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독일 탈석탄 사례를 중심으로
Abstract
Following the declaration of carbon neutrality by 2050, there has been a notable increase in policy and social discussions concerning a just transition within the coal power sector. In Korea, however, the process of formulating relevant policies has thus far predominantly employed a top-down approach, lacking the socially equitable principles integral to a just transition. Within the context of the carbon-neutral roadmap, a just transition emphasizes the need for proactive measures such as supporting restructuring efforts and adopting an integrated approach towards affected regions, as opposed to passive methods such as compensations or exceptions based on coal phase-out policies. Using the case of Germany's coal phase-out as a base model, this study investigates the current discussion surrounding just transition and the roadmap for decommissioning coal-fired power plants alongside the restructuring process of the coal industry in Korea. Through a comparative analysis of just transition efforts in Germany and Korea, we derive policy implications critical to realizing a just transition within the electric power industry.
Keywords:
Climate Change, Just Transition, Coal Phase-out, Comparative Analysis1. 서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1970 ~ 80년대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 노동조합의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와 같이 공공정책에 의해 발생하는 실직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 그 개념이 시작되었다. 이후 노동자의 일자리와 삶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개입으로,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으로의 이행을 포함하는 현재의 개념을 발전하였다. 정의로운 전환은 2015년 파리협정 전문에 명시되었으며, 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의 정의로운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ILO, 2018), 2017년 1차 정의로운 전환 국제포럼 개최, 그리고 2018년 '연대와 공정한 전환에 관한 실레지아 선언(Solidarity and Just Transition Silesia Declaration)'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개념의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특히 실레지아 선언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과 지속가능한 고용 유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 사회의 모든 사회적 파트너가 참여하고 대표하는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1)
2021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를 확정하였다. 이미 2034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30기 폐지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화석발전의 부분 또는 전면 중단 시나리오만이 남아있었다. 2017년 영동 1호기부터 시작하여 2021년 12월 호남 1·2호기까지 총 10기가 폐지되었으며, 2034년까지 총 24기가 폐기되면서 순차적으로 LNG 발전소로 전환될 예정이다.
그동안 2050 탄소중립을 실행하기 위한 제도화와 방안들이 구체화되어 왔다. 2020년과 2021년 1·2차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하 한국판 뉴딜)을 통해 세부적인 안들이 집행되고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2021년 9월 제정, 2022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탄소중립 추진체제 마련과 이를 위한 컨트롤 타워와 참여·소통의 역할을 위해 2021년 5월 대통령 소속의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명칭 변경)’가 설치되었으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였다.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으나,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 및 전환이 시작된 것이 2017년이었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제1차 한국판 뉴딜은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와 관련하여 “(공정 전환) 석탄발전 등 사업축소가 예상되는 위기 지역 대상 신재생에너지 업종전환 지원(p.25)”과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반 구축 및 공정한 전환 지원(p.94)으로만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컸다. 이는 디딤돌 및 고용사회안전망을 한국판 뉴딜을 위한 하나의 전제로 간주한 것에 기인한다.2) 반면 제2차 한국판 뉴딜에서는 디딤돌 및 고용사회안전망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과 같이 “휴먼뉴딜”로 중요한 요소로 격상되었으며, 특히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 사회와 일자리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제1·2차 한국판 뉴딜의 발표 시점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성 및 활동 시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탈석탄 정책에 영향을 받는 지역 사회, 노동자, 시민 등의 참여와 소통 없이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대책이 먼저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하달식 의사결정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소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탈석탄 정책이 정의로운 전환이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사회적으로 공정한 접근방식을 결여하고 있다.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탈석탄 정책에 따른 보상이나 예외 적용과 같은 수동적인 방식이 아닌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지원과 관련 지역들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독일의 탈석탄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와 이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들을 완화하는 방안들에 대한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정부, 산업계, 노동조합, 환경단체, 그리고 탄광지역의 이해관계자 대표들로 구성된 ‘성장, 구조재편, 고용을 위한 위원회(이하 탈석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 공론화 과정을 통해 2019년 1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최종보고서는 2020년 8월 탈석탄법(Kohleausstiegsgesetz)과 석탄지역 구조강화법(Strukturstärkungsgesetz Kohleregionen)의 통과로 구체화 되었다. 1968년 이후 석탄산업의 구조조정 경험이 있었다 할지라도, 크게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 세부적으로는 탈석탄이라는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과정들은 2050 탄소중립과 탈석탄 시나리오를 확정한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독일의 탈석탄 정책이 우리나라에 전력 분야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한 연구는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충남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를 분석한 정책보고서 Yeo et al. (2020)에서 독일의 사례를 다룬 적 있으며, Lee et al. (2022)의 정책보고서도 주요국의 탈석탄 부문 정의로운 전환의 사례를 조사하면서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를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학술연구에서는 Park et al. (2023)이 정부 거버넌스 관점에서 독일의 탈석탄 정책이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였으며, Kim (2023)은 법제적인 관점에서 독일의 탈석탄위원회 이후는 물론 이전에 있었던 탈석탄 및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초석이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고찰하였다. 또한 Shin (2021)은 독일 탈석탄의 두 축인 “탈석탄법”과 “석탄지역 구조강화법”을 논의하고, 우리나라에서 예상되는 전력 가격의 상승을 고려한 입법 조치를 제안한 바 있다. Lee (2021)은 충청남도와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의 사례 비교 및 이해관계자와의 심층 면접을 통하여 충청남도의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 현황을 분석하고, 현재 충청남도의 정의로운 전환기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선언적인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국제 연구 중에는 독일 사례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며, 다만 Oei et al. (2019)는 독일의 두 지역에 대한 사례 조사를 통하여 지역, 지방, 중앙정부 및 기관의 다중심주의적 접근(polycentric approach)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Keles and Yilmaz (2020)은 독일의 탈석탄 정책이 탄소배출 및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EU 차원의 탈석탄 정책과 비교하였는데, 독일의 정책 효과가 EU 전체 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국내의 기존 탈석탄 연구는 전반적인 총론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거나 충청남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본 연구는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전력산업 전반의 측면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2장에서 독일의 정의로운 전환 과정을 탈석탄위원회 활동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방기후보호법과 탈석탄법을 개관한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정의로운 전환 논의 현황과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지 로드맵을 살펴본다. 마지막 4장에서는 독일과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을 비교하며 전력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주는 함의를 논의한다.
