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목표에 따른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허용량과 총량제한 배출경로 연구
Abstract
Under the Paris Agreement, which is a bottom-up system, all parties voluntarily establish and implement greenhouse gas reduction goals and strategies such as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 and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EDS). However, a significant gap is projected between the global total emissions from these bottom-up reduction targets and the global carbon budget in agreeance with the Paris Agreement targets. This study calculates Korea's top-down emission allowances based on the global carbon budget for the Paris Agreement 2 ℃ goal and derives the "Capped-Emissions Trajectories" to assess the appropriateness of Korea's bottom-up reduction efforts. To this end, we analyze Korea's emissions allowances based on international discussions on “Fair Sharing of Burden” and global and regional carbon budgets from the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reports. Specifically, we focus on the “Resource Sharing” approach and apply three criteria: i) emission shares, ii) equal emissions per capita, and iii) equal emissions intensity. Based on this, Korea's remaining emissions allowance is estimated to be 181-260 billion tons. In addition, for the scenario analysis of “Capped-Emissions Trajectories” in which the cumulative emissions do not exceed the emission allowance of 2 ℃, three pathway types are applied: linear, convex, and exponential function types. According to our analysis, net emission levels in 2030 and 2050 that comply with the Paris Agreement's 2 ℃ goal are estimated to be ± 10% of Korea's 2030 NDC and 2.13 ~ 3.8 billion tons, respectively. Thus, what is more important for achieving the goals of the Paris Agreement is to set an appropriate pathway so that cumulative emissions do not exceed the top-down national emissions allowance, rather than focusing on an emission target of any particular year or on a target year of achieving carbon neutrality. We expect that the findings of this study will serve as a reasonable reference for establishing Korea's mitigation pathways and evaluating national progress of implementation and compliance.
Keywords:
Climate Change, Mitigation, Emissions Trajectories, Emissions Allowance, Carbon Budget, Paris Agreement1. 서론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이전 교토체제와는 다르게 각 국가들이 자국의 여건과 역량 등을 감안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여도와 감축목표를 스스로 결정해 이행토록 하는 상향식(bottom-up) 체계에 기초한다. 파리협정 하 국가별 상향식 감축목표 및 비전 설정 메커니즘은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국가결정기여) 및 장기적 지향점을 담은 LEDS(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장기저탄소발전전략) 등이 있다. 이들 상향식 메커니즘은 각 당사국의 국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더 많은 국가의 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감축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대표적인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국제적 이슈로서 언제든 국가 간 무임승차자(free rider)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국가든 온실가스 감축으로 수반되는 비용을 감당하지 않고도 다른 국가의 감축노력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공공재적 특성과 파리협정의 상향식 감축기여 설정 체계로 인해, 현재 각 당사국이 제출한 2030년 NDC를 제대로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2030년 감축 후 배출량과 파리협정의 2℃ 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 온실가스 배출량의 격차(gap)가 15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UNEP, 2020). 이는 2016년 기준 중국과 인도의 배출량 합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일부 다배출국의 감축 노력 강화만으로는 그 격차만큼을 추가로 줄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파리협정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기온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당사국들이 자국이 분담해야 할 적정 수준의 감축량을 고려하여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감축 활동은 해당 국가에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가 간 감축부담의 분담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환경이나 과학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정치·경제적 이슈이기도 하다. 실제로, 상당수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계의 감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국가별 감축부담의 분담은 고용문제, 경기 활성화 등 정치·경제적인 고려가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은 전기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까지 고려할 경우 제조건설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53.0%나 차지한다는 분석이 있는 바(Kim and Son, 2020), 그러한 감축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인식되기 마련이다. 또한, 한국은 에너지 및 산업공정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구조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가세이며, 에너지효율이 우수한 국내 산업에만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Kim, 2020).
하지만, 파리협정 이행이 본격화되는 2021년을 앞두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선언에 대한 유엔 중심의 국제적 압박이 강화되면서 각국 정상들은 달성 가능성, 구체적 이행 계획 마련 여부와 상관없이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천명하였다. 2019년 12월 EU의 탄소중립 목표 발표를 시작으로, 탄소중립 선언국1) 중 일부 국가들이 탄소중립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어서 중국, 일본, 한국 또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기로 선언하였다.
사실 한국의 상향식 목표 수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질 당시, 일각에서는 파리협정의 2℃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이 보다 높은 수준의 감축목표를 담은 NDC와 더욱 의욕적인 장기비전을 수록한 LEDS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2) 반면, 한국의 경제적 여건이나 감축잠재력 측면에서 현재의 NDC도 매우 의욕적이며, 감축이행 없이 목표만 향상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반론도 있다3). 한국 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들에서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과 이행 과정에서 국가 내부적으로 의견 대립이 발생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경우 탄소중립 선언(Climate Ambition Alliance, 2019년 12월)에 동참하였으나(UNFCCC, 2019), 주요 다배출 州인 온타리오, 알버타 등에서 정권 변화와 함께 州 내 배출권거래제 및 탄소세 등의 주요 기후정책이 철회되는 등(Climate Action Tracker, 2020), 캐나다 내부 정치적 이슈로 인해 탄소중립의 이행과 달성에 불확실성이 증대되었다. 또한, 뉴질랜드의 경우 국가 전체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농업부문의 메탄배출량에 대한 감축 목표 설정과 관련하여 집권당인 녹색당의 기후변화대응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적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뉴질랜드는, 최종 2050년 목표로 “생물기원의 메탄가스를 제외한 모든 온실가스의 순배출량 제로”를 내세웠다(Climate Home News, 2020).
