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기후행동 영향요인: 확장된 병행과정모델과 학습경험의 역할 검증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influencing factors of climate action among Korean general high school students by exploring psychological response profiles and learning experiences. Adolescents will experience the long-term impacts of climate change, and their attitudes formed during this stage provide a foundation for subsequent climate action. To account for developmental characteristics and differences in educational contexts among adolescents, this study targeted general high school students. Drawing on the Extended Parallel Process Model (EPPM), 360 students from general high schools in South Korea were classified into three distinct groups—apathy, fear control, and danger control—using cluster analysis based on perceived risk and self-efficacy levels. Students in the danger control group reported significantly higher levels of perceived climate action than those in the fear control and apathy groups, whereas no significant difference was observed between the latter two groups. Further analyses indicated that membership in the danger control group and out-of-school learning experiences were the only significant predictors of perceived climate action. These findings demonstrate that the EPPM can function as a key framework for explaining climate action. Moreover, out-of-school learning experiences positively predicted climate action even after controlling for psychological responses, highlighting the role of informal and non-formal learning in climate action. This study extends existing discussions of climate action by highlighting the importance of learning experiences beyond the classroom and provides empirical evidence that such experiences meaningfully enhance students’ climate action.
Keywords:
Climate Change Education, Climate Action, Learning Experience, Extended Parallel Processing Model1. 서론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로, 개인과 사회의 인식 변화, 의사결정, 일상적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복합적 사회 문제이다. 기후행동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완화 노력과 기후변화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적응 노력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포함한다(United Nations, 2020). UN은 지속가능개발목표 중 하나로 Goal 13: Climate Action을 수립하여 기후변화의 영향을 제한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며(UNSD, 2025), UNFCCC and UNESCO (2016) 역시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학습의 역할이 핵심적임을 강조하였다.
그간 개인 수준의 기후행동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메시지를 통해 위험에 대한 대응 행동을 취하도록 설득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다루어져 왔다. 위험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유발하여 태도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이론인 공포소구 이론 중 가장 널리 활용되는 이론으로 확장된 병행과정모형(Extended Parallel Process Model; EPPM)이 있다(Popova, 2011). EPPM은 개인이 위협 정보를 해석할 때 위험인식과 효능감의 수준이 상호작용하여 서로 다른 인식 및 정서적 반응을 산출한다고 설명한다. 다수의 기후변화 행동 관련 연구는 이를 뒷받침하여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이 기후행동의 주요 예측요인임을 보고해 왔다.
그러나 기후행동에 대한 위험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단일한 접근은 능동적 참여와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행동의 지속성과 내면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학습은 자연스러운 성숙 외에 지식, 기술, 태도, 행동 등을 포함한 인간 역량의 상대적으로 영구적인 변화를 의미하여(Gagné, 1985), 외부의 위험 메시지에 따른 반응을 넘어 개인의 인식과 실천이 개인 내면에서 장기적으로 형성되고 파지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각 학습경험이 개인의 내부에서 어떻게 맥락화되어 기후행동으로 발현되는지 역시 충분히 증명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대상인 청소년은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세대로서, 기성세대에 비해 더 오랜 기간 건강, 안전, 식량안보 등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도전을 마주할 것으로 전망된다(United Nations, 2012). 또한 청소년기는 외부 세계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형성되는 시기로, 이때 형성된 태도와 신념은 이후 성인기까지 상당 부분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 시기의 학습경험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행동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Bandura, 1986; Douglas and Wildavsky, 1982; Flanagan, 2013).
청소년 연구 시 청소년기 전반을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간주하기보다는 발달 단계와 교육 맥락의 차이를 고려하여 보다 세분화된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고등학생 간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학습의 차이를 비교한 연구에서 중학생은 기후개념에 대한 이해가 형성 단계로 완화와 적응을 혼동하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고등학생은 보다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다(Bofferding & Kloser, 2015). 또한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일반계와 직업계로 교육경로가 분화된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완화 의지의 발달 궤적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Vadén et al., 2025). 이처럼, 중학생 집단에 비해 추상적 사고가 충분히 발달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며, 고등학생 집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여 직업계고에 비해 비교적 동질한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일반고등학교 학생에 대해 우선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기후행동을 설명하는 심리적 반응 유형과 학습경험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확장된 병행과정 모형에 기반하여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의 조합에 따른 심리적 반응 유형을 도출하고, 이러한 유형과 학교 안·밖 학습경험이 인지된 기후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2. 선행연구 검토
2.1. 확장된 병행과정 모형과 기후행동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회 구조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적 위기이다. 이에 따라 개인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가, 즉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은 기후행동을 이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Stevenson et al., 2018).
