장에서는 우리나라 정책에서 각 기술용어들에 대한 기술 분류현황을 적용해 봄으로써, 세부기술의 분류 측면에서 기술용어들의 특징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 5장의 시사점과 함께 동 논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 분석틀
기술이란 무엇인가. 기술은 가장 일반적인 개념에서 보자면, “테크닉, 관리 접근법, 정보, 하드웨어”를 포괄한다(OECD, 1995, p.63). 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은 특정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실용적으로 적용된 지식으로, 이는 기술적 인공물(하드웨어, 기기)과 정보(소프트웨어, 생산 및 하드웨어 사용을 위한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오채운 외 2018, p.12).5) 기술이전의 요소에는 일곱 가지 사항이 포함되는데, i) 기기 및 장치의 판매, ii) 일반적인 과학기술 정보 교환, iii) 독점적 정보·특허·노하우의 판매 등을 포함한 협약, iv) 사업설계 연구 및 엔지니어링 컨설팅, v) 기술 지원(개도국 전문가 훈련 및 개도국으로의 전문가 파견 포함), vi) 양자 또는 다자 협약 하에서의 공장 건설, vii) 합작투자(joint venture)의 형태로 해외 직접 투자가 있다(OECD 1995, p.63).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기술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기술이 인간과 자연과의 연계점 또는 사람과 자원 간의 연계점이기 때문이다(Juma, 1994, p.141).6) 우리가 어떠한 기술을 사용하는 지 여부가 바로 사람과 자원 간의 관계성을 정의한다. 즉, 우리가 천연자원을 활용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존’의 기술적 접근법·수단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적 접근법과 수단을 활용한다면 이는 우리와 자원 간의 관계를 새롭게 재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Ibid.). 따라서, 기존의 환경오염 또는 환경착취를 일으키는 기술적 접근법·수단을 고수하는 대신에 환경친화기술, 저탄소기술, 청정기술 등에 내재된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수단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인간과 자원 간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적 접근법·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이유는 기술이 사람 하나하나가 모여 형성한 ‘사회’와 분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은 사회적으로 내재되어 있으며, 사회적인 전제조건들을 가지고 있다(Huber 2008, p.361).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지 기술 및 관련된 산업 운영방식은 두 가지 힘에 의해 조건화되고 조정된다. 첫 번째는 사회의 다양한 하부시스템들이 공동으로 연계되어 방향성을 가진 힘(co-related, co-directional impulses)이다. 이 하부시스템 중 핵심은 공공경영과 산업경영으로, 이는 경제(시장과 재정)와 법에 기반한다. 두 번째 힘은 정치, 여론, 지식기반, 가치, 라이프 스타일과 같은 형성적인 힘(formative impulse)이다(Ibid.). 따라서, 특정 기술 및 관련된 산업의 운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기존의 경제와 법 기반의 공공·산업 경영과 같은 하부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행위자들의 규범과 가치적인 측면의 변화 역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정 기술의 연구·개발·실증·도입·활용·확산에는 그 특정 기술 이면의 사회적 규범·가치·목적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사회적 규범·가치·목적성에 따라 특정 기술의 용어, 개념, 정의가 달라진다. 그리고 기술이 어떻게 개념화되는가는 그 기술에 포함되는 세부 기술과 세부 기술의 분류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과학)기술분류는 분류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과학기술활동의 세부 통계를 작성하고, 과학기술활동을 이해·파악·대응·제고하기 위한 수단이다. 과학기술활동의 분류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첫째는 국가 전체의 연구활동 현황과 방향성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고, 둘째는 학술연구 평가에서 최적의 평가자 선정에 필요하며, 셋째는 분산된 과학기술정책을 종합하기 위한 기초가 되며, 넷째는 새로운 분야가 과학기술분류에 반영되며 새로운 분야의 과학기술 지식의 진보를 장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Song and Sul, 1999).7) 따라서, 일반적인 과학기술분류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과학기술분류는 결국 특정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특정 과학기술 활동을 이해하고 대응하며 제고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기술분류는 이미 특정 ‘(과학)기술’에 대한 용어에 기반하여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가 이루어진다. 동 논문은 특정 기술용어에 대한 다양한 분류 현황과 체계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이 다양한 ‘기술용어’들 자체를 비교해 보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용어’들을 비교하는 연구는 부재한 상태이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기술’이 아닌 다른 분야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용어의 다양성에 따른 혼란은 기술 분야 뿐만이 아니라 ‘재원(finance)’ 분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도 녹색재원, 지속가능재원, 기후재원, 저탄소재원 등의 용어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이는 재원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중첩과 복잡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다만, 재원 분야에서는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을 토대로, 지속가능발전이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며, 다음으로 녹색재원, 기후재원으로 개념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에 기반해, 다양한 재원용어들을 개념화하고 구분하고 관계성을 설정한 연구가 있다(UNEP, 2016). UNEP은 기후변화 대응 재원용어에 대한 관계성을 Fig. 1과 같이 그리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은 1987년 유엔이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Report of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Our Common Future)에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할 역량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현재 세대가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발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UN, 1987, para 27). UNEP(2016)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크게 4개의 축인 환경, 사회, 경제, 그리고 거버넌스로 구분하고, 환경을 i) 기후변화 완화,8) ii) 기후변화 적응, iii) 여타 환경 요소로 세분화하였다. 이에, 기후변화 완화 부분을 ‘저탄소’,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포괄해 ‘기후’, 기후변화와 여타 환경 요소를 묶어 ‘녹색’, 환경 요소 전체와 사회를 묶어 ‘사회환경’, 그리고 환경·사회·경제·거버넌스를 묶어 ‘지속가능발전’으로 개념적 관계성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UNEP(2016)이 체계화한 도식도는 일반적인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과 거의 동일하나 조금은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접근법은 지속가능발전을 경제(경제성장), 환경(환경 보호), 그리고 사회(사회적 정의)의 세 가지 축으로 설정하고, 지속가능발전은 이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중심 또는 “지침축(guiding pole)”으로서 작용한다(Connelly 2007, p.263). 이 세 가지 축의 관계는 Campbell(1996)에 잘 드러나는데, 각각의 축이 인접한 축과 일련의 충돌이 발생한다. 첫째, 환경보호와 경제성장 간의 ‘자원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는 자연을 계속해서 착취하려는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섹터와 자연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규제를 가하려는 정부 간의 충돌을 의미한다. 둘째는 경제성장과 사회적 정의 간에 발생하는 ‘소유권 충돌’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발생하는데, 먼저 대상 상품·서비스가 시장에서 생산 및 거래하고자 하는 사적재와 정부개입이 필요한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경우에 발생한다. 다음으로, 이익추구에 기반한 비즈니스 섹터의 노동자 임금을 낮추고자 하는 경향과 생계를 유지하고 노동자원을 재생산하고자 임금을 높이고자 하는 노동자의 경향 간의 충돌이다. 셋째, 환경보호와 사회적 정의 간에는 ‘개발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는 환경보호를 위해 경제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국내·국제인 규제를 부과하고 상향하려는 경향과 경제성장을 통해 빈곤을 탈출하기 위한 경향 간의 충돌이다. 이는 다음의 Fig. 2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파리협정의 ‘기술개발 및 이전’에 대한 이행규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사국들이 협력해야 할 기술의 측면으로서 등장한 표현들인 환경적 친화성(environmental soundness), 경제적 친화성(economic viability), 그리고 사회적 친화성(social soundness)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이에, 동 논문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술의 고려 측면을 i)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적 친화성, ii) 경제성장을 고려한 경제적 친화성, iii) 사회적 정의를 위한 사회적 친화성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그리고, 환경적 친화성은 UNEP(2016)와 같이 기후완화, 기후적응, 그리고 여타 환경적 요소로 구분하는 것을 따르고자 한다. 이에, 동 논문에서는 환경과 관련되어 유엔기후변화협약 하에서 논의되는 국제협상 및 관련 정책 문건 그리고 IPCC 보고서 등에서 등장하는 기술용어로서 i) 환경친화기술, ii) 녹색기술, iii) 저탄소기술, iv) 기후기술, v)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른 기술, vi) 청정기술, 그리고 vii) 적정기술에 대해서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친화성 측면에서 각기 어떠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지 살펴보고, 이 기술들의 관계성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3. 분석
3.1 환경친화기술(Environmentally sound technology)