이렇게 각 국가들은 자국의 감축 여건과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공정한 몫을 다할 수 있는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하향식 배출허용량 분석은 국가별 여건에 따라 자발적으로 기여도를 결정하는 상향식 감축목표 설정에 기준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뿐만 아니라, 적정 배출허용량을 바탕으로 이를 초과하지 않는 다양한 배출 경로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며, 중·단기적 감축 목표의 의욕성과 합리성을 점검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잔여 탄소예산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하향식(top-down)으로 한국의 적정 배출량과 그에 따른 배출 경로를 분석하여 상향식 감축목표와 체계적으로 비교 검토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감축부담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첫째, 지구적 탄소예산에 기초한 하향식 배출허용량 접근법을 한국의 적정 배출허용량 분석에 적용, 둘째, 더 나아가 총량이 제한된 배출 경로를 도출해 2030 NDC, 2050 LEDS 등 한국의 상향식 감축 노력과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구성을 따른다. 제2절에서는 국내외 주요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제3절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의 보고서에 제시된 2 ℃ 온도 목표 달성을 위한 지구적·지역별 잔여 탄소예산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고, 아시아 지역의 잔여 탄소예산을 도출한다. 이를 토대로, 제4절에서는 탄소예산 배분 분석을 위한 방법론을 정립하고 2℃ 달성을 위한 한국의 잔여 배출허용총량을 도출한다. 제5절에서는 세 가지의 경로 유형을 적용해 주어진 하향식 배출허용량을 준수하는 다양한 형태의 배출 시나리오를 분석한다. 제6절에서는 신기후 체제 하 한국의 중장기적 온실가스 감축에의 정책적 함의를 논의하는 것으로 끝맺음한다.
2. 선행연구 검토
IPCC 제5차 평가보고서(IPCC 5th Assessment Report, 이하 AR5)에서는 세계 지역·국가간 감축부담 분담을 위한 다양한 감축부담 분담 원칙을 소개하고, 적용 원칙에 따라 지역별 탄소예산 배분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하여 제시한다(IPCC, 2014). IPCC AR5 발간 이후에도 지구적 탄소예산을 지역 및 국가별로 배분하는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감축부담 분담 접근법은 크게, 노력분담(Effort Sharing) 접근법과 자원분담 접근법(Resource Sharing)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배출량 격차(Emission gap), 즉 BAU 배출량 전망치와 지구적 탄소예산의 차이(gap)를 감축 필요분으로 보고, 이를 각국에 배분하는 접근법이다. 반면, 자원분담 접근법은 탄소 배출권을 자원으로 보고 전지구 잔여 탄소예산을 각국에게 할당하는 접근법이다. 노력분담 접근법의 경우, 감축 역량이 높거나 책임이 클수록 비례적으로 더 높은 감축 부담을 지우는 것이 가능하나, 감축 필요분을 파악할 때 임의적 BAU 배출량 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자원분담 접근법은 임의적 BAU 전망이 불필요하며, 잔여 탄소예산 추정치를 다양한 분담 원칙들을 적용하여 배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노력분담 접근법의 여러 가지 배분 방식에 대해 정리한 Höhne et al. (2014)4)와 탄소예산에 기초한 감축부담 배분 연구들을 접근법에 따라 유형화한 최근 보고서 van Den Berg et al. (2019)를 참고하여 주요 형평성 원칙별 감축부담 분담 접근법을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5).
Table 1에 제시된 주요 6개 형평성 원칙들을 차례로 살펴보면, 첫째, 주권(Sovereignty) 원칙의 경우 배출량을 확립된 관습과 사용에 의해 정당화되는 ‘획득된 권리’ 로 간주하여 현 배출수준을 ‘현상유지(status quo)6)’로 인정하는 접근법이다. 둘째, 책임(Responsibility) 원칙은 글로벌 배출량 또는 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기여도에 따라 감축 부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오염자 부담’ 원칙에 해당한다. 그 근거는 UNFCCC 제3조 1항 “당사국들은 공통되지만 차별화된 책임과 각각의 역량(CBDR-RC;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and Respective Capabilities)에 따라 현재와 미래 세대의 편익을 위해 기후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에서 찾을 수 있다(UN, 1992).
셋째, 능력(Capability) 원칙은 감축 부담 및 비용에 대한 ‘역량(capacity)’ 내지 ‘감축지불능력(ability to pay)’에 근거한다. 이 역시 UNFCCC 제3조의 ‘CBRD-RC’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발전할 권리(right to development)’로도 알려져 있는 ‘기본적 필요(basic needs)’ 원칙 역시 이 항목에서 고려되는데, 이는 이것이 능력 원칙의 특별한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 요구를 담보하기 위해 가장 역량이 낮은 국가는 가장 덜 의욕적인(ambitious) 감축 노력을 추구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넷째, 평등(Equality) 원칙은 모든 인류의 동등한 가치에 근거하여, 대기권에 대한 동등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이 원칙은 주로 1인당 동일한 배출허용량 기준을 적용한다. 동일한 1인당 배출허용량은 현재 즉시(즉, 현재 인구수에 비례하게 배분) 또는 시간 경과에 따라 1인당 배출량이 수렴하는 방식(Contraction and Convergence, C&C)을 따른다.
다섯째, 책임·능력·필요(Responsibility, capability, and need) 기준은 역사적 책임을 더 강조하며, 동시에 능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요, 즉 발전에 대한 인간의 권리 보장 등의 원칙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배출집약도(Emission Intensity)를 척도로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배출효율 평등(Equality in Emission Efficiency) 원칙의 경우, 배출집약도 즉, 경제활동 1달러 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모든 국가에 대해 동일해지도록 배출허용량을 각국에 배분하는 방식을 따른다.
Höhne et al. (2014)과 van Den Berg et al. (2019)에서 상기 배분 기준에 따라 감축부담을 배분한 다수의 연구 결과를 종합 검토한 내용을 보면, 어떤 종류의 형평성 원칙이 적용되었는지도 배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나, 원칙이 어떤 지표와 구체적 방식을 통해 적용되었는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원분담 접근법에 근거해 탄소예산을 분배하는 국제 연구로는 Raupach et al. (2014), Ginac and Matthews (2015), Alcaraz et al. (2018) 등이 있다. 첫 번째 문헌인, Raupach et al. (2014)는 탄소예산 배분을 위해 주권(Sovereignty)과 평등(equity)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하였으며, 분담 원칙 간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동 문헌의 탄소예산 배분 방식은 대표적인 자원분담 접근법인 1인당 동일 배출량수렴(C&C)의 단순화된 형태로서, 배출경로가 아닌 총 탄소예산 배분에 적용된다. 동 문헌의 분석 결과, 현 배출량 기준(Sovereignty)의 분담은 개도국의 에너지 및 개발 기회에 부정적이며, 인구수 기준(equity)의 분담은 많은 선진국에게 매우 높은 감축 요구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aupach et al. (2014)는 탄소예산의 분배뿐만 아니라 총량이 제한된 배출경로(capped-emissions trajectories)를 분석하였다.7)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배출 시나리오 분석 시, Raupach et al. (2014)의 총량이 제한된 배출경로를 다른 형태의 배출경로들과 함께 적용한다.
