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와 자살위험: 1997 ~ 2024년 한국 시군구 월별 패널자료를 기반으로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association between climate exposure and suicide risk in South Korea using a district-level monthly panel dataset for 1997–2024. We link cause-of-death records to high-resolution climate data and estimate fixed-effects models that control for district-by-month seasonality and upper-level region-by-year shocks. The results show that a 1°C increase in monthly mean temperature is associated with an increase of approximately 0.02 suicides per 100,000 people, equivalent to roughly 1% of the mean monthly suicide rate. Monthly precipitation is also positively associated with suicide rates: a 100-mm increase in precipitation is associated with an increase of approximately 0.03 suicides per 100,000 people. The effect of temperature is not uniform across locations or population groups. It is larger in low-income districts and districts with above-average populations and is also greater among men and older adults. In contrast, heterogeneity in the effect of precipitation is more limited, although the association appears stronger in districts with higher long-term mean temperatures. These findings suggest that climate-related mental health risks are unevenly distributed across socioeconomic, spatial, and demographic groups. They also indicate that suicide prevention and climate adaptation policies should account for local vulnerability rather than relying solely on population-wide average effects.
Keywords:
Climate Change, Climate Exposure, Suicide, Mental Health, Panel Data, South Korea1. 서론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기후변화를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WHO, 2015, 2021a). 기후변화는 폭염·집중호우·가뭄 등 극한 기후 사건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켜 직접적인 사망과 질병 부담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인수공통감염병 및 수인성·매개체 전파 질환의 확산을 가속화하며 공중보건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WHO, 2023).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건강 영향이 신체적 질환을 넘어 정신건강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강조한다(APA & ecoAmerica, 2021; IPCC, 2022; WHO, 2023). 특히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특히 극한 기후 현상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 ‘매우 높은 신뢰도(very high confidence)’의 과학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음을 밝힌다(IPCC, 2022).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외상 노출에 따른 직접적 경로와 사회경제적 불안정을 매개로 한 간접 경로로 구분할 수 있다(Berry et al., 2010). 구체적으로, 폭염·홍수·자연재해와 같은 극한 기후현상에 대한 노출은 외상을 유발하여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기후변화는 생계 및 소득 불안정, 주거 환경의 취약성, 공동체 기반의 약화를 통해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간접 경로로 작용한다. 한편, 고온 노출은 생리적 및 행동적 반응을 통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데, 예컨대 수면 시간과 질의 저하는 감정 조절 능력을 약화시키고 우울 및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며(Baglioni et al., 2011; Obradovich et al., 2017; Okamoto-Mizuno and Mizuno, 2012; Yoo et al., 2007), 열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신경내분비 반응을 유발하여 기분과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Lõhmus, 2018).
기후변화는 개인과 사회 전반에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 환경을 형성하며, 이러한 스트레스의 영향은 노동생산성 저하와 복지 비용의 확대 등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진다(OECD, 2014; Patel et al., 2018). 정신건강 문제들 가운데서도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0만 명 이상의 사망을 초래하는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조기 사망과 질병 부담을 구성하는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국가로,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약 24.1명 수준으로, OECD 평균(약 10.7명)의 두 배를 상회한다(OECD, 2025). 이러한 맥락에서 기후 관련 스트레스 요인이 한국에서 자살을 비롯한 정신건강 취약성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존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자살은 정신질환을 포함한 정신건강 요인(GBD 2019 Mental Disorders Collaborators, 2022; WHO, 2021b), 사회경제적 충격과 실업(Reeves et al., 2012; Stuckler et al., 2009), 사회통합 수준(Mueller et al., 2021; Durkheim, 1897), 연령과 성별 등 인구학적 특성(WHO, 2021b; Conwell et al., 2011), 그리고 계절성 및 기후 조건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설명되어 왔다. 초기 연구로서 Durkheim (1897)은 자살률이 겨울보다 봄과 초여름에 높아지는 경향을 제시하며, 자살과 계절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였다.