환경친화기술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과 연계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지속가능발전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으로 정의된다. 이는 미래 세대가 이용할 환경 자원을 자원의 자정 능력 안에서 활용하여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함을 의미한다(Imperatives, 1987, A27). 현재 세대의 개발 상한선은 i) 현재의 기술 수준, ii) 환경 자원에 대한 사회의 조직화(social organization on environmental resources), 그리고 iii) 생물권(biosphere)의 흡수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환경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을 가능하게끔 하는 환경친화기술의 역할이 크며,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환경친화기술의 개발과 확산이 필요하다(Ibid., A27, A65-69).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환경친화기술은 기술과 환경과의 관계에 있어서, 환경관리(environmental management)라는 목적성을 내포한 ‘기술’로 본다(Juma, 1994). 이 목적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환경친화기술은 친환경 제품의 생산 및 소비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친환경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가진 환경친화기술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환경친화기술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정의는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Earth Summit)에서 도출된 의결문인 아젠다 21에 서술되어 있다. “환경친화기술은 대체 기술에 비해 환경을 보호하고, 오염을 덜 시키고, 모든 자원을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발생 폐기물을 보다 많이 재활용하고, 잔여 폐기물을 보다 용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Ibid., para 34.1). 따라서, 환경친화기술은 환경 오염 측면에서 사전예방적으로 폐기물을 줄이거나 만들지 않는 공정·제품 기술을 의미하며, 또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후처리기술을 포함한다(Ibid., para 34.2). 환경친화기술은 단일 기술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며 노하우, 절차, 재화 및 용역, 설비 등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의미한다(Ibid., para 34.3). 다시 말해 환경친화기술은 사후처리기술,9) 공정관리,10) 주요 기술 변화, 제품 수정11)을 아우른다(UNIDO 2002, Annex III).
아젠다 21은 위와 같은 정의를 기반으로 환경친화기술의 개발·활용·이전을 위한 행동을 촉구한다. 환경친화기술을 도모하는 국제적 결의와 행동 촉구는 1992년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 4.5조에도 포함되었는데, “부속서 2에 포함된, 선진국과 그 밖의 선진 당사자들은 다른 당사자, 특히 개발도상국이 이 협약의 규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환경친화기술과 노하우의 이전 또는 이에 대한 접근을 적절히 증진·촉진하며, 그리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하기 위한 모든 실행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UNFCCC, 1992, A4.5). 2000년 도출된 IPCC 「기술이전에 있어서 방법론 및 기술적 이슈」 특별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이전의 촉진 및 강화의 대상을 환경친화기술로 설정했으며,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은 환경친화기술이어야 하며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IPCC, 2000). 이를 통해 환경친화기술은 환경 문제 중 기후변화 측면에 특화된 기술보다 개념적으로 더 포괄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환경친화기술과 관련한 국제적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환경친화기술을 지속가능발전의 이행수단과 목표로 포함했다 (UN, 2015, A41, Goal 9.4, 17.7).12)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도입 이후, 환경친화기술을 개도국으로 이전할 시 기술이 SDGs 이행과 달성에 끼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평가하기 위해 기술지속가능성평가(Sustainability Assessment of Technology)가 제안되기도 했다(UNEP, 2019, p.87-112).13) 이 정의에 따르면 환경친화기술에는 “친환경 공정 및 친환경 제품 제조 기술, 대기·수질·토양의 오염 저감 및 방지 기술, 생태계 복원, 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이 포함된다(Lee, 2008, p.16-17).
그렇다면 환경친화기술은 어떠한 기술이 포함될 수 있는가. 사실 환경친화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리스트는 없는데, 이는 환경친화기술의 상대성에 기인한다.14) 첫째, 한 국가에서 환경친화기술로 여겨진다고 해도 다른 국가에서도 환경친화기술로 간주되리라는 법은 없다. 즉, 특정 기술의 환경친화성은 해당 국가의 기술발전 수준과 환경 수준에 따라 케이스마다 평가되어야 한다(Verhoosel, 1997). 둘째, 환경친화기술에 기반한 제품의 경우 내구성이 더 높은데, 내구성이 높은 제품은 가볍고 짧은 수명의 제품보다 제품 생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는 내구성과 에너지 소모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되면 환경친화기술의 환경친화성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또한, 내구성을 가진 제품은 특정기술의 수명을 동결하는 반면, 내구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신규 기술은 제품 및 공정과정이 빈번하게 바뀔 때 보다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내구성이 높은 환경친화기술은 보다 혁신적으로 환경친화성이 높은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 기술로 변경이 용이하게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Ibid.). 셋째, 환경적으로 열등하지 않은 특정 기술이 사고로 인해 환경에 피해를 가했을 경우, 이 기술을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발생할 수 있다. 즉, 환경친화기술이라는 용어는 기술 사용의 위험 요소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Ibid., p.471). 넷째, 기술의 환경친화성은 진화하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현재의 환경친화기술이 시간이 지난 이후에 상대적 오염기술(dirty technology)로 평가될 수도 있다(Less and McMillan, 2005 p.7).
환경친화기술이 지속가능발전 개념과 맞물려 등장하면서 이후 등장하는 주요 국제환경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 및 국제제도 주요 문서에서는 환경친화기술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분야에서, 환경친화기술 용어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제4.5조에서는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기술개발 및 이전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에 환경친화기술이 활용된다(UNFCCC, 1992, A4.5). 또한 서론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교토의정서 하에, 선진국의 환경친화기술의 연구 개발 및 사용을 위한 정책·수단 이행 의무와 모든 당사국들의 환경친화기술의 개발·적용·확산을 위한 효과적 방법론 증진을 위한 협력 의무가 명시되었다(KP, 1997, A2.1(a)(iv), A10(c)). 그리고,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파리협정 협상 시 환경친화기술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제4.5조에 기반해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기술지원 의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개도국이 주장한 근거로 빈번히 등장하였다. 그리고, 2018년 12월 도출된 파리협정 이행규칙인 ‘기술 프레임워크’에서 ‘사회·환경 친화기술(socially and environmentally sound technologies)’이란 표현으로 등장하고 있다(UNFCCC, 2018, Annex paras 12(e) and 13). 이는, 국제사회에서 환경친화기술 용어의 사용 시 세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첫째는 이 용어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기술지원에 대한 ‘의무’를 논의할 때 주로 개도국이 사용한다는 점이며, 둘째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제공해야 하는 기술이 ‘환경 친화성’를 가져야 한다는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며, 세 번째로는 환경 친화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기술평가의 주체는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도국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환경친화기술에 대해 지속가능발전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동 기술용어는 환경적 친화성 측면에서 주로 정의와 개념을 언급하고 있으며, 경제적 건전성 및 사회적 건전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파리협정 이행규칙을 논의하는 협상회의에서 환경친화기술이라는 표현을 활용할 때, 기술의 접두사로 사회적 친화성(socially sound)과 경제적 친화성(economically sound 또는 economically viable)이라는 표현들이 별도로 사용된 바, 환경친화기술은 경제적 및 사회적 친화성과의 접점은 별개라고 볼 수 있다. 특정 환경친화기술이 그 해당 사회 및 그 해당 시기에 따라 환경친화기술로 정의 또는 분류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는 사회적 건전성에 대해서 약간의 접점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다.15)
3.2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
녹색기술이라는 용어는 녹색성장(green growth) 또는 녹색경제(green economy)라는 개념과 연계되어, 녹색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개념에 근간을 두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수립하고, 이어 녹색성장위원회를 설립하고 「녹색성장 국가전략」, 「녹색성장 5개년 계획」,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에너지 기본계획」 등을 수립했다(GGC, 2009; IMC, 2019; IMC, 2016; MOTIE, 2014).16)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명시된 녹색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등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으로 정의된다(KLIC, 2020, Chapter 1 A2.2). 즉, 녹색성장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 상충하는 관계가 아니라 양자가 선순환 구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윈-윈 관계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윈-윈 관계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통해 자원이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이를 다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순환구조를 이루어간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사용, 청정에너지 및 생산기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생태효율성과 탄소집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성장 방식을 의미하며 이러한 성장의 동력이 녹색기술에 있다고 보고 있다(Yoon, 2009).