두 번째 문헌인, Ginac and Matthews (2015)는 탄소예산 분배 원칙으로 평등 원칙을 기준으로 적용해 각국의 1인당 배출량이 2035년 혹은 2050년에 수렴하는 것을 가정하여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한국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된 ‘기타 아시아’로 분류하여 분석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배출허용량에 대한 함의를 얻어내기에는 그 정책적 의미가 제한적이다.
세 번째 문헌인, Alcaraz et al. (2018)은 형평성 원칙 중 평등(동일 1인당배출량)과 역사적 책임을 적용하여 세계 15대 다배출 국가와 기타 3개 지역그룹을 대상으로 탄소예산을 분배하였다. 역사적 책임 산정은 1992년부터 2012년까지 21년 동안의 국가별 1인당배출량을 기반으로 하였다. 동 연구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11-2100년 기간에 대한 한국의 탄소예산은 평등과 책임 원칙 적용 시 전 세계의 0.54%를 차지하며, 평등 원칙만을 적용할 경우 0.7%를 차지한다. 이러한 배분 결과는 국가간 역사적 책임을 산정하기 시작한 역사적 시점의 설정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이미 전지구적 탄소예산의 절반 이상을 소진한 1990년 이전 시기의 배출량은 제외하고 오직 1992년 이후의 배출량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일찍이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은 상당 부분 배제되었다. 이에 따라, 동 시기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인구수 대비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우리나라에게 높은 책임과 낮은 배출 권리를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내 선행 연구 중 지구적 탄소예산 추정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잔여 탄소예산을 추정한 연구는 Lee et al. (2019)가 유일하다. Lee et al. (2019)는 1.5 ℃ 및 2 ℃ 대응 IPCC 전지구 탄소예산(각각 770 GtCO2 및 1,690 GtCO2)을 1인당 동일 누적배출량, 1인당 배출량 수렴, 책임역량지수(RCI)8)를 배분 기준으로 삼아 전 세계의 국가별 탄소예산을 분석하였다. 배출 경로는 일정한 변화율로 감축하는 선형 감축경로 형태를 적용하였다. 동 연구는 연구 주제와 방법론 측면에서 본 연구와 가장 유사한 선행 연구이나, 분석에 사용된 지표들의 국가·연도별 요약 통계와 총 탄소예산 배분 결과 등이 보고서에 제시되지 않아, 배분 기준별 국가간 배출허용량의 비교 혹은 본 연구 결과와의 비교 검토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9)
이외 국내 선행 연구들은 배출할 수 있는 권리(즉, 배출허용량)의 분배가 아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무의 분배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Cho and Kang (2006)은 2000년 기준 OECD 국가 총 배출량의 20% 감축을 전제로, 몇몇 상대지표를 이용해 각 OECD 국가에 감축의무량(비중)을 할당하였다. Lee (2013)는 노력분담 접근법의 차원에서 배출량, GDP, 배출증가량 등의 지표를 적용하여 OECD 내 한국의 감축부담 순위를 산정하였다. Oh (2016)는 선진국 및 개도국 포함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비중지표 및 상대지표를 이용해 주요국의 감축분담률을 분석한 후 2030년 국가결정 감축공약(INDC)과 비교하였다.
Lee et al. (2017)는 우리나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수립에 앞서, 2 ℃ 목표 배출 경로를 후방(Backcasting) 접근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IPCC AR5의 아시아 지역 권고 감축률인 2010년 대비 30 ~ 50% 중 40%, 50% 감축률을 적용하여 2050년까지의 한국의 배출경로를 도출함에 따라, 아시아 내 국가 간 차별성이 반영되기 어려웠다. Ko and Ahn (2020)은 장기목표 달성을 위한 복수의 ‘지구적 감축경로’를 토대로 평등, 책임, 역량, 주권 원칙을 적용해 2020 ~ 2050년 국가별 하향식 감축분담에 대해 분석하였다. 동 연구는 감축분담 원칙별 상이한 결과의 균형성을 고려하여, 원칙별 가중치를 부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여 감축량을 분석하고, 주요국의 국가감축목표와 비교하였다.
종합하여 보면, 대다수의 국내 선행 연구들은 누적 총배출량에 대한 고려 없이, 국가간 감축분담률 및 우리나라의 감축률에 주안점을 두고, 대체로 단순한 선형 배출 경로를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존 연구들은 해당 감축률과 배출 경로에 따른 누적배출량이 우리나라에게 주어진 잔여 탄소예산을 초과해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거나, 그 이내로 배출하게 되어 불필요한 국내적 감축 부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이처럼, 지구적·지역적 탄소예산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하향식(top-down) 배출허용량과 그에 부합하는 장기 배출 경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선행 연구가 미진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형평성 원칙을 적용하여 한국의 잔여 배출허용량을 하향식으로 추정하고, 각 배출허용량 추정치별로 세 가지 유형의 배출 시나리오를 도출하고자 한다.
3. 전세계 및 아시아 지역 잔여 탄소예산
3.1 전세계 누적배출량 및 잔여 탄소예산
IPCC 1.5℃ 특별보고서(2018, 이하 SR15)에 따르면, 1876년부터 2010년 말까지 전 세계가 1,930 GtCO2를 배출해왔으며, 2017년 말까지의 누적 탄소배출량이 2,200 GtCO2인 것으로 추정된다. 즉, 2010년까지의 누적배출량 1,930 GtCO2에, 2011년부터 2017년 말까지 270 GtCO2를 추가로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잔여 탄소예산은 허용 가능한 추가 온난화 수준에 상응하는 CO2 배출량을 계산하여 추정될 수 있다. ‘허용 가능 추가 온난화 수준’은 특정 온난화 임계치(warming threshold, 2 ℃)에서 2017년까지 이미 진행된 온난화(1.1 ℃)를 감한 값을 말한다. 예를 들어, 2 ℃에서 1.1 ℃를 감한 0.9 ℃가 2 ℃ 임계치에 대한 허용 가능 추가 온난화 수준이 된다. IPCC SR15의 잔여 탄소예산 추정치를 Table 2에 발췌·정리하여 제시하였다. 이 표를 통해, 1850 ~ 1900년 기간 대비 2006 ~ 2015년의 전지구 표면 기온(global near-surface air temperatures) 기준 온난화 수준인 0.97 ℃를 기준으로 하여, 추가 온난화 수준에 따른 잔여 탄소예산 추정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온도 상승분에 대한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파리협정의 2℃ 목표에 따른 1.03 ℃ 만큼의 추가 온난화를 기준으로 하여 추정된 잔여 탄소예산 추정치를 보면, 전 세계에 허용된 탄소예산이 1,170 ~ 2,030 GtCO2인 것으로 추정된다.
