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인문학의 응답과 역할 : 철학, 종교,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responses and roles of the humanities in the era of climate change. Climate change is widely recognized as an urgent global issue that is being addressed in various academic areas. However, while some humanities studies address the issue, it has neither elicited a thorough response from the discipline nor attracted attention comparable to that which it has received from other disciplines. This study examines how the humanities are currently dealing with climate change-related problems, identifying four major roles that humanities should play. Currently, the disciplines that focus on climate change in humanities are philosophy, religion, and literature. They attempt to analyze the problems at hand by reconstructing ethical questions, climate justice issues, and narratives about reality and the future. After reviewing existing research, this study suggests that the humanities play roles in problem-posing, imagining, climate justice education, and deepening understanding of humanity and society. Ultimately, this article highlights the need for the humanities to participate more actively in climate change discourse and proposes a convergent academic system called “Climate Humanities”.
Keywords:
Climate Change, Humanities, Climate Humanities, Interdisciplinary Studies, Roles of Humanities1. 서론
기후변화 현상은 21세기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중대한 도전 과제이다. 인류가 기후변화 현상이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먼저 깨닫게 해 준 학문은 자연과학이다. 이를테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소집된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 온실가스로 인해 1850 ~ 1900년 이래 지구 온도가 약 1.1℃ 상승했다는 것을 발표하며 기후변화 현상이 인류가 당면한 위급한 과제임을 증명하였고, 2014년 제5차 평가보고서(AR5)를 통해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시나리오를 수립하며 인류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였다(IPCC, 2013).
이에 국제사회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본격적인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현재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21)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하며 교토의정서 종료 이후 새로운 국제 기후변화 질서가 수립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정책학, 법학, 외교학 등의 사회과학자들, 공학자와 정치가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였다(Conrad, 2009). 각국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며 기후변화 문제를 활발히 다루기 시작하였다.
그에 비해 인문학의 반응은 다소 미미하였다. 기후변화 현상을 다루는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를 적극적으로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는 경우가 아직 많지 않았으며, 그나마 이루어진 연구도 커다란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인문학에서는 기후변화를 다루는 학자들 자체가 많지 않으며,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들끼리도 대화 나눌 학문적 공간이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범사회적인 기후변화 관련 담론의 장에도 인문학자들이 참석하거나 초대받는 경우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인문학 내적으로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스스로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외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 인문학의 현주소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특히 지금까지 인문학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왔는지, 인문학 내에서는 어떤 학문들이 반응해왔으며, 그들은 어떤 주제들을 다루었는지, 그리고 차후 궁극적으로 인문학은 기후변화 담론에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연구는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다루는 인문학 연구를 활성화하고, 기후변화 전문가들의 인문학 역할에 대한 이해 제고를 통해 서로 간 대화가 촉진되기를 기대한다.
2. 연구 방법 및 순서
본 연구는 궁극적으로 문헌조사, 약간의 양적조사, 그리고 자료분석과 사변 등을 포함한 자료에 대한 질적 연구 등을 통해 인문학의 역할을 재구성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첫째, ‘인문학’의 배경을 살펴보고, 연구 범위를 설정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을 ‘궁극적 의미’와 ‘학제적 분류’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살펴보고,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 이하 KCI)에 나타난 기후변화 관련 인문학 연구의 수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반응하는 인문학의 현황을 간단히 살펴본다. 둘째, 현재 인문학이 기후변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조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인문학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들을 많이 내고 있는 철학, 종교, 문학을 중심으로 문헌조사를 실시하며, 그 대상은 KCI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 자료들도 포함시킨다. 셋째, 위 연구조사들에서 밝힌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하여, 기후변화 시대에 인문학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 네 가지를 정리하도록 한다. 이러한 역할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을 상응하는 예시들을 함께 제시하도록 한다.