2. 독일의 정의로운 전환 과정
독일은 2018년 6월 6일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성장·구조 변화·고용위원회(Kommission fur Wachstum, Strukturwandel und Beschaftigung: 이하 ‘탈석탄위원회’)」를 설립하였으며, 2019년 1월 추진해야 할 에너지 정책 방향과 과제를 최종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는 것으로 활동을 마무리하였다(Lee et al., 2022). 이 최종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이후 연방기후보호법(Bundes-Klimaschutzgesetz, 2019년 12월), 탈석탄법과 석탄지역 구조강화법(2020년 8월)으로 법제화되어 독일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이 장에서는 탈석탄위원회의 최종보고서, 연방기후보호법, 그리고 탈석탄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2.1. 독일 연방 정부의 탈석탄위원회 활동
독일의 에너지 전환 과정의 제도적 특징은 탈석탄위원회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합의된 내용이 최종보고서로 제출되었으며, 이 최종보고서의 핵심 내용이 3개의 법률로 결국 입법화되었다는 점이다. 탈석탄위원회는 총 31인, 연방의회 3인, 연방 정부 1인, 탄광지역 대표 7인, 산업 5인, 과학 5인, 에너지 산업 대표 4인, 환경단체 3인, 노동조합 대표 3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의회 3인에게는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탈석탄위원회의 주요 목적은 탈석탄 정책으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에 대한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이를 통하여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는 선제적인 구조 개혁이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탈석탄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6개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Lee et al., 2022).
- - 연방 및 주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경제주체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관점 수립 (예를 들어, 운송 인프라, 숙련 노동과 기업가 정신 개발, 연구기관의 위치 선정과 장기적인 구조 개발 등)
- - 경제 발전, 구조적 변화, 사회적 수용성 및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응집성과 행동 등을 통합하고 동시에 에너지 전환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 지역에 대한 전망을 수립하는 정책도구 개발
- - 이는 기존 연방정부와 EU 지원 제도가 효과적이고 목적을 반영한 우선 순위에 따라 배정되고, 또한 주로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구성된 구조적 변화 기금이 배정되는,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지역과 경제 부문에 필요한 투자를 포함
- - 포괄적인 영향평가를 포함하여 에너지 부문이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신뢰할 만한 경로에 있음을 보장하는 조치
- -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및 폐지와 이를 위해 필요한 최종 일정표와 필요한 법적, 사회·경제적, 구조적 정책 지원 조치를 포함한 계획
- - 에너지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치
탈석탄위원회는 약 7개월 동안 총 10회의 회의(전문가들과의 세미나 4회 포함)와 전문가들과 함께 탈석탄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영향을 받는 3곳의 탄광지역(Central German, Lausitz, Rhineland 탄광지역)을 방문한 결과를 최종보고서로 제출하였다. 이 최종보고서는 2019년 1월 25일 전체 회의에서 총 28명 중에서 찬성 27명으로 채택되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역 균형 발전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지는데,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중심으로 내용을 요약한다. 먼저 탈석탄위원회는 탈석탄 정책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를 광산회사 및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직간접고용 노동자와 가치사슬(value chain) 상의 상·하류에 위치한 회사들의 노동자들로 추산하였다. 예를 들면, 라우지츠(Lausitz) 탄광지역에서는 에너지 회사 LEAG가 직접 고용하는 8,000여 명의 노동자와 지역의 갈탄 및 에너지 산업에 속한 500개 회사의 16,000여 명의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라인란트(Rhineland) 탄광지역의 경우, 갈탄 산업 노동자 약 9,000명과 18,000명의 간접 및 연관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에너지 산업의 약 93,000명의 노동자 외에도 갈탄 산업에 의존하는 다른 산업의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음으로, 탈석탄위원회는 노동자 및 견습생을 위한 대책을 고용보장, 내·외부 채용, 그리고 직업훈련으로 분리하여 권고하였다. 첫째, 탈석탄위원회는 노동자에게는 기존 고용 유지 또는 그와 유사한 새로운 일자리 보장을, 견습생에게는 새로운 도제제도 창출 및 취업 기회 부여를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탈석탄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명시화를 권고하였는데, 최종보고서 작성 시점에서 이러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지 또는 기업이 부담할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 발전소 감축 용량과 탄광 폐쇄에 대한 협상에 근로자대표 또는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합의를 명문화, (2) 단체협약을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제공과 사전 통지 후에만 발전소와 탄광 폐쇄, (3) 갈탄 산업의 고령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과 충분한 정부기금 배정(필요할 경우, 조기 퇴직을 법적 선택사항으로 제공), (4) 필요할 경우, 연방정부 및 회사들과 고용조정지원금과 혜택에 대한 (대안적) 협정 개발, 그리고 (5) 이러한 고용보장을 석탄 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할 것을 제시하였다(Lee et al., 2022).