Fig. 1은 IPCC SR15 (2018)에 따른 1880 ~ 2010년까지의 전 지구 누적 CO2 배출량 및 2011 ~ 2017년 기간의 추가 누적 배출량, 2 ℃ 목표 달성을 위한 잔여 탄소예산 추정치를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Table 2에 제시된 추정치들 중, 2 ℃ 이내 상승을 기준으로 추가 온난화 임계값을 1.03 ℃으로 하되, AR5와 SR15 추정치의 연계를 위해 2 ℃ 이내에 머무를 확률 50%에 해당하는 탄소예산 추정치인 1,500 GtCO2를 분석의 기초로 삼는다.
3.2 지역별 및 아시아 잔여 탄소예산
IPCC AR5 (2014)는 앞서 논의한 지구적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석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배출허용량 추정 결과를 종합하여 제시한다. 한국은 현재는 OECD 가입국이지만 가입연도가 1996년이기 때문에 IPCC 보고서의 지역 구분에서 OECD-1990에 포함되지 않으며, 비OECD ASIA 지역에 포함된다. ASIA 지역에 일본, 중동, 구소련국은 제외된다.
본 연구에서는 AR5의 지역별 탄소예산 논의를 이어가되 AR5에서는 IPCC SR15 (2018)의 최신 추정치보다 낮은 수준의 지구 총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지역별 탄소예산이 분석된 것을 감안하여, SR15의 갱신된 지구적 탄소예산 증가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ASIA 지역 탄소예산 추정치를 조정하여 분석에 활용한다11). 2018년 SR15와 AR5에 제시된 넓은 범위의 추정치들 중, 지역별 탄소예산 추정의 기준이 된 430-530 ppm 농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지구적 탄소예산 추정치들을 비교하여 증가분을 계산하였다12).
추정치 갱신 과정에서 가장 유의할 점은, 비교 대상이 되는 수치들 간의 일관성이다. 첫째, 각 보고서의 다양한 추정치 중, 2 ℃ 이내에 머무를 확률이 50%이며, 공통적으로 GMST(지구평균 표면온도)를 온난화 측정 기준으로 적용하여 추정한 탄소예산을 비교하였다. 둘째, 50% 확률에 대해 단일한 수치가 제시된 SR15와 달리, AR5는 추정치를 오분위수 범위로 제시함에 따라, 두 보고서의 수치 간 비교를 위해 AR5 오분위수 범위의 중앙값을 사용하였다. 셋째, 지구적 잔여 탄소예산의 대상 기간이 AR5는 2011 ~ 2100년이고 SR15는 2018 ~ 2100년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대상 기간을 일치시키기 위해, AR5의 추정치에서 2011 ~ 2017년까지의 누적 배출량인 270 Gt을 차감하여 비교를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AR5의 2011 ~ 2100년 기간에 대한 ASIA 탄소예산 추정치 또한 제시된 중앙값을 사용하였으며, 기간의 일치를 위해 2011년부터 최신 가용 연도인 2016년까지의 누적배출량인 131 Gt을 차감하였다13).
동일 기간 (2018 ~ 2100년) 기준 AR5 대비 SR15의 지구적 탄소예산 추정치를 비교해 본 결과, 탄소예산이 985 Gt에서 1,500 Gt으로 50% 이상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Table 3 참조). IPCC SR15에는 1.5 ℃를 기준으로 하여 탄소예산 추정치가 AR5 대비 약 300 Gt 증가(IPCC, 2018, p.12)하였다고 설명하였는데, 그 증가분을 따져보면 기존 AR5 추정치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값으로 갱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총량 증가에 따른 ASIA 지역의 2017 ~ 2100년 기간 잔여 탄소예산 추정치는 813 Gt으로, 본 연구의 다음 장에서 이루어질 한국의 배출허용량 배분 분석에서는 갱신된 탄소예산 수치인 831 Gt을 활용하게 된다.
4. 한국의 하향식 배출허용량 분석
4.1 탄소예산 배분 방법론
본 연구에서는 앞서 논의한 감축부담 배분 방법론 중 임의적 BAU 전망이 불필요하다는 점이 큰 장점인 자원분담 접근법을 적용한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개도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BAU 분석은 그 자체로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여 신뢰성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국가별 배출허용량 분석을 위해 국가·지역에 대한 BAU를 필요로 하는 노력분담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평성 원칙들을 바탕으로 자원분담 접근법을 적용해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하향식 배출허용량 분석에 더욱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감축부담 분담에 관한 선행연구와 국제사회의 기존 논의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양한 형평성 원칙 중 주권, 인당 배출량 평등, 배출효율 평등, 세 가지 원칙을 적용한다14). 주권과 평등 원칙 및 그에 따른 배출경로는 대표적으로 Raupach et al. (2014)에서 적용되어 많은 후속 연구들에서 그 방법론이 널리 인용되어 적용되었다(van Den Berg et al., 2019 참고). 특히, 배출집약도 감축목표가 많은 아시아의 특성을 고려해 배출집약도를 척도로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배출효율 평등 원칙을 고려한다. 이들 세 단일형평성원칙(EP1 ~ 3)에 따른 배분 방식을 먼저 적용한 뒤, 세 원칙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배분 방식을 추가로 적용한다. 복합원칙(CP1 ~ 4)의 경우, 다양한 형평성 원칙을 고루 감안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단일 원칙을 개별적으로 적용하여 도출한 탄소예산 배분 결과들 중 일부 결과만을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적용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시킬 수 있다.