3. 기후변화와 인문학
3.1. 인문학의 범위와 양적 반응
인문학의 범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궁극적 의미에서의 인문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문학에서의 ‘인문(人文)’은 ‘인간의 무늬’ 혹은 ‘인간이 남긴 무늬’라는 뜻이다. 따라서 인문학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무늬’ 혹은 ‘인간이 남긴 무늬’에 대한 연구라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 그 자체, 혹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에 담긴 인간성, 가치, 문화, 사상 등에 대한 연구와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더욱 발전, 증진 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Paek, 2017).
두 번째는 현대 학제상의 분류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인문학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다소 분리되어 주로 문학, 사학, 철학, 종교, 예술사학 등을 포함하는 하나의 넓은 학문군이다. 이러한 분류에 포함되는 학문들은 규정하는 주체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예를 들면 스탠포드 인문학 센터(Stanford Humanities Center)는 인문학의 주된 학문을 “철학, 역사, 문학, 예술사학, 고전학, 음악, 종교 등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문학을 지원하는 가장 권위 있고, 규모 있는 재단 중 하나인 ‘국립인문학재단(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은 인문학의 범위를 “현대와 고전 언어, 언어학, 문학, 역사, 법학, 철학, 고고학, 비교종교학, 윤리학, 예술사, 예술비평 및 예술이론, 인문학적 내용을 가지고 인문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사회과학의 위와 같은 측면들” 등등이라고 설명한다(Table 1).
현대 학제적 분류의 ‘인문학(humanities)’이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교육 시스템이었던 ‘파이데이아(paideia)’, 그리고 이후 그것을 발전시킨 로마 키케로의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이름으로 이해되는 일련의 학문들의 모음에 기원을 갖는다. 그 안에서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천문학, 음악 등 3학(trivium) 4과(quadrivium) 혹은 자유칠과(seven liberal arts)로 알려진 과목들이 교육되었다. 즉, 수학이나 자연과학이 포함되어 있었고, 더불어 의학 및 체육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의 집합으로서의 후마니타스는 중세 기독교교육과 르네상스의 인문주의를 거치며 형태가 변화하였고, 19세기에 들어서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점차 분리되며 현재 대학의 인문대학 혹은 문과대학과 유사한 모습으로 정리되었다(Park, 2013; Kim et al., 2021). 동양에서는 근대 서양의 학제들이 소개되기 전까지 인문학이라는 개념이 특별히 다른 것들과 대비하여 존재하지 않았다(Kim, 2007).
현재 한국연구재단도 위와 같은 학제적 분류에 따라 인문학을 분류하고 있으며, KCI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분류는 인문학에 대한 절대적인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야를 나누어 서로를 상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그 점을 이용하여 살펴보면, KCI에서 검색되는 논문들 중 인문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기후변화 관련한 연구의 수가 확연히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KCI에서 ‘기후변화’라는 키워드로 단순 검색하였을 때 나오는 논문의 수는 인문학과 (때로 인문학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예술체육분야 모두 절대적인 수나 상대적인 수 모두 타분야에 비해 상당히 적다(Table 2). 그나마 인문학 중 현재까지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연구를 내는 분야는 주로 사학, 철학, 범종교학, 그리고 문학 등이다. 그런데 이 중 사학은 현재 진행중인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보다는 과거 있었던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기에, 실제적으로 20세기 이후 대두된 기후변화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학의 학문은 주로 철학, 문학, 그리고 가톨릭신학, 개신교신학, 불교학 등을 모두 포함하는 범종교학 정도라고 할 수 있다(Table 3).1)
3.2. 주요 인문학에서의 기후변화 연구사례
철학과 종교, 문학에서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도 다양한 연구주제들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철학에서는 윤리학적인 접근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연구들이 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환경윤리학’ 혹은 ‘생태윤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진행돼오던 연구의 하나로 볼 수 있으며, 말 그대로 환경의 문제를 윤리적으로 살펴보는 학문이다(Hwang, 1994). 이러한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하여 약 십여 년 전부터 기후변화 문제에 특수화된 연구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다양한 결정에 있어서 어떤 기준이 작용하는지, 그것이 옳거나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바른 기준이 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것이다(e.g. Yang, 2009; Yang, 2015; Rheey, 2019). 비근한 예로 Kim (2012)과 같은 경우 기후변화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가치판단의 문제, 즉, 윤리의 문제이며 ‘지구적 정의’, ‘세대간 정의’, 그리고 ‘책임의 문제’라는 점을 조명한다. 또한 Noh (2018)는 경제학자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사용하는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CBA)적 접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후변화윤리의 필요성과 적합성, 그리고 ‘덕의 윤리’를 제안한다. 기후윤리의 문제 외에도 종종 등장하는 연구주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 상황에 대한 대처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개인 노력의 중요성을 철학적으로 논증하고자 하는 연구이다(Hiller, 2011; McKinnon, 2014). 또한 비판이론이나 탈식민지이론 등으로 기후과학과 기후정책 등을 해석하는 연구 등도 등장하고 있다(Born, 2019).