녹색기술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광의의 정의로서의 녹색기술은 “경제 발전을 지원하면서 환경 지속성을 고려하는 광의의 기술적 트렌드”로서, 에너지 관련 기술과 환경 관련 기술이 있다(Lee, 2008, pp.14-15). 좀 더 구체적인 정의를 보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녹색기술은 “온실가스 감축기술, 에너지 이용 효율화 기술, 청정생산기술, 청정에너지 기술, 자원순환 및 친환경 기술(관련 융합기술을 포함한다) 등 사회·경제 활동의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명시되어 있다(KLIC, 2020, Chapter 1, A2.3). 이러한 정의에 기반하면, 녹색기술은 i) 대체 에너지 기술, ii) 고효율화 기술, 그리고 iii) 환경친화기술을 모두 아우른다(KISTEP, 2008; Lee, 2008). 이들을 각각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대체 에너지 기술은 “산업활동에 투입되는 기존의 에너지와 자원을 대체하여 자원고갈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음으로 고효율화 기술은 “산업활동의 공정개선 및 효율 향상을 통해 동일한 생산량을 얻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감소시킴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친화기술은 “환경오염 물질이 생태계로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며, 이미 배출된 것은 복원하고 재처리하는 기술”이다(Jang, 2008, p.12). 2009년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11개 부처가 제출한 녹색기술 연구개발 종합대책은 녹색기술의 영역을 “경제성장과 환경지속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설정”하여 위 정의를 확장했다(IMC, 2009, p.2). 이러한 맥락에서 대체 에너지 기술, 고효율화 기술, 환경친화기술 외에도 배출된 환경오염물질과 생태계의 변화를 감시·계측, 분석·실험 등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미래 환경변화를 예측하여 향후 발생할 다양한 영향을 사전적으로 평가하는 ‘예측기술’과 저탄소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지식기반 산업 기술’을 녹색기술로 포함 시켰다(IMC, 2009, p.4). 동 문서는 녹색기술을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에 기여하여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선순환되는 녹색성장의 전략적 구심점”으로 이해하여 녹색기술의 지속가능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에 주목했다(IMC, 2009, p.2). 때문에, 우리 정부의 녹색기술 연구개발 3대 목표는 녹색 과학기술역량, 녹색 산업경쟁력, 환경지속성으로 구성되어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의 균형을 이룬다(Ibid.).
정리하면, 녹색기술은 환경적 친화성에 집중하는 환경친화기술을 포함하고, 환경친화기술 뿐만 아니라 대체 에너지 기술, 고효율화 기술, 그리고 더 나아가 관련 예측기술과 지식기반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녹색기술이 경제성장과 환경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녹색성장·녹색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환경 친화성 뿐만 아니라 경제적 친화성이 녹아든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색기술의 단기·중기·장기 경제성, 시장 접근성, 시장전망, 공공성에 따라 분류하고 각 분류에 적합한 기술별 투자전략을 수립하여 경제성과 환경성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Ibid.). 그러나, 우리나라 세대간 형펑성이 낮고 또한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낮은 원자력 발전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Ibid.), 사회적 친화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17)
3.3 저탄소 기술(Low carbon technology)
저탄소 기술은 2000년대 부상한 저탄소 경제 이념과 함께 등장하여, 저탄소 발전과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IPCC 특별보고서에서도 저탄소 기술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동 보고서에 따르면 저탄소 발전(low carbon development)은 사회경제학적 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정책과 전략으로 정의된다 (Pigato et al., 2020). 이 정의에서 주목할 점은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논의에서 ‘적응’이 아닌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속에서 선진국은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을 검토하며 저탄소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특히, 영국과 일본은 저탄소 에너지 기술에 주력하여 에너지 수요·공급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했다(DTI, 2003; NIES, 2008).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 에너지 수요 관리 기술, 에너지 저장 기술, 전기차를 비롯한 저탄소 교통기술, 천연가스·원자력·재생에너지 기술, 수소 기술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NIES, 2008). 저탄소 기술을 통해 경제·사회의 전환을 목표했기 때문에 저탄소 기술의 경제성 또한 고려되었다. 기술개발 비용과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의 비용적 측면과 일자리 창출, 에너지 비용 절약 등의 편익이 고려됐다. 앞서 언급된 기술 외에도 저탄소 기술은 풍력 에너지, 태양 에너지, 건축/산업/자동차/난방·냉방/조명/설비에 활용되는 에너지 효율 기술을 포함한다(Pigato et al. 2020). 덧붙여, 기존 산업 기술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storage) 기술이 저탄소기술에 포함되어 논의되고 있다(Pigato et al., 2020, p.63; Barron and McJeon, 2015). 이에, 저탄소 화석 전환 기술(low carbon fossil conversion technologies)이라는 명칭이 붙기도 한다(Ghoniem, 2011).18) 또한, 원자력 기술 역시 저탄소 기술에 포함되어 논의되었다(Ibid.).
저탄소 기술은 그 용어에 내포된 바와 같이 탄소집약기술(carbon-intensive technology)에 비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기술로서, 탄소집약기술과 비교해 다음의 아홉 가지 특징을 가진다. 이는 i) 저배출 강도, ii) 경제시스템 내 복잡성, iii) 목적과 적용 분야 및 기술의 다양성과 이질성, iv) 높은 초기 비용, v) 기존 기업과 기술과의 심한 경쟁, vi) 자연자원에 대한 의존성, vii) 다자금융사업 접근성, viii) 지식 스필오버, ix) 기술확산을 위해 공공정책에 대한 의존성이다(Pigato et al., 2020, p.8).