첫 번째로, 국가 주권 원칙에 기반하여, 확립된 관습과 사용에 의해 정당화되는 ‘획득된 권리’로서 배출권을 보고 국가별 현재 배출량에 따라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배출비중’에 따른 배분 방법론을 살펴본다. 이 원칙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누적배출량의 측면에서 현재의 배출비중을 유지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일한 감축률로 누적배출량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배출비중’ 기준에 따른 탄소예산 배분 규칙은 다음 식 (1.1) ~ 식 (1.3)과 같다.
(1.1) |
(1.2) |
(1.3) |
- j = 한국(A), 중국(B) 등 ASIA15) 지역 국가들
- fj = 국가 j의 배출량
- FASIA = 아시아 총 배출량
- cbj = 국가 j의 탄소예산 할당량
- CB = 아시아 총 잔여 탄소예산
즉, 모든 아시아 국가(j=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해, 현재 배출량 비중 와 탄소예산 할당량 비중 이 동일해지도록 각국 j에게 잔여 탄소예산(CB)을 배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현재 아시아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2018년 이후에 대한 배출허용량을 할당 받게 된다. 여기서 아시아 각 국의 배출량 fj 는 최신 가용 자료인 2016년 배출량(ClimateWatch, 2020)을 기준으로 한다.
두 번째로, 모든 인간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평등 원칙에 기반하여 모든 인간에게 대기권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모든 국가의 인구당 배출량이 동일해지도록 각 국에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동일 1인당 배출량’ 기준에 따른 배분 방법론을 살펴본다. ‘동일 1인당 배출량’(=동일 1인당 탄소예산) 기준에 따른 탄소예산 배분 규칙은 다음 식 (2.1) ~ 식 (2.4)과 같다.
(2.1) |
(2.2) |
(2.3) |
(2.4) |
- pj = 국가 j의 인구수
- PASIA = 아시아 총 인구수
즉, 모든 아시아 국가(j=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해, 1인당 탄소예산인 이 모든 국가 j에 대해 동일해지도록 잔여 탄소예산(CB)을 배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에 따른 국가 j의 탄소예산 할당량 비중은 국가 j의 아시아 내 인구 비중과 동일해진다. 즉,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배출허용량을 할당받게 된다. 분석을 위해 UN Population Division (2019)의 세계인구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자료를 활용한다. 아시아 각국의 인구수 pj은 최신 가용 배출량 자료와 일관되도록 2016년의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다.
세 번째로, 국가별 평등한 탄소 배출효율 수준을 고려하여, 모든 국가 내 경제활동 1달러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즉 배출 집약도가 동일해지도록 각 국에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동일 배출집약도’ 기준에 따른 배분 방법론을 살펴본다. ‘동일 배출집약도’ 기준에 따른 탄소예산 배분 규칙은 다음 식 (3.1) ~ 식 (3.4)와 같다.
(3.1) |
(3.2) |
(3.3) |
(3.4) |
- gdpj = 국가 j의 GDP(국내총생산)
- GDPASIA = 아시아국가 총 GDP
모든 아시아 국가(j=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해, GDP 1달러 당 배출량 이 동일해지도록 잔여 탄소예산(CB)을 배분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식(3.4)와 같이 아시아 총 GDP 중 국가 j의 GDP비중과 아시아 총 탄소예산 중 국가 j의 탄소예산 비중이 동일해진다. 앞으로 GDP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즉 성장률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일수록 더 많은 탄소 배출권을 할당받을 수 있다. 여기서 아시아 각국의 GDP는 OECD (2020)의 2018 ~ 2060년 세계 실질 GDP 전망 자료와 World Bank (2020)의 GDP 자료를 활용한다.
앞서 소개한 단일 원칙의 배분 규칙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탄소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은 분담지수(sharing index)인 ω(0≤ω≤1)를 활용하여 두 개 이상의 원칙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본 연구에서는 세 가지 단일원칙인 배출비중, 동일 1인당 배출량, 동일 배출집약도 중 두 가지 원칙들에 대해 가중치 ω=0.5를 적용한 세 가지 복합 방식(CP1, CP2, CP3)과, 세 가지 원칙을 모두 혼합(ω=1/3)하는 CP4 방식에 따른 탄소예산 배분 공식을 활용한다. 각 복합원칙의 구성과 적용 지표는 Table 4에 제시되어 있다.
4.2 한국의 하향식 배출허용량 분석결과
앞서 논의한 탄소예산 배분 방식과 규칙의 적용을 위해 실제 사용된 지표들에 대한 현황 파악과 함께 한국의 배출허용량 배분 분석 결과를 확인한다. 먼저, ‘EP1’ 적용을 위해 사용되는 지표인 국가별 배출 비중을 살펴보자. IPCC ASIA 지역에 포함된 주요 배출국의 2016년 온실가스 순배출량과 비중이 Fig. 2에 제시되어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배출국으로, 2016년 기준 아시아 총배출량의 57.4%인 116억 톤 CO2eq.를 순배출하였다. 아시아의 두 번째 다배출국은 인도로, 32억 톤 CO2eq.를 순배출하며 16%의 비중을 차지했다. 22억 톤(비중 11%)을 배출한 인도네시아가 3위, 그 뒤를 이어 한국이 아시아 총배출량의 3.26%인 6.6억 톤을 순배출하였다. 따라서 한국은 주권-배출비중 원칙에 따라 전체 탄소예산 중 3.26%에 해당하는 265억 톤의 배출허용량을 할당받는다.
‘EP2’인 평등-동일 1인당 배출량 기준 적용을 위해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국가별 인구 비중이다. UN Population Division(2019)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의 2016년 인구수는 각각 14억 명, 13.2억 명으로 두 국가의 아시아 내 인구비중은 70%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2.6억 명으로 3위, 파키스탄이 2억 명에 가까운 인구수로 4위이며, 그 뒤를 1.6억 명의 방글라데시가 따른다. 한국은 5천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 규모로 필리핀, 베트남, 태국, 미얀마에 이어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아시아 내 인구 비중이 1.3% 수준으로 배출량 비중(3.26%)에 비해 매우 낮아, 전체 탄소예산 중 105.8억 톤의 배출허용량만을 할당받는다.