위험인식과 효능감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대표적인 틀은 공포소구이론과 그 확장된 모형인 확장된 병행과정 모형이다(Witte, 1992). 공포소구는 메시지를 통해 수용자의 공포반응을 유발하여 태도 및 행동을 변화시키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Witte, 1994), 확장된 병행과정 모형은 개인이 위협적 메시지에 노출되었을 때 위협 인식과 효능감 인식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인지된 위협이 낮은 수준일 경우에는 효능감 수준에 상관없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반면, 위협이 높고 효능감이 낮을 경우 사람들은 공포를 회피하거나 메시지를 부정하는 ‘공포통제 반응’을 보이며, 위협과 효능감이 모두 높을 때는 권고된 행동을 수용하는 ‘위험통제 반응’이 유발된다(Fig. 1).
이 모형은 원래 보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개발되었으나, 기후 위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행동 변화를 설명하는 틀로 확장되어 왔다. Li and Huang (2020)은 기후변화 공포소구 메시지에서 인지된 위협과 효능감이 설득 효과를 결정하며 고위협·고효능 집단에서만 행동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고하였으며, Ma et al. (2023)은 개인적 위협과 집단적 효능감이 결합될 때 기후변화 완화 행동의도가 가장 높게 나타남을 제시하였다. Kim et al. (2018)은 심리적 거리감이 위험 인식을 매개하여 기후변화 완화 행동 의도에 영향을 미치며, 이 경로가 효능감에 의해 조절됨을 확인함으로써 위험 인식과 효능감의 상호작용이 행동 의도를 설명하는 핵심 기제임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선행연구들은 기후변화 맥락에서 확장된 병행과정 모형을 토대로 위험인식과 효능감의 상호작용이 행동 결과를 설명함을 실증적으로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주로 외부에서 전달되는 위험 메시지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중심으로 기후행동을 설명해 왔으며, 행동이 형성·유지되는 학습적 맥락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외부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를 통해 개인을 설득하여 특정 상황에서의 태도 변화나 행동 실행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두며(Flynn et al., 1998; Renn, 2008), 이러한 접근은 메시지 노출 이후 한시적 및 캠페인성 행동 반응을 설명하는 데 강점을 지닌다(OECD, 2016). 반면, 행동이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 내면화되는 과정은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기 어렵다(Ertner and Newby, 1993).
특히 기후변화 교육에서는 형식학습이 기초 지식과 인지적 이해를 제공하는 반면, 비형식·무형식 학습은 정서적 몰입과 행동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Monroe et al., 2019). Nguyen et al. (2020)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EPPM 모형을 적용하여 기후변화 행동을 분석한 결과, 위험 인식과 효능감이 도덕적 책임감과 사회적 규범 인식과 상호작용할 때 행동으로 연결됨을 확인하였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가치와 규범의 내면화가 기후행동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확장된 병행과정모형은 기후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심리적 경로를 설명하지만, 행동이 장기적으로 형성·유지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경험을 통해 의미를 구성하고 가치를 내면화하는 학습적 과정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2.2. 기후행동과 학습경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은 지식의 축적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학습자는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경험을 통해 의미를 구성하며, 그 경험의 유형은 학습의 깊이와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Falk and Dierking, 2000). 이러한 학습경험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자에게 제공되는 기후변화 교육이 실제 학습자의 개인 수준에서의 기후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학습은 그 환경과 맥락에 따라 형식, 비형식, 무형식 학습으로 구분된다(Eraut, 2004; Marsick and Watkins, 1990). 형식학습은 학교 교육과 같이 명시적인 목표, 평가 체계, 교과 구조를 지니며 제도적 권위에 의해 조직된다. 반면 비형식학습은 동아리, 캠프, 시민학습 프로젝트 등 프로그램화된 형태를 갖되 공식 제도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무형식학습은 일상생활 속 경험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비의도적 학습을 포괄한다(Falk and Dierking, 2013). 이 세 유형은 학습자의 참여 정도, 동기, 책임감, 피드백 구조에서 상호 다른 특성을 보인다. 학교라는 공간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 때, 학교 안 학습은 기초적 지식과 과학적 이해를 제공하고, 학교 밖 학습은 이러한 지식을 현실 문제와 연결해 의미를 부여한다(Eshach, 2007). 즉, 학교 밖 학습과 학교 안 학습경험은 대립적이기보다 상호보완적 관계로 보아야 한다.