이를 종합하면, 저탄소 기술은 기존기술보다 적게 탄소를 배출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성을 가진 기술로서, 환경적 건전성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저탄소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의 측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IPCC는 방법론 보고서(The 2006 IPCC Guidelines for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를 통해 탄소 배출요인(emission factor)과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를 제시하여 저탄소 기술의 탄소배출 감축 효과 및 기후변화 완화 기여도의 측정을 용이하게 한다(Garg et al., 2006). 이러한 배출요인 및 지구온난화지수를 토대로, IPCC 평가 보고서는 저탄소 기술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왔다. IPCC 제4차 평가 보고서는 저탄소 기술의 개발 및 확산이 탄소 감축 잠재성를 비롯한 긍정적 효과 및 영향력에 주목했다. 그런데, IPCC 제5차 보고서에서는 저탄소 기술의 발전이 에너지 소비·생산·가격에 영향을 미치고(예: 에너지 가격 하락), 이는 오히려 에너지 수요를 증가시켜 탄소배출 감축의 효과를 낮추거나 혹은 탄소배출 증가 가능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측면을 평가하였다(IPCC, 2014c, p.98, 249-250, 567, 707-708). 그리고, 저탄소 기술은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저탄소 기술을 통한 경제성장 역시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친화성을 갖는다. 그러나, 저탄소 기술 역시 원자력 기술을 포함하고 있는 바, 이는 사회적 친화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3.4 기후 기술(Climate Technology)
기후기술은 유엔기후변화협약 하에서 교토의정서에 기반한 교토체제 이후 신기후체제에 대한 제도 설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 용어이다. 사실, 1992년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제4.5조에는 기후기술이 아니라 환경친화기술(EST)이 명시되어 있다. 교토의정서에서도 환경친화기술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그러나,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는 환경친화기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파리협정에 대한 문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제4.5조를 언급하며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기술지원 의무를 강조하였는데, 이 제4.5조에 포함된 환경친화기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협약 제4.5조와의 연계성을 넣고자 하였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파리협정은 유엔기후변화협약과 별개의 제도임을 강조하면서 환경친화기술이라는 일련의 가치가 내재된 표현이 아니라 기후기술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쓰자고 주장하였다. 그 결과, 파리협정에서는 “완화와 적응 행동의 이행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the implementation of mitigation and adaptation actions)”이란 표현이 활용되었다(PA, 2015, A10.2).
기후기술은 유엔기후변화협약 하의 기술집행위원회(TEC)의 정의 따르면,19) 기후기술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또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어떠한 기기, 테크닉, 실용적 지식 또는 스킬”로 정의된다(UNFCCC, 2015, p.2; TEC, 2017, p.6).20) 즉 기후기술은 감축기술과 적응기술로 구성된다. 기후기술을 감축기술과 적응기술로 구분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와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행동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완화란 “온실가스의 저장을 증대하거나 온실가스의 근원을 줄이는 인간의 개입”을 의미한다(IPCC, 2014a, p.125).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은 “예견되거나 실재하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자연과 인간 생태계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행동과 조치”를 의미한다(IPCC 2007b, p.76). 기술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측면 모두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 하는 기술을 기후기술이라 한다. 여기서, 감축기술(mitigation technology)은 온실가스의 감축을 목적으로 기후변화 완화를 지향하는 기술로, 저배출기술(low emission technology)과 제로배출기술(zero emission technology),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저탄소기술(low carbon technology), 대기 중 탄소를 포집 후 영구 격리시켜 제거하는 네거티브배출기술(negative emission technology)을 포함한다(TEC 2018).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기술(adaptation technology)은 기후변화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적응하여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자연과 인간 생태계의 취약성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런데, 적응기술은 목적과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감축기술과 다르다. 첫째,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확산하는 감축기술과 달리 적응기술은 개념이 새로울 뿐 기존에 해오던 리스크 대응 기술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Christiansen et al., 2011). 때문에, 기후변화 적응 행동과 지속가능발전의 이행 행동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일례로 오랫동안 인류 개발목표의 일환으로 이뤄졌던 수질관리, 말라리아 퇴치 노력 모두 기후변화 요소를 고려하여 변화할 환경에 대한 고려가 이뤄진다면 기후변화 적응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Ibid.). 둘째, 에너지 부문에 치중된 감축기술에 비해 적응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고 적용될 수 있다(Ibid.). 셋째, 적응기술은 취약성(vulnerability) 파악부터 시작한다(Ibid.). 넷째, 규모를 키우는 것이 비용적으로 유리하고 효과적인 감축기술과 달리 적응기술은 각 맥락에 적합한 적응이 필요해 소규모의 기술 적용이 선호될 수 있다(Ibid.). 다섯째, 기술의 효과성과 투자 가치의 선정이 비교적 용이한 감축기술에 비해 적응기술의 효과성과 투자가치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산정할 수 없으며 확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Ibid.).
최근 기후기술 논의에서 주목할 점을 몇 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논의하는 감축기술은 명확히 얘기하면 온실가스의 감축(reduction) 기술이고, 이는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편의상 감축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경향성이 있다. 둘째, 기후기술을 구성하고 있는 감축기술과 적응기술의 관계성에 대한 사항이다. 감축기술 개발 및 활용이 지연되어 기온을 1.5 ∼ 2℃로 제한하는데 실패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경우,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적응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Barrett, 2009). 이러한 측면에서, 기후변화 적응 가능성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완화 노력의 인센티브를 저하한다는 시각도 있다(Ibid.). 셋째, 기후기술은 감축기술과 적응기술로 구분이 되고 있으나, 파리협정에서 기후변화 적응과 기후변화에 대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가 분리됨에 따라, 손실과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에 대한 접근이 유엔기후변화협약 하에서 이루어지기는 하였다.21) 다만 이는 해안지역에서 손실과 피해를 회피·최소화·해결하기 위한 기술에 한정되어 있다(TEC, 2020). 또한, 동 예시에서와 같이, 손실과 피해 해결 기술이 적응기술과 어떻게 구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항은 추후 고려의 대상이다. 넷째, 기후기술과 정책 간의 관계성으로, 기후기술, 특히 감축기술은 가장 혁신이 더딘 부문인 전력과 건축 분야에서의 혁신적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Grubb, 2004). 혁신적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정부는 기술 연구개발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효과적인 특허 시스템 등의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운영하여 혁신을 효과적으로 보상하고 장려해야 한다(Ibid.). 온실가스의 감축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감축 기술은 시장견인 효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감축 기술이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극복하고 규모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주기를 단계별로 접근하여 각 단계에 적합한 기술 투자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Ibid.).22) 특히, 기술 실증 단계에서 민간 투자자를 참여시키는 시장참여 프로그램, 상용화 이전 단계에서 시장을 구축하는 전략적 전개 정책, 이후 단계에서 기술의 전개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 기술에 유리한 규제적·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정책 등이 있다(Ibid.). 다섯째, 기후기술의 분류에 대한 사항이다. 기존 국내에서 개발된 “기후변화대응 6대 핵심기술”, “10대 기후기술” 등 기술개발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한 분류체계가 있으나, 국제사회에서 다루고 있는 포괄적인 범위의 기후기술의 개발 및 진행상황을 비교・관리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넓은 범위의 개념이 활용되어야 하고, 기술개발의 개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기술 범위는 유동적이다. 다만 기후기술의 특성과 관련해서는 Boucher et al.(2014)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목적성(intent), 규모 및 집중도(scale & intensity), 글로벌 공공성 및 간접적 효과, 자연성(naturalness), 영속성(permanency), 신속성(rapidity), 변화유인도(leverage) 등의 개념을 포괄하여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의 경우 감축, 적응, 감축·적응 융복합의 대분류로 구성된 국가기후기술분류체계(CTC)를 토대로 분석하고 있다(CTis, 2021).