‘EP3’인 국가 간 동일 배출집약도 기준에 따라 아시아 잔여 탄소예산을 국가 간에 배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는 국가별 GDP이다. 잔여 탄소예산 기준연도인 2018년 이후에 대해 GDP 1달러당 배출량이 국가별로 동일해지도록 배출허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OECD의 장기 실질 GDP 전망 자료16)를 활용했다. GDP 전망치에 기반하여 계산한 한국의 아시아 내 GDP 비중은 3.14%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7.3%의 비중을 기록한 것에 비해, 향후 인도, 중국 등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아시아 내 한국의 경제규모는 그 비중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OECD, 2020). 모든 아시아 국가에 걸쳐 GDP 1달러당 탄소예산이 동일해지도록, 각국의 GDP 비중에 비례하게 잔여 탄소예산을 배분한 결과, 한국은 256억 톤 가량의 배출허용량을 할당받는다.
EP1-배출비중 기준에 따른 한국의 배출허용량은 265억 톤으로 적용한 모든 기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배출허용량을 할당한다(이하 Table 4 참조). 이 원칙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현재의 배출비중을 유지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일한 감축률에 따라 누적배출량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EP2-동일 1인당 배출량 기준에 따라 한국에게 허용되는 탄소배출권은 106억 톤 가량으로 분석되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은, 인구 당 평등한 배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잔여 탄소예산을 배분하게 되면 현재의 배출 규모나, 경제 수준에 비해 훨씬 더 적은 배출권만을 할당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배출 규모를 고려하는 EP1에 의한 배출허용량이 인구 규모를 고려하는 EP2에 의한 허용량보다 2.5배 이상 더 큰 값을 가지며, 분석 결과 간에 극심한 편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EP3 기준에 따라 배출 효율성 지표인 배출 집약도(혹은 배출 원단위)가 아시아 모든 국가에서 동일해지도록 탄소예산을 배분할 경우, 한국은 현재 배출 비중에 버금가는 배출허용량을 할당받게 된다. EP3에 따르면 향후 더 많은 경제활동과 부가 가치 창출이 전망되는 국가일수록 더 많은 배출허용량을 할당받을 수 있게 된다. OECD 장기 GDP 전망자료에 따르면, 2060년까지의 아시아 총 GDP 중 한국 총 GDP는 3.14%를 차지한다. 따라서 EP3 기준 적용 시, 한국은 아시아 총 잔여 탄소예산의 3.14%에 해당하는 256억 톤에 대한 배출권을 확보하게 된다(Table 4).
이어서 Table 4 하단의 복합원칙(CP1 ~ 4) 적용의 결과를 살펴보자. ‘CP1’ 기준의 경우, 단일 적용시 한국에게 최대 및 최소 배출허용량을 할당하는 두 원칙인 주권과 인당 배출량 평등 원칙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여, 한국의 잔여 배출권에 대한 권리를 2.28%로 결정짓는다. 따라서 한국은 아시아 총 잔여 탄소예산 중 185.4억 톤 만큼의 배출허용량을 확보하게 된다. ‘CP2’ 기준의 경우, 주권과 배출효율 평등 원칙을 동등하게 고려함에 따라, 향후 한국의 경제규모에 대한 전망치와 현재 배출수준 두 가지에 기초하여 한국의 탄소 배출허용량이 결정된다. 이 원칙에 의한 한국의 배출허용량은 260억 톤으로, 복합원칙(CP) 4가지 중 가장 높은 배출허용량을 가진다. CP3 기준은 인당 배출량 평등과 배출효율 평등을 동일한 가중치로 적용하여, 복합원칙 4가지 중 가장 적은 배출허용량(181억 톤)을 할당한다. 마지막으로 CP4 기준은, 단일 원칙 세 가지를 모두 동일한 비율로 고려하여 총 209억 톤의 배출허용량으로 이어진다.
5. 총량 제한 배출 경로 도출
5.1 배출 경로 도출을 위한 방법론
본 장에서는 몇 가지 유형의 배출 시나리오를 각 배출허용량 추정치에 대해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예상 감축률 및 탄소중립 시기 등에 대해 분석한다. 배출 시나리오를 분석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안은, 해당 배출 경로에 따른 누적 배출량이 앞서 도출된 배출허용량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ig. 317)와 같이, 2018년부터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시점까지의 누적 배출량, 즉 푸른색 삼각형으로 표시된 배출경로 아래의 면적(A)이 한국의 잔여 배출허용량 이내에 머물도록 배출 경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방식으로 도출된 배출 경로 (즉, 감축 경로)를 따르게 되면, 한국은 온전히 주어진 탄소예산 만큼만을 배출하게 됨으로써, 지구온난화 2 ℃ 이내 제한이라는 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제 역할을 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어진 배출허용량을 조건으로 하여, 배출 경로를 도출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들과 그에 대한 결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도출된 다수의 배분 방식별 탄소예산 배분 결과 중 실제 배출 경로 분석에서 기준으로 삼게 될 한국 배출허용량 추정치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앞서 논의한 단일 원칙 적용의 한계점을 감안하여, 본 연구에서는 복합원칙(CP1 ~ 4) 방식 4가지를 위주로 하여 배출경로를 도출하고, 종합분석과 시사점 도출을 위한 최종 결과로서 고려하기로 한다. 둘째, 배출 정점에 관한 가정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경우, 배출 정점을 이미 도달한 것으로 가정하여 2017년 이후 배출량이 오직 감소하는 경로만을 고려하기로 한다. 셋째, 시간에 따른 일정한 감축률을 가정하는 선형 경로와 시간에 따른 감축률 증가를 가정하는 비선형 경로 중 특정 유형에 대한 선택 가능성이다. 경로의 유형이 우선 결정되어야만 경로 아래의 면적이 배출허용량을 넘지 않도록 배출 경로를 도출하고 탄소중립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는 선형 및 2차 및 지수함수 형태의 비선형 경로 세 가지 유형을 적용하여 한국의 배출 경로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적정 탄소중립 시기에 대한 조건을 둘 것인지 혹은 그에 대한 제약 없이 세 가지 경로 유형에 따른 모든 배출 경로를 최종 종합분석에 포함시켜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IPCC SR15 (2018)의 종합적 결론을 참고하고자 한다. 해당 보고서는 2 ℃ 제한 모형의 분석 결과에 따라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이 2010년 대비 대략 25%(10 ~ 30%) 감소하고, 2070년경(‘65 ~ ‘80년)에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배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18). 따라서 배출 시나리오 분석에 따라 도출된 다양한 배출 경로들 중 IPCC에 제시된 탄소중립 시기를 크게 벗어나는 극값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로들은 (선형감축 시 2100년경 탄소중립 달성 등) 시사점 도출 등의 논의에서 제외하며, 함께 도출되는 대체적 배출 경로를 고려한다.
