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경험자의 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Abstract
As climate change accelerates, the occurrence of natural disasters and their direct and indirect effects continue to increase. Frequent exposure to a sense of crisis can lead to anxiety, which can affect not only mental health, but also personal behavior. This study conducted an online survey of 2,000 Korean adults aged 19 ~ 65 years to determine if climate-change-related disaster experience was associated with an individual’s climate anxiety and pro-environmental behaviors. The results showed that 48.9% of respondents had experienced a disaster that had a significant impact on their lives, and their mean score on the Climate Change Anxiety Scale was 2.09 of 5, which was higher than the scores of climate-sensitive groups from previous studies in Korea. However, climate anxiety among the disaster-experienced respondents significantly supported pro-environmental behaviors as a mediating factor, with cognitive climate anxiety having a particularly strong effect on these behaviors. This suggested that climate anxiety can act in a positive way to promote concrete actions to adapt to climate change. People who had experienced disasters need active health protection and care because they are more likely to experience negative impacts of climate anxiety and to be vulnerable to post-traumatic physical and mental risks. As disaster experiences and subsequent reactions can be triggers for climate actions, it is necessary to find ways to provide them with psychological first aid and strengthen their emotional resilience.
Keywords:
Climate Change, Climate Disaster, Climate Anxiety, Pro-environmental Behaviors1. 서론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2024년에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인류의 최대 위험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2021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속도가 전보다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했다(IPCC, 2021; WEF, 2024). 최근 2023년 9월 전국 평균기온이 22.6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KMA, 2023), 2024년 여름 연이은 열대야와 기록적인 폭염으로 5월 ~ 8월 넉 달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약 2,700명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하였다(KDCA, 2024).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및 극단적 기후 현상도 연이어 발생하며, 그 횟수가 과거에 비해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다(Shin et al., 2023). 우리나라 트라우마 경험률 조사에 따르면, 자연재난은 조사대상자의 절반이 경험한 트라우마 사건으로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험률로 나타나(Chae et al., 2021), 개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기후 관련 재난과 재해 경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재난과 재해의 범주도 점차 늘어나, 2018년 ~ 2019년에 걸쳐 폭염과 미세먼지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범주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기후변화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영향을 유발한다(Bourque and Willox, 2014; Clemens et al., 2022). 최근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기후불안 등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IPCC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대리노출(vicarious exposure)의 일종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기후불안의 영향에 대하여 언급하기 시작했다(Cissé et al., 2022; Clemens et al., 2022). 또한, 기후불안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Chae et al., 2024; Innocenti et al., 2023).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재해 등으로 기후불안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기후불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Chae et al., 2024).
2023년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에 대한 국내 연구 동향을 스코핑 리뷰한 결과(Shin et al., 2023), 자연재해는 주로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발생하고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지속적으로 연구가 수행되었다. 그러나 재난경험자의 정신적 영향이나 기후불안 수준에 대한 평가는 아직 국내에서 수행된 바가 없다. Chae et al. (2024) 연구에서는 기후불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순기능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기후불안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병리학적 문제 또는 질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재난경험 직후 기후불안 수준을 관리하여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기후 대응 및 적응 행동에 동참으로써 재난 경험으로 인한 영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재난 경험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 경험이 개인의 기후불안 수준과 환경친화적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2. 선행연구 고찰
2.1. 기후변화 및 기후재난 경험이 개인의 기후불안 또는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는 극단적, 급성의 기상 사건을 통해, 그리고 장기적 환경변화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 홍수, 태풍, 산불,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사건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 경험은 상해, 사망, PTSD의 위험을 높이며(Bourque and Willox, 2014), 기후불안을 촉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ajek and König, 2022,; Whitmarsh et al., 2022). 기저 정신질환자의 증상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폭력성이나 공격성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사막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장기적인 환경변화에 노출되면 인간은 슬픔, 불안,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Bourque and Willox, 2014; Ma et al., 2022).