2.3. 청소년 기후행동 관련 선행연구
청소년 기후행동에 관한 국내외 선행연구를 종합해보면 크게 소통 전략, 교육 및 학습 맥락, 그리고 개인·사회적 특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첫째, 소통 전략 측면에서 기후행동 유도를 위한 효과적인 메시지 구성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Parant et al. (2017)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행동 실천을 스스로 약속하게 하는 ‘결속적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병행할 경우,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Kim (2025)은 청소년의 기후변화 위험인식이 부정감정과 자기효능감을 매개로 기후변화 문제해결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통해, 단순한 위험 정보 제시만으로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고, 감정적 반응과 개인의 효능 신념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하였다. 또한 Lee (2024)는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이 기후변화 지식과 위험인식을 매개로 친환경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며, 단순 노출을 넘어 인지적 이해와 위험 인식을 강화하는 방식의 소통 전략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즉, 청소년의 기후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감정 반응, 효능감, 위험인식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교육 및 학습 맥락에서 청소년의 기후행동과 관련한 학교 안 및 학교 밖 활동에 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Kumar et al. (2023)은 형식교육과 경험적 학습을 결합한 통합적 접근이 효과적인 기후변화 행동을 이끌어내는 교육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Cebrián et al. (2025)은 학교 기후 시민의회와 같은 학교와 지방정부 간 공동 참여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활동에 대한 지속가능성 실천 의지를 강화함을 보고하였다. Littrell et al. (2020)은 지역 사회와 연계된 참여 활동 종료 1년 후에도 정보 공유와 행동 유지가 지속되는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졌음을 보고하였다. 국내 연구로, Hwang (2023)은 청소년들의 지역사회 정책 참여 활동이 기후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 행위주체성을 형성함을 제시하였다. 또한, Lee and Lim (2024)은 청소년들이 실천 중심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기후문제를 ‘자기문제화’하고, 또래와의 연대를 통해 개인적 실천을 공동체적 행동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후대응 행위주체성을 형성·발현해 나감을 제시하였다. 즉, 학교 안·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기후변화 학습경험을 통해 기후변화 행동에 대한 행위주체성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함을 보여준다.
셋째, 기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사회적 특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연구들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환경 옹호 활동 및 기후행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의지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Lehnert et al., 2020). 또한 가족 특성과 관련하여, Trott (2021)은 청소년의 기후 행동 참여와 부모의 환경 인식 간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특히 의사소통이 활발한 가족 환경에서 이러한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청소년의 기후행동은 성별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 가족 환경과 같은 사회적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선행연구들은 각 주제별로 의미있는 결과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러한 다양한 요인을 통합적 분석 틀 안에서 종합적으로 설명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특히 기후위험과 관련된 심리적 요인과 학습 맥락이 결합될 때 기후행동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드물다. 이에 본 연구는 확장된 병행과정모형을 적용하여 청소년의 위험 인식과 자기효능감에 따른 심리 유형을 도출하고, 이러한 유형과 학습경험이 기후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3. 연구방법
3.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한국 일반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한국 내 지리적 분포를 고려하여 층화군집비례표집 방식을 사용하였다. 자료 수집은 2021년 3월 29일부터 4월 9일까지 이루어졌으며, 총 10개 학교에서 405부를 회수하였다. 회수된 설문지 중 응답이 불완전하거나 극단값이 확인된 사례를 제외하고 총 365부를 분석에 활용하였으며, 결측치 처리 후 최종 360부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전체 응답자의 성별 비율은 남학생 53.2%, 여학생 46.8%였으며, 학년별 분포는 1학년 41.4%, 2학년 43.8%, 3학년 14.7%였고, 지역별 분포는 수도권이 전체의 55%, 비수도권이 45%로 나타나 실제 일반고등학교 학생 모집단 구성비와 유사하였다.