이를 종합하면, 기후기술은 기후변화 대응 즉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기술로 환경적 친화성 측면에 치중되어 있다. 즉, 기후기술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용어의 ‘중립성’이 강조되는 국제사회의 논의 현황 속에서 등장한 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측면이 강조되었고, 경제적 및 사회경제적 친화성 측면은 배재된 표현이라고 불 수 있다. 이에 기후기술에 대한 분류체계를 제시하는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차원의 기후기술 분류업무와 관계된 유엔환경계획(UNEP)-덴마크기술대학(DTU) 파트너쉽이 제시하는 기후기술분류체계 하에서는 원자력 기술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7년 수립한 ‘글로벌 기후기술협력 촉진을 위한 「기후기술 분류체계」’ 에는 원자력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23)
3.5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른 기술
앞서 기후기술에 대한 논의 속에서 추가적으로 등장한 용어들이 바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배출 수준에 따라 분류한 기술 용어들이다. 여기에는 저배출기술(low emission technology), 제로배출기술(zero-emission technology), 네거티브 배출기술(NET, negative emission technology)이 있다.
저배출기술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기술을 의미하며, 제로 배출이 어려운 분야에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제로배출기술의 대규모 활용 이전에 배출 수준을 줄이기 위해 활용된다(TEC, 2018). 즉, 순무배출(탄소중립) 목표를 산정한다고 하더라도, 저배출 기술은 제로 배출이 어려운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완화하고 네거티브 배출의 대규모 전개 이전에 배출 수준을 저감하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항공 분야에서는 항공기의 추진엔진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터보팬 엔진의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저배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Ranasinghe et al., 2019).
제로배출기술은 “기술의 운영(operation) 시 온실가스를 제로 또는 아주 무시할 정도로만 배출하는 기술”로 정의된다(TEC, 2018, p.2). 여기에 포함되는 신규 기술로는 재생에너지 기술이 포함될 수도 있고, 또한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을 촉진하는 소프트 기술(soft technologies)을 포함할 수도 있다. 제로배출기술을 정의하고 특정 기술을 분류하고자 할 때, 기술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까지 제로배출기술의 개념화에 포함한다면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Ibid.).
한편, 네거티브배출기술은 “대기중으로부터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기술”이다(Ibid., p.2). 네거티브배출기술에 속하는 기술은 매우 다양할 수 있는데, IPCC 제5차 평가 보고서에 기반한 6개 네거티브배출기술로는 i) 조림 & 재조림 기술, ii) 토지 관리, iii) 강화된 풍화작용(accelerated weathering), iv) 해양비옥화(ocean fertilization), v) 바이오에너지-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Bioenergy with CCS), vi) 직접대기포획저장(DACCS, direct air capture of CO2 with CCS)이 있다(IPCC, 2013, pp.546-551; IPCC, 2014c, pp.485-486). 네거티브배출기술의 분류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세 가지 방식이 존재하는데, i) 하나는 대기중 온실가스 포집 방식이 직접적인지 또는 간접적인지 여부이며, ii) 다른 하나는 저장 방식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며, iii) 또 다른 하나는 기술 기반 접근법인지 또는 토지 기반 접근법인지의 여부이다(McLaren, 2012). 그리고 네거티브배출기술의 평가기준은 i) 탄소 제거 기술적 역량 및 규모화(Technical capacity and scalability), ii) 제어 능력(controllability), iii) 측정 가능 여부(Accountability), iv) 부작용(Side effects), v) 에너지 필요(Energy requirement), vi) 기술상태(status), vii) 비용(cost), viii) 정의(분배 및 절차적 정의) ix) 기술에 대한 대중적 이해 및 인식이다(Ibid).
그런데, 네거티브배출기술은 이산화탄소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온실가스제거(Greenhouse Gas Removal) 등의 용어와 교차사용되고 있다(IPCC, 2014c, p.485; McGlashan et al., 2012; McLaren, 2012). 이중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제거(CDR)는 “(1) 탄소의 자연저장을 늘리거나, (2)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줄일 목적으로 화학공학을 활용하여 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대기중의 탄소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목적을 가진 테크닉들을 종합하여 가리키는” 접근법을 의미한다(IPCC, 2014b, p. 119). 간단한 정의로는 CDR은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격리·제거하는 기술, 행위, 접근법의 집합”을 의미한다(Smith et al., 2017). 따라서 CDR은 기술용어라기 보다는 일련의 접근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IPCC에서 네거티브배출기술 또는 CDR 접근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탄소배출허용총량(carbon budget)의 일시적인 초과, 임계온도 등의 오버슛(overshoot)을 관리하고 (Smith et al. 2017), 고비용,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탈탄소화가 불가한 영역에서 배출되는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는 수단으로서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Davis et al. 2018). IPCC 정의에 기반하여 네거티브배출기술(NET)과 CDR 접근법을 구분하자면, NET는 보다 좁은 의미에서 ‘기술’을 특정하고 CDR은 보다 포괄적인 ‘접근법’을 가리킨다고 이해할 수 있다.24) 공통적으로는 ‘대기중’으로부터 온실가스를 ‘제거(removal)’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NET와 CDR은 온실가스의 감축(reduction)이 아닌 제거(removal)에 활용된다.
종합하면, 배출수준에 따른 기술인 i) 저배출기술, ii) 제로배출기술, iii) 네거티브 배출기술은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목적성을 가진 기술로, 즉 기후변화 완화 대응에 치중하는 기술로 환경적 친화성을 담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네거티브배출기술(더 나아가 CDR 접근법)가 환경적 친화성을 담보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도 존재한다. 그 이유는 다수의 미성숙한 기술을 포함한 네거티브배출기술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제거의 효과성과 환경적 친화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배출기술의 궁극적 목적은 기후변화 완화이기 때문에 환경적인 기능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으나, 이는 이산화탄소 제거 이외의 측면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큰 대기 중 직접포집(DACCS)과 강화된 풍화작용, 토지 이용이 큰 토지 기반의 NET 기술, 수자원 수요가 큰 바이오에너지탄소포집(BECCS) 기술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자원에 대한 경쟁을 일으켜 다른 완화 옵션에 부차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Smith et al., 2016; Fuhrman et al., 2020). 또한, 네거티브배출기술은 생태다양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양 비옥화 기술의 경우, 관련 연구에서 아직까지 해양생태계에 끼치는 큰 악영향이 보고된 바 없지만 이는 연구의 제한적 환경에 기인한 제약 때문이며 실제로 요구되는 규모로 진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Minx et al., 2018).25) 또한, 강화된 풍화작용은 토지와 녹지를 광산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태계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해칠 수 있으며 광산이 관리되지 않을 시 인근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Edwards et al., 2017). 또한, CDR과 에너지의 상관관계는 검토가 필요하다. 에너지 수요가 큰 CDR 옵션의 경우, CDR 접근법을 활용할 때 투입되어야 하는 에너지원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과 CDR의 추가적인 수요로 인한 에너지 자원 경쟁이 끼칠 수 있는 부차적인 효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Creutzig et al., 2019). 이는 네거티브배출기술과 CDR 접근법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대응 기술이기는 하나, 환경적 친화성이 있다고 보는 데에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또한, 네거티브배출기술과 CDR 접근법이 명확히 감축기술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질 수 있다. IPCC 제5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CDR·네거티브배출기술과 기후변화 완화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IPCC 2014b, p.119). 특히, 몇몇 네거티브배출기술과 CDR 접근법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적응기술로 이해되기도 한다(Boucher et al. 2014). 또한, CDR·네거티브배출기술을 기후기술 분류에 있어서 기후변화 완화기술 및 적응기술 외에 별도의 기술군으로 놓아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Ibid.).
종합하면, 저배출기술과 제로배출기술, 네거티브배출기술·CDR 접근법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감축기술에 분류되고, 환경적 친화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용어들은 앞서 언급된 ‘기후기술’에서 세분화되어 파생되었으므로, 경제적 및 사회적 친화성은 배제된 용어로서 이해될 수 있다.