기후변화에 대해 더 민감한 집단에 대해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기후위기를 더 걱정했고. 기후위기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좌절, 슬픔, 두려움, 분노, 무력감, 괴로움)을 더 경험했으며, 자연재해 이후 스트레스 증상, PTSD, 기타 정신건강 장애에 있어서 남성보다 더 흔하고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Harville et al., 2010; Stone et al., 2022). 한편, 저소득층은 취약한 건강상태, 낮은 이동성(mobility), 의료서비스에 대한 낮은 접근성, 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부족 때문에,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Bourque and Willox, 2014; Swim et al., 2011).
기후불안은 비합리적 사고에 근거한 일반적 두려움 또는 불안과 달리 합리적 사고와 실체가 있는 두려움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기후불안이 일반적인 정신질환의 증상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나, 불안장애 등의 다른 정신장애와는 상이한 것으로 구분되고 있다(Innocenti et al., 2023; Whitmarsh et al., 2022). 개인의 성, 연령, 교육수준, 결혼상태, 정치성향 등은 기후에 대한 불안을 인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Chae et al., 2024; Hajek and König, 2022; Heeren et al., 2022; Whitmarsh et al., 2022)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으면 불안 수준을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한다(Clayton and Karazsia, 2020; Reyes et al., 2023; Whitmarsh et al., 2022). 극단적 기상 사건,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직접 경험한 경우, 그로 인해 강제 이주를 경험했다면 기후불안에 쉽게 노출된다(Hajek and König, 2022; Whitmarsh et al., 2022). 특히 극심한 기상이변 등 기후재난 경험을 처음 겪은 경우, 심각한 기후불안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Alexander and Klein, 2009). 한편, 재난 생존자들은 앞으로도 자신들은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논의도 있다. 이 경우 재난은 드물게 발생하는 이상 기후현상일 뿐이라고 믿으며, 인간은 정상과 안전 상태를 지향하며, 점차 커져가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회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Marshall, 2018). 이처럼 기후변화가 개인의 불안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은 혼재되어 있고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2.2. 기후불안에 따른 기후변화 환경친화적 행동 양상
기후불안 자체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지 않으며(Jang et al., 2023), 개인의 인식과 행동에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미친다(Clayton, 2020; Innocenti et al., 2023).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촉진하게 된다. 환경친화적 행동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 또는 행동으로, 개인 차원의 기후 적응으로 볼 수 있다(Carman and Zint, 2020; Chae et al., 2024; Heeren et al., 2022; Simon et al., 2022). 집단적인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우울에 대한 보호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Schwartz et al., 2022).
중국, 인도, 일본, 미국 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기후불안 중 인지적 장애요인은 기후 대응 행동을 실천하는 데 일관되게 유의한 예측변수로 작용하였다(Tam et al., 2023).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사건 또는 재난 경험 직후에는 기후불안 수준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즉각적인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Bratu et al., 2022). 기후불안으로 인해 개인의 인식과 행동이 변화하기까지 일정한 시간 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Whitmarsh et al. (2022) 연구에서는 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에 전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절약, 물건 대여 등 상대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행동에는 기후불안에 의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후불안이 적당한 수준으로 나타나면 기후행동의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소포장 상품 구매 등 상대적으로 실천이 용이한 행동에 대해서는 오히려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기후변화를 절망적으로 인식하는 경우 기후불안이 부정적인 감정 및 정신상태, 걱정, 스트레스, 회피적 행동 양상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ingley et al., 2022; Stevenson and Peterson, 2016). 기후불안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심리적 고통, 우울, 과도한 불안 등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Innocenti et al., 2023; Reyes et al., 2023)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회피하게 되는데, 이를 환경마비(eco-paralysis)라고 일컫는다. 이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문제를 회피, 무관심, 과소평가하는 소극적인 대응 방식으로 환경친화적 행동과 환경적 효능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Ojala, 2013). 심각한 수준의 불안은 환경친화적 행동 등 기후 적응 행동 자체를 촉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Heeren et al., 2022). 이렇듯 기후불안은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개인의 행동이 상반된 양상으로 변화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준의 불안 관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후재난 경험이 개인의 인식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후불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기후 적응을 위한 행동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3. 연구방법
3.1.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방법
전국 만 19 ~ 65세 성인을 대상으로 2023년 7월 17일부터 7월 21일까지 5일간 구조화된 설문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온라인 방식에 대한 접근성과 참여가 낮은 아동·청소년, 노인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목표 표본 수는 2,000명이었으며,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19%p였다. 전체 표본은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2023년 6월 기준)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인구 구조를 반영하여 추출하되, 지역은 8개 권역으로 분류해 목표 표본을 할당했다. 이 조사는 전문 조사기관에 위탁하여 수행되었으며, 조사기관에서 구축한 온라인 패널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 URL을 발송하였다.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설치된 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제2023-77호).