3.2. 조사 도구
본 연구의 조사도구와 도구별 신뢰도는 Table 1과 같이 나타나며, 총 46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인지된 기후행동은 Hwang (2009)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개발한 기후변화 완화 행동에 대한 태도 도구를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수정 및 타당화하여 활용하였다. 해당 도구는 “필요하지 않은 전기 제품은 꺼둔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등 실제 행동 수행 여부를 묻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어 평가적 신념을 측정하는 ‘태도’보다는 자기보고식 행동을 반영하는 특성이 뚜렷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원 도구명의 명칭과 달리 이를 인지된 기후 행동으로 재개념화하여 사용하였다.
다음으로, 학교 안 및 학교 밖 기후변화 학습경험은 Kim and Ryu (2010)의 과학경험 도구를 기후변화 맥락에 맞게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였다. 환경 및 교육 분야 전문가 3인의 내용타당도 검토를 거쳐 문항을 재구성하였다. 학교 안 학습경험은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수업시간에 질문하기” 등으로, 학교 밖 학습경험은 “SNS에서 기후변화 관련 게시물 읽기” 등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위험인식은 Leiserowitz (2006)의 도구를 한국어로 번안하여 사용하였다. 예시 문항은 “당신은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걱정합니까?”,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50년 내에 전 세계의 삶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지된 자기효능감은 White et al. (2011)이 개발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예시 문항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느낀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등이었다.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 성별, 학년, 지역을 조사하였으며 각각 남성, 1학년, 수도권 지역을 준거집단으로 더미코딩하였다.
3.3. 분석 방법
자료 분석은 R (Version 4.5.1)을 사용하여 수행하였다. 본 연구는 확장된 병행과정모형(EPPM)이 제시하는 이론적 반응 유형이 실제 자료에서도 구분되는지를 검증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에 따라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의 조합에 근거하여 개인의 인지·정서적 반응 유형을 도출하였다.
군집 수 설정에 있어서는 이론적 근거와 통계적 검토를 병행하였다. 먼저, Ward’s 방법을 활용한 계층적 군집분석을 실시하여 군집 형성 과정을 확인하였다. Ward 방법은 군집 내 분산 증가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집단을 병합하는 기법으로, 이론적으로 가정된 집단 구조가 자료에서 자연스럽게 구분되는지를 탐색하는 데 적합하다. 덴드로그램 상의 병합 단계와 군집 간 거리 변화를 검토한 결과, 세 개의 군집으로 구분되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EPPM의 이론적 구조를 고려하였다. EPPM에 따르면 인지된 위협이 낮은 경우 효능감 수준과 관계없이 메시지 처리가 활성화되지 않으며, 위협이 높고 효능감이 낮을 경우 공포통제 반응이, 위협과 효능감이 모두 높을 경우 위험통제 반응이 유발된다. 이에 따라 무반응 집단, 공포통제 집단, 위험통제 집단의 세 유형 구조를 이론적으로 가정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계층적 군집분석 결과와 EPPM의 이론적 가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3집단 구조(k = 3)를 최종 채택하였으며, K-means 방식을 통해 군집분석을 수행하였다.
또한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 변수가 서로 다른 척도로 측정되었음을 고려하여, 변수 간 분산 차이로 인한 가중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Z-score로 표준화한 값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세 군집 간 인지된 기후변화 완화 행동의 평균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고, 유의한 경우 Tukey’s HSD를 통한 사후검정을 수행하였다.