종교는 대체적으로 기후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온 영역 중 하나이다. 종교는 학문과 실천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다소 복잡하지만, 종교 및 종교 관련 연구의 반응을 살피기 가장 좋은 자료는 먼저 지난 2014년 9월에 발표된 “기후, 신앙 그리고 희망: 공동의 미래를 위한 신앙 전통들의 협력(Climate, Faith and Hope: Faith Traditions Together for a Common Future)”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범종교 선언문이다(ISCC, 2014). 이 선언문은 첫째, 기후변화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사람들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후변화에 가장 적게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때” 이것은 “정의의 문제(an issue of injustice)”라고 명시한다(ISCC, 2014). 둘째, 선언문은 기후변화가 빈곤을 해소하는데 “중대한 장애물(a major obstacle)”이 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심각한 기후이상은 (많은 이들의) 배고픔을 악화시키고, 경제적 불안정을 야기하며, 강제 이주를 초래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ISCC, 2014).
종교 관련 연구들은 이와 같은 의제를 지원하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생태학이 접목된 연구를 통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톨릭 신학과 개신교 신학을 모두 아우르는 범기독교 신학에서는 신학과 생태학이 접목된 ‘생태신학’, 그리고 이에 여성주의가 결합된 ‘생태여성주의 신학’ 등이 활발히 연구되어있다(Ruether, 1992; Boff, 1997). 천주교에서는 2015년 생태파괴와 기후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신학적 사유와 행동을 촉구하는 교종 회칙인 “Laudato si’(찬미 받으소서)”가 발표되었다. 특별히 이 회칙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 지구에 대한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 현재 생태 위기는 인간이 초래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기독교의 생태 영성은 인간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제공함을 설명하였다(Pope Francis, 2015). 또한 McFague와 Cobb과 같은 원로 신학자들의 생태신학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Cobb and Vltchek, 2019; McFague, 2021). 불교에서도 광범위한 접근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불교생태학’ 혹은 ‘생태불교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Park, 2011). 불교는 연결과 관계성을 중심으로 하는 가르침 덕분에 생태학적인 인류의 관심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회변혁을 위해 행동하고 참여하는 것을 위한 가르침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틱 낫한의 ‘참여불교(engaged Buddhism)’와 같은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했다(Hanh, 2008). Min and Jang (2021)은 특히 불교의 기본적인 특징으로 여겨지는 상호관계성과 불성론 만으로는 행동을 요청하기에는 다소 수동적인 면이 있다고 분석하고, 비구 보디(Bhikkhu Bodhi)의 사성제 활용, 틱 낫한의 집단적인 깨달음 등의 사고의 틀을 제안하였다.