자살의 계절성에 대한 최근의 논의는 일조량(Petridou et al., 2002), 기온(Burke et al., 2018; Carleton, 2017), 강수량(Fernández-Niño et al., 2018; Qi et al., 2015), 대기오염(Bakian et al., 2015) 등 구체적인 환경적·기후적 요인으로 분해하여 설명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최근 연구들은 여러 기후적 배경 요인 가운데서도 고온 노출이 자살을 비롯한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왔으며, 대체로 높은 기온이 자살률 및 정신건강 악화와 양의 관련성을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Burke et al., 2018; Carleton, 2017; Ma et al., 2026; Mullins and White, 2019; Obradovich et al., 2018; Page et al., 2007; Wu et al., 2024). 강수량의 경우, 고온 노출에 비해 그 영향의 방향과 통계적 유의성이 일관되게 보고되지는 않는다. 농촌 지역에서 가뭄은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으나(Carleton, 2017; Hanigan et al., 2012), 일반적인 강수량 변수를 포함한 연구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Frangione et al., 2022; Fernández-Niño et al., 2018; Qi et al., 2015). 다만 집중호우·홍수와 같은 재난성 강수 사건은 재산 피해, 이주, 생계 불안, 외상 경험을 통해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Horney et al., 2021).
국내에서도 여러 선행연구가 기온 상승이 자살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im et al. (2011)은 한국에서 일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때 자살률이 약 1.4% 증가하며, 이러한 효과는 남성과 고령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고 추정하였다. Kim et al. (2019)의 다국가 연구에서도 기온 상승과 자살 간의 양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며, 기온에 따른 자살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서구 국가들과 달리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약 27°C 부근에서 자살 위험이 최대에 이르고, 이때 자살 발생 위험은 자살 위험이 가장 낮은 온도와 비교하여 약 30% 높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Min et al. (2025) 역시 기온과 자살 간 관계는 역J자형 형태를 보이며, 특히 대도시 및 고령층에서 고온 노출에 따른 자살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남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온과 자살 간 연관성이 전반적으로 보편적인 경향을 가지면서도, 지역적 기후 조건과 사회적 특성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한국의 맥락을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기온-자살 위험 관계의 이질성은 국내에서 연령(Kim et al., 2011, 2024; Min et al., 2025; Park, Kim, et al., 2024), 도시 규모(Min et al., 2025), 사회경제적 조건(Park, Kim, et al., 2024)과 같은 인구 집단의 특성을 대상으로 보고되었다.
다만, 다수의 선행연구에도 불구하고, 분석 범위와 연구 설계 측면에서는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상당수의 선행 연구가 특정 도시나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행되어 전국 수준에서의 일반화 가능성에는 제약이 존재한다(Jeong et al., 2025; Kalkstein et al., 2019; Kim et al., 2016, 2019). 둘째, 일부 연구는 의료 이용 자료나 특정 취약집단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어, 기후 요인이 일반 인구 집단 전반의 정신건강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Park, Kim, et al. (2024)은 국민건강보험자료를 활용하여 폭염 노출이 지적장애, 자폐, 정신질환을 가진 집단의 응급의료 이용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나, 이러한 접근은 이미 의료체계에 포착된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인구집단 수준의 위험 구조를 분석하는 데에는 제약이 존재한다. 