3.6 청정 기술(Clean·Cleaner Technology)
기후변화협상 및 정책 논의에서 등장한 또 다른 용어는 바로 청정기술이다. 청정기술에 대한 개념·정의에 대한 접근법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접근법으로 구분지어 살펴보도록 하겠다.26)
첫째, 산업공정의 ‘환경성’ 측면에서 청정기술을 접근한다. 즉, 청정기술은 보다 청정한(cleaner) 생산을 위해 전 생산과정에서 폐기물 및 오염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Clayton et al., 2014, p.10-11). 이는 기존의 오염물 처리방법에 대한 반발에서 도출된 새로운 시도다. 기존의 오염물 처리방법은 사후처리기술을 말하는데, 사후처리기술은 환경오염을 발생시킨 후 처리한다는 점에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해석과 사후처리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반발이 있었다(Ibid., p.1). 또한, 1990년대 들어 전통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인식되던 산업 활동 외에도 교통과 농업 등 전반전인 인간의 경제 활동과 모든 생산주기가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극명해졌고 자원의 희소성 또한 부각됐다(Ibid., p.10-11). 따라서, 청정기술은 단일 기술이 아닌 시스템적 변화를 포괄한다. 즉, 청정기술은 원자재의 투입량을 줄이는 공정방법, 고위험 원자재를 저위험 원자재로 대체하는 공정방법, 폐기물량이나 폐기물의 유독성을 줄이는 공정방법과 운영체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공정에너지통합을 아우른다(Ibid., p.14).
둘째, 공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청정기술을 접근한다. 청정기술은 생산공정에서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폐기물 최소 발생을 고려한 기술로서 사후처리 과정이 불필요하며 보다 환경적인 해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청정기술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사후처리공정의 제외를 통해 경제성을 갖춘다(Clayton et al. 2014, p.1-2). 이러한 측면에서 청정기술을 환경성과 경제성 간의 충돌에 대한 해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공정의 효율을 부각시킨 청정기술은 기술의 직접적인 환경 영향만을 고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과 산업사회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간접적인 환경 영향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산업생태학(industrial ecology)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Dewulf and Langenhove, 2005).
이러한 상이한 접근법에도 불구하고, 청정기술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들이 존재한다. 청정기술은 “대체재보다 적은 자원을 이용하고 적은 환경 훼손을 유발하여 인간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술로 정의되기도 한다(Clift, 1995, p.321).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청정생산기술을 “제품의 설계·생산공정 등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한 기술과 녹색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로 정의한다(KLIC, 2011). 그런데, 청정기술로 정의되는 데에 필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정기술은 i) 경제성을 갖춰야 하며, ii) 자원 활용과 환경 훼손을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평가해야 하며, iii) 특정 제품의 생산과 공정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이익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며, iv) 폐기물 최소화와 오염 방지를 포함한다(Ibid.). 전과정평가는 원자재의 추출, 제조 및 공정, 수송 및 유통, 사용·재활용·폐기까지 전생애에 걸친 환경 영향을 평가하여 제조자에게 제조와 공정 뿐만 아니라 제조 이전과 제조 이후의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게끔 한다(Ibid.). 따라서, 전과정평가는 청정기술을 정의내리는 데에 있어 매우 핵심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과정평가 상에서 저배출 기술 그리고 저-폐기물 기술은 청정기술로 분류가 되는 것으로도 이해된다(Juma, 1994, p.138).
따라서, 청정기술은 환경적 친화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전과정평가 상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제적 친화성을 일부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지어지고 설립된 산업공정 내에서 접근되는 기술이므로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탄소포집 기술이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은 지중저장 또는 해양저장이 별도로 이루어지므로 저장 장소 근처의 주민들의 사회적 수용성이 낮으나, 탄소포집활용(CCU, 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은 이미 설립된 산업공정 내에서 파생된 부생가스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이미 기존의 발전소에 고용이라든지 또는 추가적인 운영에 따른 여타 기회를 희망하는 주민들은 주민 커뮤니티 차원의 수용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Jones et al., 2017, p.9). 물론, 이것만으로 청정기술이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서 접근한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3.7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
개도국에 대한 기술지원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협상 과정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용어는 바로 적정기술이다. 적정기술은 1970년대에 E.F. Schumacher에 의해서 등장한 개념이다. 1960년대의 산업발전에 기인한 선진국 내 환경문제 심화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원조(aid)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개도국 내 빈곤은 선진국의 산업발전 경로와 기술의 도입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켰으며 반-기술(anti-technology) 정서를 야기했다(Pursell, 1993). Schumacher는 원조 실패의 원인을 개도국의 수요와 역량에 부합하지 않은 기술 적용으로 꼽았으며, 개도국의 토착기술과 선진국의 거대기술 사이에 “중간기술”을 제안했다(홍성욱 2011). Schumacher의 중간기술은 비주류 경제학자, 대안활동가, 시민운동가와 함께 발전하여 넓은 의미의 적정기술 개념이 도래했다(Leonard, 2018).
적정기술은 국가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가적 측면에서 적정기술은 선진국의 인프라와 산업역량 수준에 기반한 기술과 달리 저소득국의 열악한 인프라와 역량에 부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Kaplinsky, 2011). 둘째, 사회적 측면에서 적정기술은 자본집약적인 대규모 기술에서 벗어나 노동집약적인 소규모 기술을 지향한다(Kaplinsky, 2018). 이를 통해 적정기술은 저소득국에 풍부한 노동자원을 활용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빈곤 탈출을 계획한다(Leonard, 2018). 셋째, 경제적 측면에서 적정기술은 고소득국과 고소득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생산품이 아닌 저소득국과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Kaplinsky, 2018). 넷째, 환경적 측면에서 적정기술은 대규모 생산에서 소규모 생산으로의 전환, 현지 원자재 활용,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기술이 현지 환경에 끼치는 영향 고려를 통해 기술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Ibid.). 이를 종합하면, 적정기술은 “1) 거의 모든 사람이 값싸게 접근 가능하며, 2) 쉽게 유지 및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며, 3) 소규모로도 적용가능하며, 4) 인간의 창조성을 위한 필요에 호환이 가능하며(즉 혁신이 가능하며), 5) 환경에 대한 인식하에 독학이 가능한(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술로 정의된다(Pursell, 1993, p.632).
오늘날 적정기술은 개도국 대상 기술지원 차원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활용된다. 이는 기존의 기술지원이 원조국에서 유용성 있는 기술이 다른 환경을 가진 수혜국에서 무용(useless)한 것 이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도국에서 댐 건설로 어업이 파괴된다든지, 기기 및 장비가 이전되었음에도 이를 운영할 연료가 부족하거나 유지·보수가 되지 않아 기기가 사용되지도 않고, 또는 기술지원이 지역 엘리트에게 특권을 주는 현대적인 상업경제와 일반인들의 전통적인 생계경제로 구분하는 이중경제(dual economy)로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Ibid.). 적정기술은 수혜국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현지의 기술적 해법으로써 원조국과 수혜국 사이의 맥락적 차이에서 야기되는 리스크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그런데, 적정기술의 개념은 보다 확장되고 있다. 즉, 적정기술은 초기의 개념에서 확장되어 어떠한 기술을 특정하기 보다는 개념적 그리고 철학적 차원으로 통용된다(Murphy et al., 2009). 초기에 강조하던 노동집약 조건과 현지 원자재 기반 조건 등이 모든 개도국에서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적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Ibid.). 이러한 측면에서 적정기술 철학은 개도국의 기술인에게 각 국의 필요에 맞는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거나 개도국의 교육받지 못한 인구를 대상으로 한 간단한 기술을 통해 개도국의 전반적 기술역량을 향상시키는 시도를 포함한다(Ibid.). 넓게 적정기술은 “각자의 기술과 역량을 개발하여 주어진 자원을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여 남성과 여성이 빈곤에서 탈출하고 각자의 기본적인 필요를 총족하여 경제적 상황을 진척시키는 전략”으로 이해되기도 한다(Ibid., p.159).