조사의 목표 표본 수를 확보하고자 전체 패널 중 성·연령·권역에 비례하여 일정 크기의 표본을 구축하였고, 총 42,726명에게 메일을 발송하였다. 1차 발송 이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조사 종료 시점까지 2 ~ 3회 추가 발송하여 참여를 독려하였다. 성·연령·권역별 쿼터에 따라 참여율이 저조한 경우, 최초 표본 외에 추가 대상자에게 메일을 발송하였다. 그 뒤 조사 참여 및 시도를 한 대상자는 4,876명이었고, 이 가운데에 조사 참여 중 종료하거나 조사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연령 등 스크리닝 문항에서 탈락한 경우, 조사 표본의 쿼터(quarter)를 초과한 경우 등은 제외시켰다. 최종적으로 조사를 완료한 응답자는 2,000명이었다. 조사 내용은 기후변화 경험, 기후변화 관련 인지 경로, 기후변화 관련 인식 및 기후불안, 건강수준 및 상태,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인식 등으로 구성하였다.
3.2. 평가 방법
기후재난 경험은 홍수, 태풍/쓰나미, 산사태, 가뭄, 산불, 지진의 6가지 기상현상에 대해서 5년 내 경험을 조사했다. 6개 문항에 대한 경험 여부에서 ‘1회’ 또는 ‘2회 이상’으로 응답한 대상자를 경험이 있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상현상을 경험한 경우, 그 경험의 정신적 또는 재정적 영향 여부를 확인하였다. 이를 종합하여 기후변화 관련 재난 경험을 ‘경험 없음’, ‘경험은 있으나 중대한 영향 없음’, ‘경험이 있으며 중대한 영향 있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기후불안 수준은 국문으로 번안된 기후불안 척도(Korean Climate Change Anxiety Scale, K-CCAS; Jang et al., 2023)를 활용하여 측정되었는데, 도구는 인지적 불안(6개 문항)과 기능적 불안(7개 문항) 등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지적 불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인지적 또는 정서적 반응이며(‘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 때문에 집중하기 어렵다’ 등), 기능적 불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일상에서 겪는 기능적 어려움(‘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자기 어렵다’ 등)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없었다’, ‘드물게 그랬다’, ‘가끔 그랬다’, ‘자주 그랬다’, ‘거의 항상’ 등 5개 보기가 주어진다. 1(전혀 없었다) ~ 5점(거의 항상)이 부여된 문항별 값을 합산하여 점수가 산출된다. 전체 13개 문항의 점수를 모두 합산하여 총 기후불안 점수를, 하위 영역별 항목을 분리하여 합산한 인지적 기후불안과 기능적 기후불안 점수를 산출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걱정, 불안, 해결 가능성(희망), 무력감에 대하여 4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여기에서 묻는 ‘불안’은 국제적으로 타당도가 증명된 기후불안 척도와 달리, 국내 여러 인식도 조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돼 왔던 문항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 문항에서 ‘매우 걱정한다’ 또는 ‘걱정한다’로 응답한 경우 걱정이 있는 것으로, 그 외 응답은 걱정이 없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 문항에서 ‘매우 불안하다’ 또는 ‘불안하다’로 응답한 경우 불안한 것으로, 그 외 응답은 불안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 가능성(희망)과 무력감의 각 문항에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로 응답한 경우 기후변화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으로 또는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환경친화적 행동의 경우 앞서 언급한 기후불안 척도 중 ‘환경친화적 행동’ 영역의 6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전혀 아니다’ ~ ‘거의 항상’에 1 ~ 5점을 부여하고 문항별 값을 합산하여 점수를 산출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성, 연령, 교육수준, 결혼상태, 자녀 유무, 거주지역, 정치성향 변수를 활용하였다. 연령은 19 ~ 29세, 30 ~ 39세, 40 ~ 49세, 50 ~ 59세, 60 ~ 65세로 분류하였으며,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대학 졸업, 대학원 졸업으로 구분하였다. 결혼상태는 미혼, 유배우(기혼), 이혼/별거/사별로 구분하였다. 거주지역은 동/읍·면으로 분류하여 특성을 살펴보고자 하였고, 정치성향은 진보, 중도, 보수로 구분하였다.