배출경로를 도출하기 위해 이용된 세 가지 경로 유형을 살펴본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경로 형태로서 국내 연구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선형 경로는 아래 식 (4.1)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고려되는 비선형(convex) 경로는 시간에 따른 감축률의 선형 증가를 가정하는 2차 함수 형태의 배출경로이다(식 (4.2) 참조). 이는 시간 경과에 따라 감축 관련 기술의 진보·고도화와 사회·경제·기술적 감축 경험 축적 등에 따라 감축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형태의 경로는 Raupach et al. (2014) 등의 방법론에 따른 지수 함수 형태의 비선형 경로이다(식 (4.3) 및 식 (4.4) 참조). Raupach 경로를 활용할 경우, 배출 증가율과 배출감축률 모두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 고려사항에서 가정한 바에 따라, 2017년 이전에 배출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하고, Raupach 경로 함수의 연간배출증가율(r)은 0으로 가정한다.
■ 선형 감축 경로
(4.1) |
- f(t) : t년도에서의 배출량
- f0 : 시작 연도의 배출량
- t0 : 시작 연도
- : 연간 배출 감축률. 탄소예산()에 따라 결정
- T : 탄소중립 달성연도. 탄소예산()에 따라 결정
- : 탄소예산 배분기준 i에 따른 한국의 잔여 배출허용량 (i=복합1, 2, 3, 4)
■ 비선형(convex) 감축 경로
(4.2) |
- mi : 연간 배출 감축의 변화율. 탄소예산()에 따라 결정(감축률 선형 증가)
■ Raupach 경로
(4.3) |
(4.4) |
- m: 연간배출 감축률 (의 함수)
- r : 연간배출 증가율(배출정점을 지났을 경우 r=0)
5.2 배분 방식별 배출허용량에 따른 배출 시나리오
배출 시나리오는 한국에게 할당된 4가지 서로 다른 값의 잔여 배출허용량에 따라 총 4개의 시나리오 그룹(시나리오 A ~ 시나리오 D)으로 분류된다. 각 시나리오 그룹마다 세 가지의 경로 유형(선형 경로(L), 비선형 경로(NL), Raupach 경로(R))을 적용하여 한국의 배출 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Table 5에 종합하여 제시하였다19).
분석 결과, 같은 양의 배출허용량을 기준으로 할지라도 경로의 형태적 특성에 따라 탄소중립 시점과 시기별 배출량 수준, 감축률 등이 매우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특정 배출허용량의 제약 하에 감축 초-중-후기에 어떤 식으로 제한된 탄소예산을 배분하느냐에 따라 2050년 배출량과 탄소중립 시기20)는 시나리오별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각 시나리오의 L 경로와 NL 경로를 비교해 보면, 탄소중립 시기가 15년 ~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Table 5 참조).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시나리오 A_NL, B_L, C_NL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로들에서 IPCC (2018)의 2℃ 기준 탄소중립 시기 추정 사분위수 범위인 2065 ~ 2080년에 포함되는 시기가 도출된다.
Fig. 4에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2030년을 기준으로 세로축의 값을 보면,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한국의 적정 순배출량이 약 5억 톤 ~ 6.5억 톤 사이에 분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4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2019)에 상술된 2030년 NDC와 LULUCF 흡수예상량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목표 순배출량은 552 ~ 586백만 톤CO2eq.정도이다.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개별 시나리오에 따른 2030년 배출수준은 NDC 순배출량 값을 중심으로 대략 ± 10% 이내 범위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감축 초기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NL 경로의 경우, 2030년 NDC보다 더 높은 수준의 배출이 허용되고 후기로 갈수록 감축의 부담이 커진다.
반면, 시나리오별 배출량의 편차가 크지 않은 2030년에 비해, 배출 경로의 중-후기에 해당하는 2050년의 배출량은 더욱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Fig. 5 및 Table 5 참조). 하향식 탄소예산에 따른 시나리오별 2050년 적정 배출량 결과를 한국에서 실제 논의되어온 장기 목표와 비교 검토해보기 위해, 「2050년 저탄소 사회비전 포럼」검토안(Ministry of Environment, 2020)(이하 2050 포럼 검토안)에 제시된 5가지 2050 목표 배출량21)을 함께 살펴보자(Fig. 5 참조). 본 연구에서 도출한 총 12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2050년 적정 배출량 추정치 중 최댓값과 최소값 두 극값을 제외하면, 2.13억 ~ 3.80억 톤의 범위를 가진다. 이는 2050 포럼 검토안(Ministry of Environment, 2020)에 제시된 가장 높은 의욕 수준을 반영하는 ‘1안’에서부터 가장 낮은 수준의 감축 부담을 의미하는 ‘5안’까지 모든 감축안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탄소예산 배분 원칙 하의 2℃ 배출 경로에 부합함을 알 수 있다. ‘5안’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적정 배출량 추정치 범위의 경계 위에 놓인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 중 방법론적으로 가장 중립적22)이며 대표성을 가지는 시나리오 D에 따른 2050년 배출량 추정치에 가장 근사한 2050 포럼 검토안은 ‘4안’으로 나타났다.