둘째, 석탄산업과 석탄 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시 내부 채용을 통해 노동자들이 동일 회사 내 다른 직무 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타 회사의 동일 직무 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숙련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장하였다. 그리고 외부 채용의 활성화를 위하여 기업과 연방고용청이 협력하는 지역 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하고, 일정 기간 소득을 적절한 합의를 통해 보장해야 함을 권장하였다.
셋째, 직무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숙련과 전문성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자격기회법(Qualifizierungschancengesetz, 2019년 1월 시행)이 제공하는 평생교육과 자격 취득 관련 상담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장하였다. 그리고 청년 노동자에는 새로운 직무능력이 반영된 도제제도와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기존 직업교육·훈련기관 연계를 통하여 기업의 인력수요를 적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할 등을 권장하였다.
2.2.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법제화
2019년 12월 제정된 연방기후보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절차를 위한 중간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명문화하였다. 특히 제3조 제1항은 2030년 배출량 목표를 1990년 대비 최소 55%로 명시함으로써, 이는 EU의 차원의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독일의 할당량과 일치시켰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제4조 제1항은 2020년에서 2030년까지 6개 부문, 즉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농업, 폐기물 및 기타 각각의 배출원과 구분(부록 1)을, 그리고 연간 허용 배출량(부록 2)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연도별·부문별 목표는 법적 구속력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연방정부가 각 부문 목표 달성 책임과 함께,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임무를 가진다. 각 부문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소관 부처는 비상 프로그램을 제출해야만 한다. 초기 입법안에 설정되어 있던 2020년, 2040년, 2050년 목표들은 2031년도부터 2050년까지 온실가스 중립 달성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지향한다는 규정으로만 언급되었으며(Kim, 2021), 이렇게 모호하게 언급된 로드맵은 이후 연방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일치 판결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기후보호법은 ‘기후전문위원회(Expertenrat für Klimafragen)’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후전문위원회는 기후, 경제, 환경, 사회 문제 분야 등에서 학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5년, 1회 연장이 가능하다. 동등한 성 대표성을 보장하고 비밀투표를 통해 총 5명의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선출한다. 연방정부는 기후전문위원회의 운영 비용을 부담하지만, 이 위원회는 관료조직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한편, 2021년 4월 29일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기후행동 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이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하여 2030년까지 허용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연방기후보호법의 조항과 연방정부의 기후 목표가 양립할 수 없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연방기후보호법은 2030년 배출량 목표를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으로 의무화하였으며, 해당 기간 연도별, 산업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31 ~ 2050년 간 상응하는 규정들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2031년 이후 미성년자들인 심판청구인들이 높은 감축 의무를 강요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인해 의회는 2030년 이후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하여 상세히 규정한 조항을 2022년 12월 31일까지 제정해야만 했다.
이에 독일 연방정부는 2 주 후인 5월 12일 기후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하였으며, 6월 25일 연방의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2030년, 2040년 배출량을 각각 1990년 대비 65%, 88%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2045년 넷 제로, 그리고 2050년 이후에는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2021년 8월 29일 연방의원들은 연방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연방기후보호법을 강화하여 새로운 EU 목표와 일치시키고, 탄소중립 시기를 2045년으로 앞당기기로 한 정부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하고, 그 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Bundesverfassungsgericht, 2021).
탈석탄법은 탈석탄 목표, 단계별 석탄 화력 발전설비 폐지 규모와 시기, 그리고 미가동 신규 발전설비에 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먼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하여 2030년 배출량 1990년 대비 55% 감축, 2038년 목표를 발전 부문 100% 탈석탄화로 설정하였다. 이렇게 설정된 탈석탄 목표는 탈석탄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최종보고서 발표와 함께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연방헌법재판소는 탈석탄법의 목표와 감축 로드맵을 재조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음으로, 탈석탄법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단계별 폐지 용량과 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발전연료(무연탄, 갈탄) 종류에 따라 화력발전소의 폐지 일정을 다르게 설정한 것이 특징인데, 2019년 현재 무연탄 22.8GW, 갈탄 21.1GW 용량을 2030년까지 무연탄 8GW, 갈탄 9GW로 줄이고, 2038년에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명시하였다. 이때, 감축 폐지 용량 목표가 매년 같은 규모로 설정되어 갈탄 발전의 감축이 상대적으로 무연탄 감축보다 느리게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연방정부가 갈탄 화력발전소 폐지가 무연탄 화력발전소 폐지보다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Wettengel, 2020).