최근 문학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문학작품, 특히 대중 소설이 많이 출간되고 있으며, 이런 작품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Shin, 2011). 기후변화를 다루는 소설들은 흔히 ‘climate fiction’ 혹은 줄여서 ‘cli-fi’라고 한다. 기후변화를 소재로 다룬 소설들은 1800년대 말부터 볼 수 있지만(Verne, 1889), 그러한 소설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고, 창의적인 상상력에 의한 작품들이었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표면온도가 상승함으로 발생하게 된 기후변화의 상황에 대한 소설은 최근 등장하기 시작하여, 지난 5년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나타난 cli-fi 중 하나의 잘 알려진 예는 유명한 소설가 Kim Stanley Robinson이 지난 2017년에 출판한 『New York 2140』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에 뉴욕이 마치 베니스와 같은 수상도시로 바뀐 배경을 설정하고 있다(Robinson, 2017). 국내에서는 소설가 김기창이 10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출판한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 최근 cli-fi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문학에서는 2016년 출판된 자오더파(趙德發)의 소설 『인류세』와 같은 소설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발견되고 있다(Dang, 2020). 국내에서 이런 기후문학에 대한 연구가 몇 가지 진행되었다. Bok (2014)은 기후변화 문제가 현실문제로 불거지기 전부터 기후소설을 써온 J. G. Ballard의 파국 삼부작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또한 Park (2020)은 Cormac McCarthy의 소설 『더 로드』에 대해, Lee (2021)는 Wu Ming-Yi의 『복안을 가진 남자』를 중심으로 연구들을 진행하였다. Shin (2016)과 Yoo (2021)는 기후변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 직접 상고하기도 하였다. Yoo (2021)는 특히 기후소설을 과학소설 혹은 생태소설 등의 일부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기후문학 혹은 기후소설은 “역사현실의 산물”이며 “체제변혁의 문학적 의지”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후소설이 현대사에 갖는 위치를 정리하였다. 즉, 문학은 현재 기후변화라고 하는 당면한 현실에 대해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응답하고 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주로 하이퍼리얼리티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독자가 기후변화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이 상황 속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하는 실존적 질문들을 찾아내 마주하도록 돕고 있다.
그 외 학과의 경계를 넘어 다뤄지는, 기후변화와 관련성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이론들은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와 탈식민주의 생태비평(postcolonial ecocriticism) 등이 있다. 생태여성주의는 환경 및 생태에 발생하는 이상들은 여성의 억압과 피해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서구 남성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점에 집중한다. 탈식민주의 생태비평은 제3 세계, 특히 아프리카가 겪는 환경문제는 과거 식민주의의 결과이며, 이러한 피해는 현재도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면을 집중한다. 이 두 이론은 또한 중첩되기도 하는데, Steady (2014)는 아프리카의 여성은 기후변화 상황에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서술하며, 이것은 결국 서구의 식민주의와 세계화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또 하나 유념하여 볼 것은 ‘인류세(anthropocene)’와 관련한 연구다. 인류세는 원래 지질학에서 논의되기 시작된 개념이다. 인간의 활동이 환경을 훼손하고 영향을 주어 하나의 새로운 지질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 주장을 이르는 말이다. 지질학에서는 이것을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정하는데 논쟁이 있지만, 여타 학문, 특히 인문학에서는 이 용어를 통해 현재를 구체적으로 대상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기에 광범위하게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Savi, 2017; Konkuk Univ. 2020. 1; Konkuk Univ. 2020. 2).