3.3. 분석 방법
재난경험 정도에 따른 기후불안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기후불안 척도를 전체와 하위 영역(인지적 불안, 기능적 불안)으로 구분하여 평균값을 산출하였고, F검정을 실시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걱정, 불안, 희망감, 무력감)에 대해서도 재난경험 정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고자 카이제곱 분석을 실시하였다. 재난경험 정도에 따른 환경친화적 행동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F검정을 실시하였다. 재난경험자의 기후불안 수준에 따라 개인의 인식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지(Baker et al., 2021; Heeren et al., 2022; Reyes et al., 2023; Stevenson and Peterson, 2016)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에 재난경험 수준(독립변수)이 환경친화적 행동 실천(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불안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단순매개모형을 토대로 한 경로분석을 실시하였다. 매개효과는 Hayes (2013)의 PROCESS macro Model 4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최적의 모형을 선정하기 위하여 전진(forward), 후진(backward), 단계적(stepwise) 변수 선택 방식을 모두 활용하여 유의한 변수를 확인하였고, 최종 분석모형에는 성, 연령, 정치성향, 혼인상태, 우울 수준을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4. 연구결과
4.1. 재난경험 수준에 따른 일반적 특성
전체 응답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이 51.0%, 여성이 49.0%였으며, 평균 연령은 43.8세(±12.3세)였다. 교육수준은 대학을 졸업한 경우가 7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고, 결혼상태는 미혼 37.8%, 배우자가 있는 경우 55.8%, 이혼/별거/사별 6.4%였다. 배우자가 있거나 이혼/별거/사별한 경우 중 자녀가 있는 경우는 85.8%였다. 거주지역은 동 거주자가 90.2%로 대부분의 응답자가 도시지역에 거주했으며, 정치성향은 중도가 62.0%로 가장 많았다. 최근 5년 이내 기후변화 관련 재난을 경험한 사람은 81.9%였으며, 그 경험이 정신적 또는 재정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경우는 48.9%이었다.