폐지 일정을 무연탄과 갈탄 종류별로 설정한 것은 두 연료 간 경제성 차이에서 기인하였다. 독일 총발전량에서 무연탄과 갈탄 비중은 1990년에는 각각 25.6%, 31.1% 2018년에는 각각 12.8%, 22.5%이었다. 2018년 기준 재생에너지 35%에 이어 갈탄은 두 번째 동력원이었다. 이렇듯 갈탄이 중요 동력원으로 경쟁우위를 가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Appunn, 2019). 첫째, 발전소 근처에서 채굴되어 생산비용이 저렴하였다. 둘째, 2018년 배출권 가격이 상당히 올랐으나, 시장에서 퇴출될 만큼 갈탄의 경제성은 악화하지 않았다. 셋째, 재생에너지의 유입으로 인해 도매 시장에서 전력 가격이 낮아지면서, 무연탄에 의한 발전은 경제성이 떨어진 반면 갈탄에 의한 발전은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2017년 당시 무연탄 평균 채굴 비용은 180유로/톤으로서 수입 무연탄(96유로/톤)보다 상당히 높았으며, 2018년 12월 이후 무연탄 국내 채굴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따라서 무연탄 화력발전 폐지는 경매를 통해 상대적으로 보상금 규모를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었지만, 갈탄 화력발전소의 폐지는 경매를 통한 보상금 규모 결정이 쉽지 않았다. 갈탄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전기발전사업자가 조기 폐지할 유인이 낮아, 경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보상금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26일 제20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치러졌으며, 12월 8일 연방의회 표결을 통해 사민당-자유민주당-녹색당의 연립정부로서 숄츠(Scholtz) 내각이 출범하였다. 녹색당은 연정의 조건으로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을 전제로 연정에 참여하였다. 구체적으로 연정합의서는 (1) 2038년에서 2030년으로 탈석탄 시기를 당기고, (2)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높이고, (3) 새 정부의 모든 부처가 정책 입안 시 기후에 대한 영향과 기후보호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새 연방정부가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대하여 보수 성향인 기민련의 미하엘 크레치머(Michael Kretschmer) 작센주 총리는 기존 2038년까지의 탈석탄 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특히 라우지츠 탄광지역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2038년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Meza, 2021). 반면 디트마 보이드케(Dietmar Woidke) 브란덴부르크주 총리는 지역경제와 노동자들에 대한 영향 없이 더 빠른 탈석탄이 가능하며, 브란덴부르크 탄광지역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유럽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Wehrmann, 2021), 빠른 탈석탄 시기에 대해 주요 주정부들의 입장이 다르게 나타났다.
한편, 광산·화학·에너지 산별노조 IG BCE (IG Bergbau, Chemie, Energie)는 2038년에서 2030년으로 탈석탄 시기를 당기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한 독일의 재생에너지협회 BEE (Bundesverband Erneuerbare Energie)와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IG BCE, 철강 산별노조(IG Metall)는 새 연방정부가 이전 정부와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할 것,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 그리고 일자리를 보호하고 창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3.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 논의 및 진행 현황
이 장에서는 독일의 석탄산업 구조조정 과정과 비교하기 위하여 먼저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간략히 정리한 후,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 현황을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활동에 초점을 두고 정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지 로드맵과 예상되는 문제들을 논의한다.
3.1.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구조조정
독일의 석탄산업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으나, 1950년대 초반부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1950년대 후반부터 2018년까지 점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1970년대 1·2차 석유 파동 등의 영향으로 석탄산업 육성정책을 시행하였으나, 1980년대 탄광의 심부화와 이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 가정 부문에서의 연료 교체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Yoo and Kwon, 2013). 특히, 1986년 국제 유가 하락은 연탄의 경쟁력을 매우 감소시켰으며,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위한 재개발 등 도시환경 정비, 1987년부터 LNG 도시가스 보급, 소득 수준의 향상 등으로 지속해서 증가해오던 무연탄 수요가 1986년 이후에는 감소하였다. 이는 탄광회사들의 경영과 고용을 악화시켜 폐광 탄광이 증가하였다. 예를 들어, 1987년 363개였던 탄광이 1988년 347개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1988년 347개였던 탄광 수는 2012년 5개로, 생산량은 2,429만 톤에서 209만 톤으로, 근로자 수는 62,259명에서 3,808명으로, 석탄의 1차 에너지소비 비중은 15.2%에서 0.4%로 감소하였다. 그리고 2020년에는 2012년 대비 탄광 수는 1개, 생산량은 107.1만 톤, 근로자 수는 2,359명이 추가적으로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생산량 감소폭보다 수요량 감소폭이 더 커서 석탄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MOTIE, 2021a). 현재 석탄산업은 우리나라에서 자급자족하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은 산업정책으로만 다루어졌다. 그 결과 탄광이 위치하던 대부분 지역이 경제 침체를 겪었으며, 특히 탄광 대다수가 위치해 있던 태백시와 정선군 등은 인구 유출로 인한 인구 감소 등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탄광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로부터 거센 저항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1995년 2월 27일부터 3월 3일 동안 사북에서 발생한 실직 광부와 지역주민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었고, 그 결과 3월 3일에는 정부와 주민 간에 (1) 탄광개발 특별법 제정, (2) 향후 5년 동안 지역 탄광의 석탄 생산량 1백70만으로 유지, (3) 개발촉진지구 지정, (4) 차질 없는 탄광지역 진흥사업 추진, (5) 고한 및 사북지역에 2백 40억원 융자지원의 5개 항을 합의하였다. 그리고 사북지역의 저항의 결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리조트 개발을 각종 인허가 과정을 생략하고 정부가 지원을 할 수 있게 한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었다(1995년 12월). 이 법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설립을 포함하였는데 현재의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가 되었다.