요약하자면, 철학에서는 기후문제가 과학이나 경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종교에서도 역시 윤리의 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정의와 공평의 문제, 약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또한 지구와 생태를 대하는 종교적 가르침을 새로 제시하면서 기후행동을 격려하고 있다. 문학에서는 기후변화의 상황들을 소설과 시 등을 통해 표현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의 미래와 인간의 경험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시도가 있음을 보았다. 더불어 범인문학적으로 생태비평 연구와 인류세 연구가 광범위한 환경문제에 대한 응답으로서 시행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즉, 인문학―특히 철학, 범종교학, 문학의 영역을 중심으로 한 영역―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기여는 기후변화의 문제가 윤리적 문제, 정의의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과 기후변화를 겪는 인간들의 경험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서사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3.3. 인문학의 네 가지 역할
이러한 인문학 연구들은 기후변화 현상을 다루면서 나름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Jamieson, 2008; Park, 2011). 본 연구는 그 중 두드러지는 네 가지 역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후변화 시대에 인문학은 ‘문제제기의 역할’을 담당한다. Higgins et al.(2020)은 그들이 함께 편집한 학술지 특별판의 학술지 서문에서 인문학의 역할 중 하나를 역시 ‘질문하기’로 설명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철학의 환경윤리학이나 생태여성주의는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의 예들이다. 인문학의 본질적인 성격은 ‘문제해결’보다는 ‘질문하기’이다. 이를테면 인문학은 기후변화 시대에 발생하는 20만 명의 희생을 10만 명으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천착할 것이다: “여전히 10만 명의 삶이 희생되는데, 이를 해결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살아남은 10만 명과 희생된 10만 명 사이의 소득격차는 어떠한가? 인종 구성은 어떻게 다른가?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는가? 연령에 대한 차이는 없는가?” 이것은 모든 인류에게 중요한 질문이며, 따라서 인문학자들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인문학은 그동안 쌓아온 인간의 경험과 전통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집요하고, 예민하고, 세세한 문제제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특히 인문학은 인종, 성별, 종교, 대륙, 세대, 국가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이나 정의의 문제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은 기후변화 관련 사회적 담론과 결정들이 비인간화를 초래하는 물질만능주의나 효율중심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네이밍(naming) 할 수 있도록 돕는다.
Nixon (2011)의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Slow Violence and the Environmentalism of the Poor)”라는 책은 이 같은 ‘문제제기’ 인문학의 좋은 예이다. 그는 먼저 사람들이 기후/환경의 문제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피해의 현상이 너무 추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지고 있지만 추상적이고 무형적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느린 폭력”이라고 언어화하고 개념화하였다. 그는 기후/환경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시간적으로는 즉각적이고 공간적으로는 폭발적이거나 극적인, 즉 바로 눈앞에서 충격적으로 펼쳐지는 사건이나 행동”이 아니지만 “점점 더 불어나고 축적되며, 그 영향력이 넓은 시간 규모에 걸쳐 퍼져가는 폭력”, 즉 “느린 폭력(slow violence)”이라고 표현하였다(Nixon, 2011). 그는 이러한 주장을 통해 인류가 기후변화 문제를 단순히 지구환경시스템의 문제 혹은 인류의 생존 문제만이 아니라 ‘폭력’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하도록 기여하였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요한 갈퉁의 폭력에 대한 담론,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통해 나왔다. 즉, 인문학적인 성찰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보이도록 하고, 기후변화의 문제를 폭력의 문제로 해석함으로 정의의 문제, 윤리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됨을 문제제기한 것이다. 인문학은 이처럼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자신들이 발전시켜온 페미니즘, 젠더/섹슈얼리티, 탈식민주의 및 탈구조주의, 해방주의 등 다양한 이론들을 방법론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문제제기는 기후변화 시대를 정의와 공생의 시대로 나아가도록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인문학은 ‘상상하기의 역할’을 수행한다. Lee (2021)는 인문학이란 “상상력(想像力)을 기반”으로 하며, “이 상상력은 창의력(創意力)의 원천”이 된다고 하였다. 상상이란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상상을 통해 지금까지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날아다니는 인간’에 대한 상상이 만들어 낸 결과다. 지문인식 버튼은 ‘열쇠를 몸에 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까’라는 상상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이처럼 상상은 인류에게 중요한 요소이며, 어쩌면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도 인간의 상상력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상상하기의 역할은 과학이나 정책학 등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문학에서의 상상하기가 갖는 특징은 주로 이것(인문학의 상상하기)은 ‘인간(특히 타자)의 경험’을 해석하는 일이며, 그 해석을 독자가 다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문학은 어떠한 비판적인 관점을 통해 타자의 삶을 해석하고, 그것을 재구성하여, 또 다른 타인들이 그 해석을 경험하고 공감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서 이러한 상상의 역할을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영역은 단연 문학과 예술이다. 이들의 상상은 주로 두 가지 형태다. 하나는 Robinson의 『New York 2140』과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 시대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 시대의 현재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를테면 법정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극화시켜 법정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병원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극화시켜 의학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기후변화 시대에 태평양 섬들에서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을 법한 일들, 미국 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가 닥쳤을 때 시민들이 겪었을 법한 일들을 재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인문학은 이미 기후변화에 영향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공적인 자리로 끌어내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별히 급진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하기 보다는 현실에 대한 상상하기가 더욱 그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왜냐하면 미래에 대한 상상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무관한 비현실적인 세계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현재에 대한 상상은 훨씬 더 자신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Shin, 2016). 킹솔버(Barbara Kingsolver)의 『도피 습성』(Flight Behavior) 같은 책이 좋은 예이다(Shin, 2015). 이러한 인문학의 상상하기(혹은 해석하기)는 인류에게 경각심을 주어 행동의 변화를 만들기도 하고, 또한 과학기술 개발에 영감과 연구개발의 의지를 자극할 수도 있다.