셋째, 대부분의 국내 연구가 비교적 짧은 관측 기간에 기반한 시계열 설계나 시간층화 사례-교차 설계를 활용하여 단기적인 기온 노출 변동의 급성 효과를 정교하게 추정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Kim et al., 2011, 2016, 2019; Min et al., 2025; Park, Kim, et al., 2024), 분석 기간의 제약으로 인해 연도 간 기온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넷째, 기존 국내 선행연구들은 상대습도(Park, Moon, et al., 2024)와 일조시간(Kim et al., 2011, 2019), 대기오염 물질(Min et al., 2025) 등을 통제변수로 사용해 왔으며 강수량은 상대습도와 일조시간 등 인접한 기상요인으로 대체되어 다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여름철 집중적인 강수량이 침수, 이동 제약, 재산 피해, 생활환경 악화 등을 유발하여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강수량 자체를 핵심적인 노출변수로 설정하여 자살률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국내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 단위 시군구 수준에서 구축한 장기패널자료(1997 ~ 2024)를 활용하여 기후 노출(기온 및 강수량)과 자살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추정한다. 본 연구는 월평균 기온과 월 누적 강수량을 독립변수로 활용하여 기온과 강수량이 자살 위험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다. 또한 지역의 소득 수준은 기후 위험에 대한 적응 능력을 반영할 수 있으며, 인구 수는 인구밀도 및 도시화 수준과 관련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특히 도시화 수준에 따라 도시열섬, 주거환경, 사회적 고립, 의료접근성 등이 달라질 수 있기에(Tong et al., 2021) 본 연구는 지역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기온과 자살의 관계가 이질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검토한다. 나아가 자살은 성별과 연령에 따라 기저위험이 다르게 나타나며(Cheong et al., 2012), 기온 노출에 대한 생리적·사회적 취약성 역시 집단별로 달라질 수 있다(Prina et al., 2024; Yanovich et al., 2020). 따라서 본 연구는 성별 및 연령별 하위집단 분석을 통해 기온과 자살의 관계가 인구집단 특성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나는지를 검토한다. 또한 본 연구는 국내외 연구에서 주로 활용되어 온 시계열 분석이나 시간층화 사례-교차설계와는 다른 접근으로 고정효과 패널 회귀모형을 적용한다. 이는 단기적 기후 노출 충격의 급성 효과를 추정하는 기존 연구와 방법론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증거를 제공하며, 지역 고유의 불변 특성과 시간에 따른 공통 충격을 통제한 상태에서 기후 노출 변화와 자살 간의 관계를 식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접근은 동일한 지역·동일한 월 내에서의 연도 간 기온 변동을 활용하여, 기온 변화와 자살 간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의의를 가진다.
2. 연구방법 및 데이터
2.1. 실증모형
기존 문헌에서 기온과 자살 및 정신건강 간의 관계는 주로 일별 또는 주별 자료를 활용한 시계열 설계나 사례-교차설계를 통해 분석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분산지연 비선형 모형(Distributed Lag Non Linear Model, DLNM)을 적용하여 폭염 직후 정신건강 관련 응급실 방문, 입원, 자살 시도 등의 변화를 추정해 왔다(Chan et al., 2018; Gasparrini et al., 2010, 2015; Niu et al., 2020). 해당 접근 방식은 고온에 대한 단기적 노출 효과를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한 사례만을 분석에 포함하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기간이나 지역의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인구 집단 전체의 장기적 추세와 시공간적 변이를 통합적으로 포착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다.