1999년 12월 12일부터 23일에는 태백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다. 태백시는 1987년 12만 명에서 1997년 6만 명으로 인구가 50% 감소하였으며, 탄광노동자 수는 1986년 44개 탄광의 1만 8,675명에서 1996년 3개 탄광의 3,674명으로 감소할 정도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소위 ‘12·12투쟁’을 통해 (1) 2000년도부터 10년간 석탄가격지원금 1조원 보장, (2) 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효과가 있는 대체산업재원 정부 부담 명시, (3) 공공 및 민간연수원 유치 검토, 온천개발 소요재원 부담, (4) 원안대로 폐광지역 진흥지구 공공부문 개발사업 추진, (5) 태백시 대표와 정부 관계부처 차관회의 정례화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후속 대책으로 탄광지역개발사업을 시작하여 인프라와 관광, 산업단지 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하였으며, 석탄가격 관련 지원금도 감소분만큼을 정부가 추가 보조하기로 하였다.
Table 1은 2016 ~ 2020 국내 석탄산업 재정지원 현황을 보여준다. 석·연탄 생산과 소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예산은 2016년 3,526억 원에서 2020년 2,835억 원으로 수요 감소와 보조금 축소에 따라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생산 지원은 석‧연탄 수요의 감소와 최고 판매가격 인상3) 등에 따른 지원 단가 감소로 2016년 2,028억(석탄 829억, 연탄 1,199억)에서 2020년 914억(석탄 509억, 연탄 405억)으로 감소하였다.
소비 지원은 무연탄 발전 지원과 저소득층 연탄 보조로 구성되는데, 각각 발전용 석탄 배정량 증가와 가구당 연탄 지원 단가 인상으로 인해 증가하는 추세이다. 먼저 무연탄 발전 지원은 2016년 15억 원에서 2020년 151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국내 무연탄 사용 발전사업자에게는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를 전력산업기반기금를 이용하여 보전해주고 있다. 저소득층 연탄 보조는 2016년 189억 원에서 2020년 293억 원으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저소득층 가구당 지원 단가가 2016년 24만 원에서 2020년 47만원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3.2. 문재인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논의 현황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작성은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된 사회비전 포럼으로 시작되었다. 파리협정 하에서 당사국은 2020년 말까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EDS)을 제출하게 하는데, 이 보고서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는 총 69명의 기후·에너지 전문가들로 총괄분과와 6개 분과(전력,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산림·폐기물, 청년)로 구성된 사회비전 포럼을 운영하였다. 해당 포럼은 5개 기본 시나리오 및 탄소중립까지 포함한 추가 시나리오 안을 마련하였으며, 이 시나리오 초안들은 2020년 진행된 설문조사와 심층 토론회, 국민 토론회 등 국민적 논의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었다.4)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국회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으며,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당월 말 2050 탄소중립 목표가 담긴 LEDS를 UN에 제출하였다.
이와 함께 2021년 5월 29일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 이행, 평가 등의 총괄조정 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여 8월 5일 3개 안으로 구성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였다. 시나리오 1안은 2050년에 25.4백만 톤 온실가스 순배출량과 2018년 대비 96.5% 감축을, 시나리오 2안은 2050년에 18.7백만 톤과 97.4% 감축을, 그리고 시나리오 3안은 2050년에 100% 탄소중립 달성을 담고 있다. 이 3개 안은 석탄(화석) 발전 유무, 전기·수소차 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축산 관리, CCUS·흡수원 확보량, 수소 공급방식 등 주요 감축 수단들의 활용 정도를 다르게 조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친 후 2021년 10월 17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A안, B안의 두 가지로 구성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이 결정되었다. A안은 화력발전의 전면 중단을 포함하며, B안은 화력발전 중 석탄발전만을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한편 2021년 8월 31일에는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 체계를 법제화하였다. 탄소중립기본법은 (1)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하였고(제7조), (2)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할 것과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것을 규정하였으며(제8조), (3)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설치(제15조), (4) 기후변화영향평가 등 온실가스 감축시책 실시(제23조), (5) 기후대응기금 설치(제69조)를 규정하였다(MGL, 2021). 또한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하여 제2조의 13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ㆍ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말한다.”라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제7장 제47조부터 제53조까지 정부는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를 지정하며, 사업전환 지원, 자산손실 위험 최소화, 국민 참여 보장, 협동조합 활성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제도·시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Kim et al., 2022).
정의로운 전환 관련 정책으로는 2020년 7월 14일 정부는 고용·사회 안정망을 토대로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을 담은 제1차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된 방안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1년 후인 2021년 7월 14일 제2차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와 7월 22일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 발표에서야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된 구체적 방안들이 처음으로 공식화되었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석탄발전 폐지 감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함으로써 석탄발전 분야에 대한 정부의 현황 및 정책적 방향에 대한 인식을 공식화하였다.