4.2. 재난경험 수준에 따른 기후불안 및 기후변화 인식
기후불안 척도로 기후불안 수준을 확인한 결과, 평균 점수는 1.90점이었다. 기후불안 척도를 인지적 영역과 기능적 영역으로 구분하여 평균값을 살펴본 결과, 인지적 영역(2.02점)이 기능적 영역(1.79점)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재난을 경험한 경우는 기후불안 평균 점수가 2.09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 재난을 경험하였더라도 유의미한 영향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는 세 집단 중 기후불안이 가장 낮았다(1.69점). 이러한 차이는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F=49.89, p<0.01). 사후검정 결과,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경험을 한 경우의 기후불안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하였고, 재난 경험이 있더라도 중대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한 응답자와 경험이 없는 응답자 간 기후불안 수준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위영역별로 살펴보았을 때 각 영역별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전체 평균 점수와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재난 경험으로 인해 중대한 영향을 받은 경우 인지적 기후불안(2.22점)이 기능적 불안(1.97점)보다 더 높았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93.3%)과 불안감(90.8%)은 대부분의 응답자가 체감하고 있었다. 반면, 기후변화로 인한 무력감은 절반 정도의 응답자만 느끼고 있었고(54.2%),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감을 갖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65.7%).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적인 불안(F=23.694, p<0.01), 무력감(F=21.324, p<0.01)에 있어서는 재난경험 수준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재난 경험에 대해 중대한 영향이 있었던 경우,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았다. 특히, 불안감에 대한 인식은 앞서 살펴본 기후불안 척도 점수의 경향과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4.3. 재난경험 수준에 따른 환경친화적 행동
전체 응답자의 환경친화적 행동 점수는 평균 20.8점이었고,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재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평균 21.4점이었다. 재난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경우, 환경친화적 행동 수준이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F=25.645, p<0.01). 사후검정 결과, 재난경험이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따른 환경친화적 행동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4.4. 기후불안 수준에 따른 재난경험자의 환경친화적 행동
재난경험 수준, 기후불안 수준, 환경친화적 행동 간의 연관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매개분석을 실시한 결과, 재난경험 수준은 환경친화적 행동에 0.8272만큼 직접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나, 기후변화의 직접적 경험이 환경친화적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재난경험이 기후불안 수준에 미치는 영향은 0.0952, 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0.7770로 각각 유의하였고, 기후불안을 매개로 한 간접적 효과는 0.0740이었다. 기후재난 경험이 개인의 환경친화적 행동을 유도하는 전체 영향 중 8.2%가량이 기후불안을 통한 간접효과에 의해 촉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Proportion Mediated = 0.0821).
재난경험 수준이 환경친화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상세히 파악하기 위하여, 이를 하위 영역인 인지적 기후불안과 기능적 기후불안으로 구분하여 매개분석을 실시하였다. 재난경험이 인지적 기후불안에 미치는 영향은 0.1213, 인지적 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1.1738로 각각 유의하였고, 인지적 측면의 불안감을 매개로 한 간접적 효과는 0.1424이었다. 이는 전체 기후불안 점수에 비하여 2배 가량 높은 값이다. 재난경험이 개인의 환경친화적 행동을 유도하는 전체 영향 중 15.8%가량이 인지적 기후불안을 통한 간접효과에 의해 촉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Proportion Mediated = 0.1580). 반면, 기능적 기후불안의 직접 및 간접 효과가 모두 유의한 것으로 확인하였으나, 간접적 효과의 크기는 0.0222로 인지적 기후불안에 비해 그 크기가 상당히 작은 것을 확인하였다.
5. 고찰
5.1. 주요 연구결과 요약 및 논의
이 연구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난 경험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 경험이 개인의 기후불안과 환경친화적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기후불안이 필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후재난 경험자의 기후불안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이 연구는 재난경험자의 기후불안 수준을 파악하고, 재난을 경험하였더라도 기후불안이 적절히 작용하면 환경친화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 연구의 조사 결과, 최근 5년 동안 기후변화로 재난을 경험한 우리나라 국민은 81.9%였으며, 이 중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경험을 한 경우는 48.9%였다. 