6. 결론
본 연구에서는 파리협정 하 NDC로 대표되는 국가별 상향식 목표와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한 적정 온실가스 배출량과의 상당한 배출량 격차(Emission gap)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기능할 수 있는 지구적 탄소예산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2 ℃ 탄소예산은 2 ℃ 목표 이내로 지구 기온이 유지되는 선에서 향후 인류에게 주어진 배출 가능 탄소의 총량이다. 지구적 누적 배출량을 제한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탄소예산의 개념을 고려하게 되면, 어느 특정연도에 배출목표 달성, 혹은 미래 어느 시점에 탄소중립 달성 등의 단일 시점에 대한 목표를 넘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누적 탄소배출량에 더 주목하게 된다. 이는 NDC에 따라 2030년 당해 연도에 감축목표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2030년까지의 누적 배출량이 해당 국가의 배출허용량을 초과한다면 실질적인 배출 저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아시아 지역 잔여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한국의 배출허용량을 도출하는 분석을 수행했다. 하향식 탄소예산 배분은, 적용한 형평성 원칙·기준 및 접근법의 선택과 해당 접근법을 구현하기 위해 이용된 지표, 데이터 및 포함된 국가 범위 등 다수의 요인들로 인해 그 분담 결과에 매우 큰 편차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일부 선행연구와 같이, 특정 방법론에 따른 특정 수치를 선택적으로 택하여 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법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면에서, 복합원칙에 따른 배분 방식은, 단일원칙에 따른 결과의 편향과 대표성 결여 문제를 완화시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본 연구는 탄소예산 배분에서 더 나아가 도출된 배출허용량이 실제로 주어지는 경우를 상정하여 누적 배출 총량을 제한하는 배출경로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했다. 어느 국가는 감축 기술과 경험의 축적에 따라 더 가속화되는 경로를 따르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면, 이미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힘써와 기술개발과 감축 정책의 제도화 등이 고도화된 기후대응 선진국에서는 초기나 중기에 비해 감축 후기로 갈수록 점차 감축 여력이 줄어들어 감축률이 둔화되는 형태의 배출 경로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배출 시나리오 분석을 위해 세 종류의 배출 경로를 고려하였다. 구체적으로, 기존 연구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일정 감축률에 따른 선형 배출경로뿐만 아니라, 감축 관련 기술의 진보·고도화 및 사회·경제·기술적 감축 경험 축적 등에 따른 감축률 증가를 가정한 비선형(convex) 배출 경로와, Raupach et al. (2014)의 ‘총량이 제한된 배출경로(capped-emissions trajectory)’ 유형에 따른 지수 함수 형태의 배출 경로를 함께 고려하였다.
이렇게 총량에 제한을 두어 도출된 배출 시나리오들은 모두 한국이 분담해야 할 적정 감축 수준, 즉 한국에게 요구되는 감축 기여도를 모두 만족하기 때문에, 어느 경로를 따르든 무관하다. 하지만, 같은 양의 배출허용량을 기준으로 할지라도 경로의 형태적 특성에 따라, 특히 특정 배출허용량의 제약 하에 감축 초-중-후기에 어떤 식으로 제한된 탄소예산을 배분하느냐에 따라, 2050년 배출량과 탄소중립 시기 등이 시나리오별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하향식 접근법에 따른 한국의 “공정한 감축 부담 분담(Fair Sharing of Burden)” 몫은, 상향식 목표인 2030 NDC 목표 배출량의 ± 10% 범위이며, 2050년 적정 순배출량은 2.35억 ~ 3.80억톤으로 추정되었다.
한국 정부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할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의 달성은 파리협정 2 ℃ 목표 기준 한국의 공정한 분담 수준을 넘어선 상당히 의욕적인 목표이다. 특히, 한국의 경제·산업 구조, 배출 추세, 감축 관련 기술 수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 등 다양한 경제·사회·기술적 여건들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국내 감축 역량에 비해 매우 높은 의욕을 담은 정치적 공약이다. 1970년대에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은 1990년대부터 단기간에 걸친 압축 성장에 성공하며 현재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한국보다 앞서 산업화를 통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지속해온 유럽 등 기존 선진국들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유럽 선진국 수준에 발맞춰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경제·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 및 효율화가 이뤄지기에는 국가 경제의 성숙도 측면에서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21년 파리협정의 이행이 본격화되며, 3년 후인 2024년 첫 번째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이하 GST)이 시행될 예정이다. GST는 전 세계 공동의 노력을 주기적으로 진단·평가하여 각국의 차기 NDC 설정에 피드백을 주는 감축 의욕 증진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전 세계의 감축 노력이 파리협정 온도 목표 달성에 미흡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로 자리매김한 신흥 개도국 위주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압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존 파리협정의 2 ℃ 목표에서 더 나아가 1.5 ℃ 달성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2030 NDC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감축 의욕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협정에서 강조하는 의욕 수준의 ‘진전원칙’에 따라 감축 목표는 항상 상향 설정되어야 함을 감안한다면,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해내는 것이 대내외적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현명한 대응일 것이다. Kim (2020)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충분한 감축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만을 높이는 것은 결국 국내 산업의 경쟁력만을 훼손하고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 등 국가 감축계획 수립 시 미래 어느 특정 시점의 배출량 목표뿐만 아니라 로드맵에 따른 한국의 누적배출량 수준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 감축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향후 세계 평균 이상의 성장이 전망되는 주요 다배출국인 점을 감안하여, 배출집약도 개선 이상의 절대적 배출 감축 및 탈동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흥개도국들과의 정치·경제적 협력과 기술 이전·공유에도 지속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첫째, 파리협정의 의욕적 목표인 1.5 ℃가 아닌 2 ℃ 목표 달성을 위한 지구적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아시아 및 한국의 배출허용량을 도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탄소중립 패러다임이 대두되는 등 추가 온난화 수준을 1.5 ℃ 이내로 달성하기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이 급격히 강화되었다. 이러한 최근 추세를 반영하여 파리협정의 기존 목표인 2℃에서 더 나아가 1.5℃ 기준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배출허용량을 분석할 필요성이 있겠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형평성 원칙의 복합 적용 시 모든 원칙에 동일한 가중치만을 부여했다.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시나리오도 고려해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방법론을 보완·발전시켜, 1.5 ℃ 목표 하 지구적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공정한 감축부담 분담 몫을 살펴보는 후속 연구가 수행된다면, 본 연구에 더불어 향후 GST와 같은 감축 의욕 증진 압력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근거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에너지경제연구원 2020년 수시연구보고서인 “하향식 배출허용량 관점에 따른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 분담에 관한 연구”에서 발췌·보완하였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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