3.3. 문재인 정부의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지 로드맵
2021년 10월 27일 국무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27.6백만 톤에서 2030년까지 436.6백만 톤으로 40% 감축하는 것으로 의결하였다. 이에 따르면, 석탄발전 비중은 2018년 41.9%에서 2030년 21.8%로, LNG 발전 비중은 같은 기간 26.8%에서 19.5%로 줄어드는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2%에서 30.2%로 증가한다. 기존 2020년 12월에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목표는 2030년까지 24기 석탄발전소 폐지와 추가적인 석탄발전량 제약을 가정한 목표 시나리오에서 석탄 29.9%, LNG 23.3%, 신재생에너지 20.8%이었다.
Table 2는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사와 협력사의 고용변화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보령 1·2호기가 폐쇄됨에 따라 발전사 노동자 139명은 전원 재배치되었으며, 협력사 노동자 146명은 124명이 재배치, 6명은 정년 퇴직, 그리고 16명은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폐쇄된 발전소의 노동자들이 거의 대부분 재배치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재배치가 용이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를 충청남도 내 석탄 화력발전소의 직접 및 간접고용 현황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Table 3 참조).
먼저 한국중부발전 보령 1·2호기의 고용 인원을 살펴보면, 발전사 노동자의 수가 2019년 140명과 2021년 139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아직까지는 보령 3 ~ 8호기가 가동 중이기 때문에 자연 감소 또는 채용 동결을 통해서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으나, 폐지되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많아질수록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가동 중지 후 LNG 발전소로 전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차이와 기술발전으로 인해 필요 노동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생각하면 재배치 외에 조기 퇴직제도 등 다른 방법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Table 1처럼 발전소 폐지에 따른 고용변화만을 고려한다면, 기술지원처와 지원부서 등 발전소 운영을 지원하는 부서의 고용변화를 놓치면서 과소 추정할 수 있다. 정리하면, 발전소의 정규직 인력만을 고려할지라도, 발전소 폐지의 초기에는 기존 발전소의 일자리로도 재배치 필요 인력들을 감당할 수 있지만, 폐지되는 발전소가 많아질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다음으로, 협력사 노동자의 수는 2019년 186명, 2021년 146명으로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를 추산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특히 석탄발전의 가치사슬 상에서 상·하류에 위치한 회사들, 예를 들어 석탄발전소의 오버홀(overhaul) 담당업체, 석탄 및 기타 원료의 하역 담당업체, 석탄재 처리/활용 업체까지 고려하면 영향을 받는 노동자를 추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발전소 폐지에 따른 불이익은 결국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협력사 또는 상·하류 회사에 속한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연료·환경 운전 분야와 경상정비 분야의 협력사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8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연료·환경 운전 분야의 발전 5사 직접고용과 경상정비 분야의 한전KPS 재공영화를 권고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발전 5사의 최대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을 한전 자회사로 만드는 공공기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2023년 2월 현재 한전산업개발 대주주인 자유총연맹과 한국전력 간의 지분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한전KPS는 경상정비 노동자 직고용안을 수용하는 입장이었으나 탈석탄정책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와 인력 재배치 문제가 예상됨에 따라 직고용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가 본격화되면서 정규직화 논의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태백시와 정선군 등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었다. 1980년대와 90년대 구조조정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가동 중인 59기의 석탄 화력발전소 중에서 충청남도에 29기(49.2%), 경상남도에 14기(23.7%), 인천과 강원도에 각각 6기(10.5%), 전라남도에 4기(6.8%)가 있다. 따라서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영향은 충청남도와 경상남도 등의 순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으로 세금 수입 감소와 지역 일자리 감소 등으로 지역경제의 악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석탄산업과는 달리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동시에 그리고 동일한 비중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의 고용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처럼 지역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최소한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 이전의 지역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체 사업의 성공적으로 유치·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주민과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지자체 수준의 거버넌스(2050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하 지방위원회)의 조기 설치가 필요하다. 지방위원회를 통해 지역 수준의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도출하고, 이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대구시가 남동발전의 LNG 발전소를 유치하는 데 동의했지만, 지역의 환경오염 등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2021년 3월 유치를 철회한 사례는 LNG 발전소 대체 계획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LNG 발전소 또한 폐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체 계획 역시 변화할 수도 있기에 지방위원회를 통한 대체 산업에 대한 합의 도출과 유치·운영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4. 독일과의 비교 및 시사점
4.1. 독일과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 비교
지금까지 살펴본 독일의 석탄산업 구조조정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58년 석탄 위기가 본격화된 후 1968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였다. 둘째, 이렇게 진행된 구조조정은 연방정부, 석탄산업이 중심인 주 정부, 석탄회사, 그리고 노동조합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 유지 및 재배치, 일자리 전환, 조기 은퇴와 이에 따른 연금수령 문제뿐만 아니라 90년대 이후 낙후된 지역 인프라와 환경생태계 복원을 위한 환경산업 육성과 지역의 전환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Park et al., 2023). 셋째, 연방정부가 기업과 노동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였다. 구조조정이 일관되게 진행되었지만 60년 동안 천문학적 금액의 재정이 투입되었다는 점에서 비용 효율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존재한다.5)