셋째, 인문학은 ‘기후정의교육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후교육은 현재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지구표면 온도의 상승이 지구에 가져올 변화를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교육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후교육은 비판적 의식과 공감능력을 또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즉, ‘기후정의교육’이 필요하다(Kim and Cho, 2021). 인문학은 바로 이런 기후정의교육을 위한 재료를 제공한다. 인문학의 다양한 방법론들―즉, 페미니즘, 젠더/섹슈얼리티, 탈식민주의 및 탈구조주의, 해방주의 등의 방법론들―이 던졌던 질문들은 모두 기후정의교육을 위한 중요한 재료가 된다. “근대 이후 이산화탄소는 누가 가장 많이 배출하였는가?”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기후변화가 여성에게 가져오는 불평등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은 단순히 문제제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질문들을 배우며 윤리적 감각과 문제의식을 발달시킨다. 즉, 인문학은 질문을 통해 다음 세대가 건전하고 혁신적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고역량을 기르도록 돕는다. 기후정의교육은 날카로운 비판의식 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아파하고, 공감하는 ‘감수성 교육’ 또한 포함한다. 이러한 교육은 ‘느끼기’라고 하는 감정 교육으로 가능한데(Kim and Cho, 2021), 이러한 감정 혹은 정서적 측면을 교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는 바로 문학이다. 학생들은 기후정의에 대한 사고와 소양을 자극하는 문학작품을 통해 과학적 사실들이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 즉, 기후문학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과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동시에, 또한 교육의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Cho and Jeon (2020)의 연구는 이러한 문학, 특히 생태시를 이용한 환경교육의 가능성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이들은 현재 환경교과 내에 사용되고 있는 생태시의 현황에 대해서 먼저 조사하고, 더 나아가 교육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만한 더 많은 한국의 생태시를 찾아내어 이들을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춰 제안하였다. 이들은 생태시들을 ‘고발의 시’와 ‘발견 및 전망의 시’로 나누었는데, 이중 ‘고발의 시’로 분류된 시들은 특히 기후정의교육을 위한 좋은 재료들이 될 만한 시들이다. 이들의 논문은 생태시가 환경교육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사용가능한 생태시의 목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학생들이 생태시를 통하여 생태파괴와 기후변화를 감각적으로 배우고,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생명윤리, 생태윤리”,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 등도 또한 배울 수 있다고 간접적으로 평가함으로서, (인)문학이 어떻게 기후정의교육의 재료가 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넷째,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서 인문학의 또 다른 역할은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 증진’의 역할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인문학 본연의 업무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역할은 20세기 홀로코스트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유대계 학자들에 의해 분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들은 인간이, 특히 기독교적 배경을 지닌 유럽 백인들이 세계와 타자에 대해 어떤 인식론을 가졌으며, 그것이 세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세계에 던져 주었다(e.g. Buber, 1923; Levinas, 1961; Arendt, 1963). 전쟁의 참화를 통해 드러난 인간에 대한 통찰은 또한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법과 제도, 관습 등 속에 타자에 대한 부정의가 어떻게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밝혀내게 도와주었다. 그들은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등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모두 구조와 문화 속에 담긴 타자에 대한 부정의를 밝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라고 하는 거대한 도전 앞에 인문학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들에 대해 성찰하게 될 것이고, 우리 사회 안에 담긴 모순들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기후변화 상황을 분석하며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등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되는 사회구조와 이념의 영향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Neale, 2008; Empson, 2019). 이러한 연구들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악화시키는 것은 이윤을 최우선에 놓는 체제,” 즉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라고 보는데, 이는 그야말로 기후변화를 인간이 현대에 만들어 간 사회구조가 남긴 ‘무늬’로 보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인류세 연구를 통해 인문학자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재구성을 시도한다. 그동안 유대-기독교 전통을 바탕으로 했던 인류의 다른 종들에 대한 우위성 혹은 위대성의 환상을 깨고, 새로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독교윤리 신학자인 Kwak (2019)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보기를 제안한다:
자연은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에 근원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에게 종속되어 있지 않다. 지금도 수많은 종들이 멸종을 당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서 소멸되는 종들도 있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사라진 무수한 종의 존재를 생각할 때, 인간은 그 무수한 종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좀 더 비관적으로 얘기하자면, 인간에게는 기후 위기이지만, 지구에게는 기후변화에 불과할 수 있다. 평균 온도가 6℃까지 상승해서 인류의 종말을 맞더라도 지구는 다른 종들을 통해서 인간 없는 생태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Kwak (2019)은 인간이란 청지기, 자연의 일부, 더 나아가 지구의 ‘손님’으로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을 소개한다. 즉, 인간을 지구의 일부분으로 이해하고, 기나긴 지구의 역사 속에 일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종으로 이해하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관점의 기독교 입장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다윈 이후의 많은 학자들에 의해 전개되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Harari (2014)의 저술에서도 거시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재구성되어 등장하였다.
4. 결론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해결책(solution)을 찾는 학문이 아니라 지혜(sophia)를 찾는 학문이다. 특히 인간다움이 무엇이며,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지혜는 무엇일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별히 본 논문은 인문학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다소 미미한 반응을 하였지만, 이미 이루어진 연구들 사이에서는 윤리의 문제, 정의의 문제, 서사의 문제 등을 다루며 문제제기의 역할, 상상하기의 역할, 기후정의교육을 위한 역할, 그리고 인간사회이해 증진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인문학은 기후변화 관련 담론이 과학만능주의, 신자유주의, 강자중심주의나 혹은 비인간화 등으로 흐르는 것을 견제하도록 돕는 지혜를 제공해줄 수 있는 학문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위해 앞으로 인문학은 기후변화라고 하는 중대한 시대의 과제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연구가 (그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후변화 관련 담론의 참여자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문학자들과 대화할 것이 장려된다. 이러한 다학제적 대화는 기후변화에 관련한 담론이 정의와 평화, 그리고 모든 인간의 안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담론에 인문학의 참여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융합학제화를 시도해보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이를테면 ‘기후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학문적 토양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름(혹은 어떤 다른 이름)을 갖는 것은 먼저 기후변화를 다루는 인문학자들이 모으고, 서로 간의 교류를 증진시키며, 더 나아가 독립적인 학회 신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학제화는 학문의 가시화라는 효과를 가져온다. 즉, 대외적으로 하나의 학문집단으로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는 한국기후변화학회와 같은 주류 학회에 분과 신설 등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범사회적으로 기후변화를 다루는 학계와 정부정책회의 및 행정기구 등에 기후변화를 다루는 인문학자들이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필수대화참여자로 참여시키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담론에 인문학의 위치를 제고시키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연구는 본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에서 계속될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인문학 정책연구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2020-10).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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