이러한 측면에서 적정기술은 환경적 친화성, 경제적 친화성, 사회적 친화성을 모두 고려하는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대신, 적정기술은 유엔기후변화협약 협상 하에서 종종 등장하기는 하나, 관련 기술의 분류체계 등의 정책적 함의를 갖는 기술개념은 아니다.
3.8 종합
제3장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기술용어들의 개념과 특징들을 지속가능발전 3대 요소에 기반하여 살펴보았다. 개념적인 측면에서 이 기술용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기술용어들을 사회가 지향하는 개념적 지향점의 존재 여부와 지속가능발전의 3대 축인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친화성 여부 측면에서 구분하면, 다음의 Table 1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용어들의 관계성을 도식화하면 상단의 Fig. 3과 같다. 그림에서와 같이, 네거티브배출기술은 이산화탄소 제거 접근법과 함께 기후변화 완화 행동 중에서도 대기중 이산화탄소 ‘제거(removal)’에 초점을 맞춘다. 저탄소 기술과 저배출 기술은 기후변화 완화 행동 중에서 대기중 이산화탄소 ‘제거’ 뿐만 아니라 산업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reduction)’까지 포괄하는 의미이다. 그리고, 기후기술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기술과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온실가스의 대기중 제거(removal) 및 산업활동의 저감(reduction)을 목적으로 한 감축기술을 포괄한다. 더 나아가 환경친화기술은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을 위한 기술 뿐만 아니라 다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까지 포괄한다. 녹색기술은 환경적 친화성 뿐만 아니라 경제적 친화성을 고려하여 환경적 친화성이 상쇄되는 기술까지 포함한다. 한편, 청정기술은 기후변화 완화 차원에서 산업공정에 적용되는 감축기술과 또한 산업공정에서 다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활용되는 기술로 환경적 친화성과 경제적 친화성를 고려한 기술군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적정기술은 기본적으로 환경적·경제적 친화성을 고려하며, 특히 그 기술이 개발·이전·적용되는 지역에 맞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상기 언급된 기술용어들 간의 관계성과는 별도로 접근되어야 한다.
4. 기술용어 별 기술분류 비교
제3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4장에서는 각각의 기술 용어들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실제로 기술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 지 살펴봄으로써 해당 기술 용어들의 활용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먼저 기술용어 별로 우리나라에서 활용하는 분류체계 자료들을 선정하였다. 먼저, ‘환경친화기술’에 대해서는 현재 환경부에서 활용하고 있는 두 가지 기술 분류체계로 하나는 환경기술실태조사에서 활용하는 「40대 환경기술」과 다른 하나로 국가 R&D 분류 시 활용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 내 대분류 환경 항목이 있다. 이 중에서, 동 논문은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를 기준으로 하였다(MSIT, 2018). 이 분류체계에는 대분류 환경 항목 하에 중분류 9개, 소분류 65개가 있다.
다음으로, ‘녹색기술’의 경우 2009년 「녹색기술 연구개발 종합대책(안)」에서 제시한 5대 대분류–15대 중분류–38대 소분류를 검토하여 활용하였다(PACST, 2009).
한편, ‘저탄소·저배출 기술’의 경우 현재까지 해당 개념이 저탄소 기후기술, 저탄소 녹색기술 등과 혼재되어 있어 공식적인 분류체계가 부재하다. 이에 영국의 러프버러 대학(Loughborough University)의 산학 연구소인 아이넷(iNet)에서 제시하고 있는 3대 대분류-9대 중분류로 세분화되어 있는 분류체계를 활용하였다(iNet, 2021).
‘기후기술’ 분류체계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후기술 분류체계의 3개 대분류–14대 중분류–45대 소분류를 활용하였다(GTC, 2017).
또한 ‘청정기술’의 경우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의 「청정생산기술분류」의 4대 대분류–21대 중분류–43대 소분류를 활용하였다(KNCPC, 2021).
‘네거티브배출기술’의 경우 현재까지 기술분류 기준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적용되는 적용처 분류 기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다(Minx et al., 2018; IPCC, 2013, pp.546-551; IPCC 2014c, pp.485-486). 즉, 기술에 대한 구체화된 분류체계는 없으며, 기술을 활용한 접근법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실제 정책 보다는 연구 차원에서 제시된 Minx et al.(2018)의 7대 분류를 활용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에 따라, 탄소중립 기술의 기술분류 체계를 살펴보기 위해, KISTEP이 준비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탄소중립 중장기 기술로드맵 수립을 위한 기술수요조사서」의 5대 대분류 – 39대 중분류 – 111대 소분류를 기준으로 탄소중립 기술 분류체계를 검토하였다.
기술용어 별로 대분류-중분류-소분류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분류체계는 분류의 개념이나 레벨이 상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동 논문에서는 각 기술용어들에 해당되는 기술군을 비교해 보기 위해, 첫째, 앞서 언급된 분류체계들을 종합하여, 대분류-중분류-소분류 중 ‘중분류’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소분류 이하의 개념에서 비교하는 경우 기술이 너무 방대하여 이를 분류 및 비교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중분류 단계에서 포함되는 세부 기술의 종류 및 성격을 파악하고 세부 기술 간의 유사성을 검토하기 위해 소분류를 활용하였다. 둘째, 각 중분류의 독립성, 연구 규모, 정책성, 활용성 등을 기준으로 유사한 세부 기술군들을 통합하여, 총 9개 기술분야로 구분하였다. 9개 기술분야는 i) 환경보전, ii) 전력생산, iii) 산업 효율화, iv) 자원 순환, v) 예측·모니터링, vi) 에너지 네트워크, vii) 수송 및 건축 효율화, viii) 지식·정보, ivv) 온실가스 고정 및 흡수와 같다. 셋째, 탄소중립 기술 로드맵 수립에 활용되고 있는 탄소중립 분류체계의 경우 소분류 단계의 기술이 너무 상세하여 중분류 단계 기술수준만 검토하였다. 넷째, 상기 9개 기술분야 별 해당하는 세부기술의 분포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토대로 비교한 결과는 다음의 Table 2 및 Fig. 4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앞서 기술용어 간의 개념적인 측면에서 용어의 포괄성을 보면, 녹색기술의 포괄성이 가장 높고, 이후 환경친화기술, 기후기술, 저탄소기술, 네거티브배출기술 순으로 낮아지는데, Table 2만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기술 용어의 범주가 녹색기술 다음으로 높고, 환경친화기술의 범주가 상대적으로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Table 2를 통해 범주간 비교 보다는 기술용어별로 핵심 기술군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환경친화기술에서 높은 비중으로 다루어지는 기술 부문은 환경보전이 압도적으로 높고 그 다음이 예측·모니터링이다. 녹색기술과 기후기술의 경우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전력생산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환경보전의 비중이 높으며, 그리고 그 다음이 에너지 네트워크이다. 저탄소 기술은 전력생산과 환경보전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는 녹색기술·기후기술과 유사하나, 교통·건축 효율화, 자원순환, 온실가스 고정 분야에 기술군이 상대적으로 더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네거티브배출기술의 경우 온실가스 고정 및 흡수 기술이라는 단일 분류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청정기술의 경우 자원순환 및 산업 효율화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이 기술 분류표에 기반하여, 2021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기술의 범주와 핵심기술분포도를 적용하여 비교해 보면, 탄소중립 기술은 대부분 산업 효율화 기술군 집중도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수송·건축 효율화이며, 그 뒤를 전력생산과 에너지 네트워크 기술군이다. 또한, 기술범주도 상당하여 예측·모니터링과 지식·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범주의 기술군을 포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첫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기술용어들은 세부 기술항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복되나, 그 개념적인 접근법에 따라 ‘중점’ 또는 ‘집중’된 기술군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이러한 다양한 기술 용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성을 살펴보면, 기술용어들에서 가장 집중도가 높은 분야는 ‘환경보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전력 생산’, ‘산업 효율화’, ‘자원 순환’ 등의 순서이며, 전반적으로 산업 효율성 증진과 에너지 시스템의 개선을 공통의 목표로 기술분류가 구축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측·모니터링, 지식정보, 온실가스 흡수, 자원순환 등의 개념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용어 별로 차별화 되어 나타났다. 