2018년 탈석탄위원회가 제시한 6개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석탄산업이 중심이었던 낙후 지역들을 디지털화와 기후 보호를 중심으로 한 사회-생태학적 시장 경제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1958년부터 시작된 석탄산업 구조조정의 연장선으로서의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 로드맵을 그 근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의 정의로운 전환은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단순히 기존 일자리에서 질적으로 동등한 일자리로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낙후 지역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재개발 프로젝트의 부분으로 볼 수 있다(Park et al., 2023). 낙후 지역의 산업구조 재편 없이 진행되는, 양질의 일자리 없는 정의로운 전환은 지속적이지 않으며 낙후 지역은 더 낙후된다. 이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노동자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경제와 R&D, 혁신과 디지털화, 공익 서비스, 문화와 관광, 인프라 및 이동성 분야에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지 로드맵을 법제화한 탈석탄법과 석탄지역 구조강화법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주요 항목들에 대해 예산 및 집행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여 탈석탄 로드맵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총선 이후에도 탈석탄 과정은 메르켈 총리하에서 예정되었던 로드맵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며, 적어도 이전과 일관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탈석탄위원회가 비교적 짧은 기간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최종보고서 형식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무연탄·갈탄 산업의 구조조정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2018년을 무연탄 탄광 폐지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둘째, 석탄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무연탄·갈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에 대한 폐지 방안들에 대한 논의도 상당히 진척되어 있었으며, 정치적 합의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무연탄·갈탄 산업의 구조조정 사례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탈석탄위원회가 그러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큰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앙정부, 환경단체, 전문가 그룹과 노동조합, 사용자, 지역 정치인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존재하여 파리협정보다 낮은 수준의 탈석탄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지만, 이는 2021년 4월 연방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판결을 통해 재설정하게 되었다. 즉 공적 영역에서 (암묵적 담합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 법원이 성공적으로 견제했다는 점에서 독일의 탈석탄 사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사례에 대비되는 한국 석탄산업 구조조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통하여 압축적으로 10년여에 걸쳐 구조조정을 실행하였다. 둘째,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관점으로 석탄산업을 구조조정을 진행하였으며, 석탄회사와 노동조합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부족하였으며 지역에 대한 영향 또한 고려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집단적 저항에 직면하였다(Lee et al., 2022). 셋째,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였으며, 당시 관점으로는 비용 효율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역경제의 몰락과 이에 대한 보상, 그리고 현대적 관점의 지역개발이 2010년대 이후에 진행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따라서 비용 효율적이지 않게 되는 시점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전히 산업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진 석탄산업 구조조정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 로드맵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됐는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50 탄소중립 로드맵과 관련된 정부의 거버넌스와 정책 방안, 그리고 법제화 등 일련의 과정이 시간상으로 일관된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지는 이미 시작하였으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지방위원회 등 거버넌스의 의사결정과 연계되지 않고 발전공기업의 개별적인 인력 재배치와 정부의 재정지원이라는 별개의 문제로 국한되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원칙, 일정, 범위, 조건 등을 향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Korean Government, 2021). 석탄발전 폐지·감축을 위한 정책 방향(MOTIE, 2021b)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였으나, 탈석탄 로드맵의 전체 틀 속에서 이행되고 있지 않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성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과 함께 노동계는 이러한 방안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6)
4.2.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주는 함의
독일의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 과정, 즉 석탄산업의 구조조정부터 탈석탄위원회 활동, 그리고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한 법제화 등 일련의 과정들은 정의로운 전환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전 세계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탈석탄 과정은 크게 2가지 점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다소 강압적으로 진행되었다는 평가가 있지만(Park, 2010), 석탄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어 석탄화력발전에 있어 국내 석탄산업에 대한 의존이 낮았다. 둘째, 독일은 석탄 화력발전소가 민간 소유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발전공기업 소유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탈석탄 과정과 관련된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범위가 넓지 않다는 것과 정부 주도로 합의를 쉽게 도출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특히 폐지 발전소에 대한 보상 문제없이 정의로운 전환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중반부터 당면한 탄소중립 과제에 대해 여러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공론화 유예로 인해 탄소중립을 위한 법제화는 탄소중립기본법만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 방안의 수립 및 실행이 늦어지고 있다. 특히 2017년 7월 영동 1호기로 시작, 석탄 화력발전소 총 10기의 폐지 문제가 2050 탄소중립 과제와는 별개로 발전공기업의 개별적 사안으로 다루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2050 탄소중립 공론화 과정과 면밀히 결합하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탈석탄 과정에서 발전공기업 주도로 성공적인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고려할 요소들을 독일 사례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의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였으나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와 이 목표들을 5년마다 재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변경하거나 새로 설정할 것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다. 2030년부터 2050년까지의 중장기 및 연도별·부문별 감축 목표들이 “진전의 원칙”을 따를지라도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독일은 연방기후보호법에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명시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게 되어 있어,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또한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대통령령이 아닌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하여 일관되게 탄소중립 로드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독일은 탈석탄 과정에 드는 비용을 추정하여 법에 명시화하였다. 