이후 도출된 군집과 학교 안 및 학교 밖 학습경험을 독립변수로, 성별, 학년, 지역을 통제변수로 투입하여 인지된 기후변화 완화 행동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OLS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범주형 변수는 군집은 무반응군, 성별은 남성, 학년은 1학년, 지역은 수도권을 준거집단으로 더미코딩하였다. 회귀모형의 기본 가정(다중공선성, 잔차 정규성, 등분산성)을 사전에 검토하였으며, 다중공선성 진단 결과 모든 VIF 값은 2 미만(1.04 – 1.31)으로 나타나 다중공선성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든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 검증은 .05 수준에서 수행하였다.
4. 연구결과
먼저 인지된 기후행동은 학교 안 학습경험, 학교 밖 학습경험, 위험인식, 자기효능감과 모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특히 학교 밖 학습경험은 학교 안 학습경험과 중간 수준의 상관을 보여, 두 학습경험이 일정 부분 연계되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험인식은 학교 밖 학습경험 및 자기효능감과 각각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자기효능감 또한 학교 밖 학습경험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Table 2).
이후 EPPM의 가정에 기반하여 k = 3으로 두고 군집분석을 한 결과 도출된 집단의 분포는 Fig. 2와 같다. Cluster 1은 전반적으로 위험인식이 낮은 집단(n = 114)으로, Cluster 2는 위험인식은 높으나 자기효능감이 낮은 집단(n = 98)으로 나타났다. Cluster 3은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이 모두 높은 집단(n = 148)으로 분류되었다.
세 군집 간 인지된 기후행동 수준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일원분산분석 결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F = 10.4, p < .001). 구체적으로,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이 모두 높은 Cluster 3는 다른 두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인지된 기후행동을 보였다. 반면 높은 위험인식과 낮은 자기효능감을 보이는 Cluster 2와 위험인식이 낮은 Cluster 1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Table 3). 이러한 결과는 확장된 병행과정 모형에서 제시하는 반응 경로와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모형에 따르면 위험인식이 낮을 경우(Cluster 1) 자기효능감의 수준과는 관계 없이 위협 자극이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위험인식이 높더라도 효능감이 부족한 경우(Cluster 2)에는 회피적·정서적 반응이 우세하여 실제 행동 수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 기후행동에 대한 차이분석의 사후검정 결과를 살펴보았을 때, Cluster 1과 Cluster 2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위험인식과 효능감이 모두 높은 경우(Cluster 3)는 위협 평가와 실행 가능성 평가가 모두 충족되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론적 구조와 실증적 결과를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는 Cluster 1을 무반응군, Cluster 2를 공포통제군, Cluster 3을 위험통제군으로 사후 명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인지된 기후행동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중다회귀분석 결과, 전체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F(8, 351) = 4.11, p < .001), 모형의 설명력은 8.5%로 나타났다. 독립변수별 효과를 살펴보면, 준거집단인 무반응군과 비교했을 때 위험통제군은 인지된 기후행동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B = 0.235, p < .001). 반면 공포통제군은 종속변수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 = .126). 학습경험 변인 중에서는 학교 밖 학습경험이 유의한 정적 영향력을 나타냈으며(B = 0.106, p = .019), 학교 안 학습경험은 유의하지 않았다(p = .873). 성별, 학년, 지역 변수 또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Table 4).