정신적 또는 재정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후재난을 경험한 사람의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2.09점으로, 국내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우리나라 기후불안 평균 점수 1.49점(Jang et al., 2023), 1.90점(Chae et al., 2024)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재난 경험을 한 경우, 인지적 기후불안 2.22점, 기능적 기후불안 1.97점으로 특히 인지적 불안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Chae et al. (2024)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대(2.02점), 남성(1.98점) 등의 집단이 타 인구집단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후불안을 보였는데, 재난 경험의 충격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집단적 특성보다 불안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무력감, 불안감과 같은 감정을 다른 집단에 비해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어, 재난 경험이 개인의 감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는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조사 시행 이틀 전인 7월 15일에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참사로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Chae et al. (2024)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관련 재난을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매스컴 등을 통해 노출되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 또한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사건 발생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적절한 조사 시점을 다시 찾기는 어려웠다. 일정 기간이 지나더라도 그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 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추가적인 정보가 또 다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시점에서 동일 척도를 통해 재난경험자의 기후불안 수준을 측정한 연구는 부재하여 비교할 수는 없으므로, 향후 기후불안을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재난 발생의 영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면, 재난을 경험하였지만 유의미한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1.69점)은 재난 경험이 없는 사람들(1.76점)에 비해 오히려 불안 수준이 낮았으며, 인지적, 기능적 기후불안에 있어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Whitmarsh et al. (2022)의 연구에서는 직접 경험 여부에 따라 기후불안의 차이가 없다고 하였으며, 그 재난으로 인해 부정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기후불안으로 나타나게 됨을 지적하였다. 재난 경험과 기후불안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Chae et al., 2024),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재난을 경험하면 경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기후불안 점수가 약 6.8배 더 높았다. 재난을 경험했지만 충격이 없는 경우에는 재난 경험이 없는 경우와 기후불안 수준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재난 생존자들이 재난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유사하다(Marshall, 2018). 즉, 재난으로 인해 개인의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받지 않았거나 회복한 것이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난경험자의 기후불안 수준에 따른 환경친화적 행동을 분석한 결과, 인지적 기후불안(전체효과 0.9012, 간접효과 0.1424, 전체 영향 중 15.8%)과 기능적 기후불안(전체효과 0.8790, 간접효과 0.0222, 전체 영향 중 2.5%) 모두 매개적 요인으로써 환경친화적 행동을 촉구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하였으나, 기능적 기후불안의 경우 영향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 연구에서는 기후불안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촉진하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선행연구의 결과(Chae et al., 2024; Clayton, 2020; Innocenti et al., 2023)와 상응한다. 중국, 인도, 일본, 미국 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기후불안 중 인지적 장애요인은 기후 대응 행동을 실천하는 데 일관되게 유의한 예측변수로 작용하였는데(Tam et al., 2023), 이 연구에서도 인지적 불안이 적응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능적 수준의 불안이 있는 경우 수면장애가 있거나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환경친화적 행동과 같이 적응의 양상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즉, 재난 경험과 더불어 일상적 기능의 취약성이 중첩되어 환경친화적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하였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5.2. 정책적 시사점 및 제언
IPCC 제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영향과 기후불안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IPCC, 2021).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또는 재해를 경험한 경우, 그 경험이 일상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기후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고려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근거로 5년마다 수립되는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제3차(2021 ~ 2025)까지 진행되고 있고,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강화 대책(2023 ~ 2025)이 2023년 추가 발표됐다. 이 대책에서는 ‘기상·기후재난(홍수, 폭염)으로 인한 정신질환 증가’, ‘대기오염에 의한 정신질환 증가’를 건강 위험에 포함하고 있다(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2023). 한편, 정신건강과 관련한 정책적 측면에서는 재난에 따른 심리지원을 관련 정책으로 볼 수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뚜렷하다고 보기는 어렵다(Chae et al., 2023).