예를 들어, 탈석탄법에서는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재배치, 전직, 조기 은퇴 등 정의로운 전환에 소용되는 비용으로 48.1억 유로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무연탄·갈탄 화력발전소 폐지에 대한 민간발전업자를 위한 보상으로 단위 금액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석탄지역 구조강화법은 2038년까지 주요 탄광지역을 가진 주들에 대한 투자로 140억 유로를 연방정부와 주의 책임으로, 그리고 260억 유로는 연방정부의 책임으로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법적 구속력을 부여함으로써 보상 및 비용과 관련된 연방 및 주정부, 그리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여지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들과 이 방안들에 드는 예산 규모, 집행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활동과도 긴밀히 맞물려 있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구체화하면 독일의 사례와 같이 시행령이 아닌 탄소중립기본법 또는 다른 법의 형태에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주어진 기능을 더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구성 및 구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대통령 및 집권 정당의 교체에 영향을 받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 현재의 위원 구성 방식은 위원회의 독립적인 안보다는 정부안을 단순 승인하는 기구에 그칠 가능성이 내재하여 있으므로, 위원회가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구성 및 운영 방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들의 분야별 대표성 문제를 들 수 있다. 1기, 2기 구성 모두 노동은 과소 대표되어 있으며, 지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지역 안배도 부족해 보인다.7) 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이 규정한 사회계층의 대표성 반영(제15조제4항의 1)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이른 시간 내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확보하여 사회적 합의체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개별 위원들의 대표성 문제를 들 수 있다. 개별 위원들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해당 영역에서 어느 정도 대표성과 영향력을 가지는지 분명하지 않다. 이는 Hahn et al. (2020)이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의 대표성이 낮고, 참여자 또한 자신이 대표하는 구성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적 합의의 내용을 실행할 정도로 영향력이 부재”하다는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개별 위원들의 과거 경력과 활동 내용, 위원회에서의 역할과 활동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개별 위원들의 대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넷째, 향후 위원회 주도의 중요한 탄소중립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1기 시절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숙의 과정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이 결정되었으며, 이 최종안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시나리오 초안에서 최종안으로 확정되는 숙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주제별 발표는 공개하지만, 시민들의 숙의 과정이나 설문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결정하는 닫힌 생각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몇몇 위원들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해 이용당한다는 우려를 하고 사퇴한 사례들에서 나타났다(Choi, 2021).
마지막으로 독일 사례는 한국전력에게 탈석탄 및 탄소중립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함의를 제공한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탈석탄 및 탄소중립 과정은 기존 일자리 폐지에 따른 재교육과 재배치를 수반하는 구조조정 과정이며, 정의로운 전환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범위와 그 효력에 대한 신뢰는 한국전력과 노동조합 간 노사관계가 협력적(또는 대립적)인지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따라서 이들의 파트너십은 탈석탄 및 탄소중립 과정,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의 사회적 비용에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관계에 중요한 제도적 변화를 파트너십 강화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독일 석탄산업의 구조조정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합의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왔으며, 이는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1951년 석탄철강공동결정법 제정을 통해 감독이사회에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를 도입하였으며, 이 제도는 1955년 공동결정법 제정으로 2,000명 이상의 모든 기업으로 확대되었다. 사회적 수준의 공동결정제(즉 노사정 합의기구)가 기업 수준에서 노동자의 감독이사회 참여로 구현된 것이며, 이는 성격상 2022년 1월 11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와 성격상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독일과 비교하여 노동이사 수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지만,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이 회사의 경영전략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시각에서 노동이사를 보다 실사구시적으로, 즉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경영진과는 다른 시각으로 회사를 위해 공헌하는 존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사회 참관제도와 관련하여 노사의 이견으로 시행되지 못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현장 안전관리 거버넌스 구축 등 노동조합과의 협력 토대를 넓히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떤 유능한 컨설팅 업체보다도 노동조합은 현장의 노동자 안전 관련 정보와 실행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만큼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1차적 책임을 가진 조직 또한 없다. 회사 경영진 주도로 안전 관련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사고예방 실행력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 안전을 위한 두 방향의 노력이 시너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사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5. 결론
기후변화 대응은 시대적 흐름이며, 화석연료, 특히 석탄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구성원에 대한 공평한 배려는 온전한 사회 구성을 위한 보편 원칙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의 정치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탈석탄 정책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 없이 하달식 의사결정에 따라 수립·추진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일시적 보상이나 예외 적용과 같은 수동적인 방식이 아닌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지원과 관련 지역들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당연히 독일과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경제적, 역사적 환경이 같지 않기 때문에 독일의 사례를 맹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변화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 그리고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의 추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므로 가능한 해외의 모든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전제하에서, 본 연구는 독일의 사례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우리나라 또한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대통령령이 아닌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하여 일관되게 탄소중립 로드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확보하여 사회적 합의체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계층 측면에서의 대표성과 함께, 개별 위원들의 대표성 역시 높일 필요가 있다. 넷째, 향후 위원회 주도의 중요한 탄소중립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노동이사제 등의 제도를 통하여 탈석탄 및 탄소중립 과정에서 한국전력 등의 전력회사와 노동조합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한양대학교 교내연구지원 사업으로 연구됨(HY-2020-G). 또한 이 논문 또는 저서는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A8041836).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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