셋째, 기술용어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법에 대해서 관련된 정책 및 연구 결과물에 기반해서 정리한 기술범주 및 관계성과 실제 특정 국가(우리나라)에서 활용되는 기술범주 및 관계성이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기후기술이 중립적 함의를 가진 기술로서 중점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기후기술의 분류와 범위가 자원순환 기술분류 부분을 포괄하지 못하고, 또한 산업효율화 기술부문이 일반산업 전체의 범위를 포괄하는 방식이라 그 분류가 다소 모호하다. 이는 동 분류체계 활용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술용어들의 단순 일차원적 분포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네트워크 형태의 기술 키워드의 분포 현황을 분석해 보았고, 이는 다음의 Fig. 5와 같이 나타난다. 전체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각 분류체계 별로 노드를 구성하였고, 군집화는 모듈성 값(Modularity)을 기준으로, 각 노드 간의 거리는 유사성(Edge weight), 크기는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그 결과, 각각의 분류체계 간의 특성을 살펴보면, 환경보전·복원, 자원순환, 전력생산, 산업 효율화의 4개 개념을 기준으로 구분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환경친화기술’의 경우 환경보전·복원, 자원순환의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녹색기술’, ‘기후기술’, ‘저탄소 기술’의 경우 전력생산, 환경보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상대적으로 저탄소 기술은 산업효율화와 조금 더 밀접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또한 ‘청정기술’의 경우 산업효율화와 자원순환, ‘네거티브배출기술’의 경우 온실가스 고정·흡수원의 개념으로 분포되었다.
5. 결론
동 논문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등장 및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용어들에 대해서 각 용어가 등장한 배경과 개념 그리고 특징을 살펴보며, 이 기술용어들을 비교하고 서로 간의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협상, 국내·외 기후변화 정책, 국제기후기술협력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환경친화기술, 녹색기술, 저탄소기술, 기후기술, 저배출·제로배출·네거티브배출 기술, 탄소제거접근법, 청정기술, 그리고 적정기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축인 환경적 친화성, 경제적 친화성, 그리고 사회적 친화성 측면에서 각 기술용어들을 살펴보았고, 기술용어들 간의 범주에 기반한 관계성을 도출하였다. 다음으로, 각 기술용어 별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기술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 지 살펴봄으로써 기술용어의 핵심 기술군을 파악하고, 기술용어 간의 관계를 확인하였다.
동 연구 결과의 정책적 그리고 학술적 의미는 크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용어들에 대한 등장 배경과 의미 그리고 서로 간의 관계성을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기술변화 대응 관련해서 다양한 기술용어들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바, 특정 기술용어의 사용 시 그 범주와 용어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동 연구가 기술용어들을 개념 및 범주 측면에서 구분지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기술용어’들을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분석틀이 존재하지 않은 바, 기후변화 대응 ‘재정용어’를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축인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친화성에 기반하여 개념적인 관계성을 비교한 연구 방법론을 활용하여 연구를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 역시 있다.
둘째, 동 논문은 기술용어들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내재된 일련의 개념적 용어라는 것을 보여주고, 향후 보다 명확하고 전략적인 기술용어의 사용을 가능케 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협상 시, 환경친화기술과 기후기술이라는 두 개의 용어 중 어떤 용어를 한 국가가 사용하다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지원 주체, 지원 의무, 개발 및 이전되는 기술의 범주, 기술에 대한 평가 주체 등의 측면에서 가치판단에 기반한 일련의 입장이 내재되어 있다. 또한, 녹색기술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녹색성장이라는 사회적 방향성에 기반을 두고, 또한 원자력 발전 기술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서 접근한다는 입장을 내재하고 있다. 네거티브배출기술 또는 이산화탄소제거 접근법이라는 용어를 언급한다는 것은 산업계의 이산화탄소배출 감축 노력뿐만이 아니라 그 외적으로도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항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동 논문은 국내·외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및 협상 업무 수행 시 우리나라 입장에 기반해 어떠한 기술용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사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동 연구는 각 기술용어들의 개념적인 측면에서의 관계성 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에서 활용되는 기술용어 별 기술분류 체계를 통해 각 기술용어에서 중점이 되는 기술군이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대표적인 기술용어들과 이에 대한 기술분류 현황과 핵심 기술군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2021년 3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기술분류 현황과 핵심 기술군을 비교함으로써, 탄소중립기술의 범주, 위상, 관계성을 보여주었다.
넷째, 기술분류체계 설정시 중요한 접근 원칙은 고(高)파급력과 고(高)목적성이다. 즉, 기술분류체계의 고파급력은 분류체계상 존재하는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 R&D 예산 투입 및 결과물 도출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고목적성은 기술분류체계가 특정 정책패키지를 구현하기 위해 목적성을 중심으로 설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 논문에서 앞서 살펴본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용어들은 이러한 기술분류체계의 고파급력 및 고목적성이라는 원칙들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술용어들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각각의 기술분류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많은 환경 및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술용어들과 그에 해당하는 기술분류체계 역시 유사성 및 중복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집중된 방향성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 및 활용을 위한 기술용어와 기술분류체계의 활용에 있어서, 보다 큰 틀에서의 고파급력과 고목적성을 고려하여, 기술분류체계 간의 관계성 정립 및 체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의 국가적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기술의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때, 그 기술의 활용도가 증대되고 다양한 분야로의 파급력이 커질 것이며, 동시에 기술의 이용 경험이 확대되어 사회적 수용성도 함께 개선될 것이다.
다섯째, 동 논문에서 살펴본 신기후체제 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용어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혁신과 연구·개발·실증(RD&D, research, development and demonstration) 차원에서 신기술, 혁신기술, 신생기술, 범분야 기술, 와해성 기술, 내생적 기술, 일반 목적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등의 용어들이 정책 및 국제협상 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내생적 기술 등에 대해서는 그 개념과 정의 그리고 해당 기술의 개발 및 이전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정책적 접근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혁신 및 RD&D 차원에서 활용되는 핵심 기술용어들에 대해서, 특히 내생적 기술 용어에 대해서 향후 개념 및 접근법과 향후 우리나라의 국제 기술협력 측면에서 기술 선택 및 적용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녹색기술센터 2021년 연구과제 「녹색·기후 기술 협력을 위한 국제제도 분석 연구: UNFCCC 및 IPCC를 중심으로(C2120101)」와 「기후기술 분류체계 기반 통계생산 및 국제확산 연구(R2110202)」지원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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