정신적, 신체적 건강 회복을 위한 보건복지 지원 체계를 지속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난 경험으로 야기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조사 체계가 중요하다. 즉, 재난 경험자들의 건강 문제, 보건복지 수요, 회복 수준 등에 대한 현황과 변화에 대한 기초자료를 구축하여 정신건강 피해에 대한 완화, 적응 정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호주는 재난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지원 정책이 비교적 빨리 발달한 국가인데, 이는 호주가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 데에서 비롯되었다(Chae et al., 2021). 호주의 국립 위기사건 및 트라우마대응센터(The National Critical Care and Trauma Response Centre, NCCTRC)에서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정신건강 접근 방식에 대한 ‘국가재난 정신건강 및 웰빙 프레임워크(National Disaster Mental Health and Wellbeing Framework)’를 개발했다. 프레임워크는 재해를 겪는 과정과 겪고 난 이후의 정신건강서비스 제공과 건강한 정신건강과 웰빙을 지원하기 위한 커뮤니티 재건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재난으로 인한 정신건강 지원 시 특정 그룹에서 재난과 관련된 정신질환을 경험할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취약계층 중에는 재난이 심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 재난 이전에 정신질환 또는 장애가 있었던 사람이 포함된다(NMHC, 2023). 국내에서는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재난피해자 패널을 구축하고 추적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2015 ~ 2018년). 기존 재난경험자 추적조사에서는 태풍, 호우, 화재, 지진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폭염 등의 항목을 포괄하여 재난경험의 범주를 넓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체건강, 심리적 상태와 더불어 기후불안 등과 같이 기후변화에 특화된 심리적 척도를 활용하여 재난경험자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살펴보았듯, 기후불안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심리적 고통, 과도한 불안 등 부정적 상태를 경험하게 되고(Innocenti et al., 2023; Reyes et al., 2023), 심각한 수준의 불안은 기후 적응을 위한 행동 자체를 촉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Heeren et al., 2022). 이는 재난경험자의 건강 보호와 동시에 행태 차원의 정책적 중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수, 시간적으로 가까운 폭염 등의 재난을 경험한 경우는 이를 경험한 직후에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 변화가 일어나기 쉬우며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성향인 경우 그 변화의 폭이 더 컸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실재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환경친화적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환경친화적 행동 사이에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동기부여, 완화에 대한 인지된 효능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환경친화적 행동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Rüttenauer, 2024). 한편, 기후변화 관련 경험은 인식을 통해 적응 행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그 경험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구체적으로 인지될수록 행동 실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재난을 경험하더라도 개인의 행동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Deng et al., 2017). 이러한 사실을 활용하면, 특정 자연재해를 경험한 경우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기후변화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으므로, 적응 행동을 유도하기 더 쉽다고 볼 수 있다. 재난경험과 개인의 실질적인 적응 행동 연관성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부재하므로, 우리나라 여건에 적합한 중재를 위해서는 재난경험자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겠다.
재난경험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현 시점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호주의 재난 트라우마 중재는 국가재난 정신건강 및 웰빙 프레임워크에 따라 공통적으로 접근하고, 재난 상황별로 맞추어 대응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사회적 혼란 수준(low ~ high)과 지역사회의 재난 회복 자원 수준(low ~ high)에 따라 매트릭스를 구축하여 중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Chae et al., 2023). 한편, 피닉스 오스트레일리아(Phoenix of Australia)는 호주의 국립 외상 후 정신건강센터로, 기후재난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을 관리하고 교육하기 위해 재난 정신건강 허브(Disaster Mental Health Hub)를 운영하고 있다. 재난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와 서비스를 재난 전 사전 준비, 재난 대응 중 및 직후, 복구(중장기) 등 단계별로 제공하고 있다(Phoenix Australia, [date unknown]). 지역사회 주민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재난을 경험한 직후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점이 돋보인다. 이처럼 기후재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의 정책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후재난 회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5.3. 연구의 한계점
이 연구의 조사는 단면 조사로 재난 경험과 기후불안, 환경친화적 행동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향후 연구에서는 재난경험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여 재난 경험의 시점(경험 직후, 6개월 이후, 3년 이후 등), 그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크기 등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완화 또는 적응 행동 양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아동, 청소년과 노인은 포함하지 못했는데, 온라인 조사 특성상 웹 접근성이 낮거나 문해력이 낮은 집단은 조사 자체에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체 성인의 기후불안 수준으로 일반화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6. 결론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에 따른 재난을 경험하는 빈도와 강도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누구든 재난경험자가 될 수 있다. 일상적인 위기감에 대한 잦은 노출은 기후불안을 초래하게 되며, 재난경험자는 불안감에 더 취약할 수 있기에 적극적인 건강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 연구의 조사에서 확인한 것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경험이 있더라도 기후불안과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상이하며,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 양상도 달라진다. 재난 경험과 그로 인한 부정적 반응은 구체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완화와 적응 행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자주 강도 높게 경험하게 될 때,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기후불안을 포함한 정신건강의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 적응 전략이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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