5. 결론 및 토의
이 연구는 한국 일반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확장된 병행과정모델에 기반한 심리적 반응 유형을 탐색하고, 도출된 군집과 학교 안·밖 학습경험이 인지된 기후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확장된 병행과정모형(EPPM)을 기후행동 맥락에서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위험인식과 자기효능감이 모두 높은 위험통제군은 다른 두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기후행동 수준을 보인 반면, 위험인식은 높지만 효능감이 낮은 공포통제군은 무반응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인식만으로는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고, “내가 기여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수반될 때 비로소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를 통해 동일한 학교 환경 내에서도 서로 다른 집단이 공존하며, 이러한 차이가 실제 행동과 의미있는 영향관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둘째, EPPM에 근거한 심리적 반응의 효과를 통제한 이후에도 학교 밖 학습경험이 인지된 기후행동의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험인식이 낮아 기후행동에 무반응하거나, 위험인식은 높으나 효능감이 낮아 즉 기후행동을 하는 데 회피반응을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학교 밖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학습을 많이 경험한 학생들은 인지된 기후행동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Bruin et al. (2025)의 연구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직접적·간접적 기후변화 관련 경험은 위험 대응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학교 밖 학습경험이 학생들의 실제 기후행동으로 이어지는 보다 즉각적이고 강한 경로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안과 학교 밖 학습경험 중 학교 밖 학습경험만이 인지된 기후행동에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상관분석에서는 학교 안·밖 학습경험 모두가 행동과 정적으로 관련되어 있었으나, 회귀분석에서 학교 밖 경험만이 독립적으로 유효한 영향을 보였다. 여기서 학교 안 학습의 효과가 유의하지 않게 나타난 것은, 학교 안과 학교 밖 학습경험이 구분되는 한국 교육과정의 맥락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Brutt-Griffler and Kim (2023)이 논의한 바와 같이 한국의 일반고등학교에서 형식 교육은 표준교육과정에 의한 시험 중심 수업으로 운영되어, 학습자 주도의 참여적 기후변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려워 학교 안 경험의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이처럼, 학교 안과 학교 밖 학습경험의 질적 차이는 기후행동 형성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경로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으나, 동시에 본 연구의 설계와 맥락에 따른 몇 가지 한계 또한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의 한계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연구 방향과 실천적 제언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한국 일반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집된 자료에 기반하고 있어 연구 결과를 청소년 전체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다만, 이는 대상의 발달 단계와 교육 맥락의 차이를 통제하여 비교적 동질한 집단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적 선택이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중학생 및 직업계고 학생을 포함한 분석을 통해 청소년 전반의 기후행동 측면으로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 모형의 설명력은 8.5%로 제한적 수준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기후행동 및 친환경 행동 관련 선행연구에 따르면 기후행동은 다요인적이고 상황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 특성으로 인해 모형의 설명력이 10% 이내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게 보고되는 경우가 존재한다(Lee, 2024; López-Bermúdez et al., 2025; Zong et al., 2025).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초점의 명확성과 분석 모형의 간결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부모 요인과 가정환경 변인을 포함하지 않았으나, 부모의 환경 인식, 가족 내 의사소통, 가정환경 특성 등은 청소년의 위험 인식과 효능감 형성에 영향을 미쳐 기후행동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Diekmann and Franzen, 1999; Grønhøj and Thøgersen, 2012; Trott, 2021).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정환경 요인을 포함한 확장 모형을 통해 청소년 기후행동의 설명 구조를 보다 종합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자료는 한국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던 시점에 수집된 것이다. 기후변화 교육과 학습자 참여를 강화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2027년부터 한국 내 일반고등학교에 전면 적용될 예정임에 따라, 학교 안 학습경험의 영향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후 연구에서는 개정 교육과정 환경에서 학교 안 학습경험의 영향이 확대되는지 비교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 변화라는 제도적 맥락 내 학생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하는 학습이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기후행동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의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실천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후변화 교육은 위험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 전략과 성공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위험 인식만으로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내가 기여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 함께 형성될 때 비로소 실천이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밖 학습경험이 독립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참여적·실천 중심 활동을 제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민과학 프로젝트, 지역사회 기후 정책 참여, 청소년 주도 캠페인 등은 학생들에게 보다 직접적이고 맥락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학교 안 교육 역시 지식 전달과 시험 중심의 수업을 넘어 참여적·실천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학교 안 학습의 독립적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형식 교육이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학습자의 주도적 참여와 행동 실천을 충분히 촉진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와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교실 내 수업에서도 토론, 프로젝트 기반 학습, 지역사회 연계 활동 등 실천 지향적 학습을 강화함으로써, 학교 안 경험이 실제 기후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후속 노력들은 고등학생들 개인의 기후행동을 유도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기후행동 실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박주원(2021)의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기후변화 태도와 학습경험, 위험인식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조절효과’에서 조사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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