최근에는 관측되지 않은 지역 고유의 특성과 시간에 따른 공통 충격을 체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기후 노출 변화가 자살을 포함한 정신건강 관련 결과에 미치는 구조적 효과를 보다 엄밀하게 식별하고자 한 연구들도 점차 축적되고 있다(Burke et al., 2018; Carleton, 2017; Mullins and White, 2019; Obradovich et al., 2018). 대표적으로 Carleton (2017)은 인도의 월별 패널자료에 지역 고정효과와 연도 고정효과를 적용하여 농업 성장기 동안 일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경우 연간 자살이 약 67건 증가함을 보여주었다. Burke et al. (2018)은 미국과 멕시코의 월별 패널자료에 이원고정효과항을 포함시켜 월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때 자살률이 미국에서는 약 0.7%, 멕시코에서는 약 2.1% 증가함을 보고하였다. 두 연구 모두 소득 수준과 지역 평균 기후에 따른 이질성 분석 및 시간 추세 비교를 통해 이러한 기온 효과가 크게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기후 노출 충격에 대한 적응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패널 고정효과 접근은 반복되는 계절성, 장기 추세, 지역 간 구조적 이질성뿐만 아니라 관측되지 않는 지역 고유 특성과 시간에 따른 공통 충격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적 환경 변화가 정신건강 위험을 어떻게 누적적으로 증폭시키는지를 분석하는 데 특히 유용한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연구 경향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Burke et al. (2018)의 실증모형을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본 연구의 기본모형은 아래와 같이 선형효과를 추정하며, 2차 다항식을 포함한 다양한 비선형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기본모형에서 종속변수는 시군구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독립변수는 월평균 기온과 월 누적 강수량이다:
| (1) |
상기 모형에서 i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 s는 광역자치단체인 시도, m은 월, t는 연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SuicideRateismt는 기초자치단체 i, 광역자치단체 s, 연도 t, 월 m에서의 자살률, Tmeanismt는 시군구 단위의 월평균 기온, Precismt는 시군구 단위의 월 누적 강수량을 의미한다. μim과 δst는 각각 기초자치단체 × 월 고정효과와 광역자치단체×연도 고정효과를 의미한다. μim은 각 기초자치단체의 특정 월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지역별 장기 평균 수준, 지속적인 구조적 차이, 지역 고유의 계절적 패턴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별 평균적인 도시화 수준, 인구 구조, 소득 수준,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등에서 비롯되는 지속적인 지역 간 차이뿐만 아니라, 지역별 계절적 자살 패턴, 농번기나 관광 성수기, 지역 산업의 계절적 고용 변동, 주요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학기 일정 등 매년 유사한 시기에 반복되는 월별 활동 특성이 포함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관측 가능한 요인은 통제변수로 반영한 한편, δst을 통해 지역 경기 변동, 경제 구조 변화, 실업률 변화, 자살예방 정책이나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 감염병 유행 등 광역 수준에서 연도별로 발생하는 거시적 충격을 추가적으로 통제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고정효과와 통제변수의 영향을 통제한 이후, 동일 기초자치단체의 동일 월 내에서 연도별로 발생하는 기온 변동에 기반한다.
회귀분석은 각 시군구의 평균 인구를 가중치로 사용하는 가중 최소제곱법(weighted least squares, WLS)을 적용한 고정효과 모형으로 추정하였다. 이는 인구 규모가 큰 지역의 관측치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함으로써 소규모 지역의 변동이 추정 결과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ϵismt는 오차항으로, 모형에 포함되지 않은 기타 요인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또한 동일 시군구 내 관측치 간 상관관계를 고려하기 위해 표준오차는 시군구 수준에서 군집화(clustered standard errors)하여 추정하였다.
추가로, 본 연구에서는 기온 및 강수량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 지역의 사회경제적·기후적 특성과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지 이질적 효과(heterogeneous effect)를 추정하기 위하여 기본모형에 상호작용항을 추가한 모형을 사용하였다. 이질성 분석은 크게 지역수준 이질성 분석과 인구집단별 이질성 분석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지역수준 이질성 분석에서는 기초자치단체의 사회경제적 조건 및 장기적인 기후 조건에 따라 기온과 강수량의 효과가 달라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모형을 추정하였다.
| (2) |
여기에서 Zit는 기초자치단체 i의 지역수준 조절변수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지역수준 이질성 분석에서는 1인당 GRDP 로그값, 인구 규모 로그값, 평균 이상 인구 지역 여부, 장기 평균기온, 장기 평균강수량, 장기 평균기온 및 장기 평균강수량의 평균 이상 여부를 조절변수로 활용하였다. 1인당 GRDP와 인구 규모는 연도별로 변하는 지역 특성(Zit)으로 구성하였으며, 장기 평균기온 및 장기 평균강수량은 전체 관측 기간 동안의 시군구별 평균값(Zi)으로 정의하였다. 평균 이상 인구 지역 여부는 시군구별 평균 인구가 전체 평균 이상인 경우 1의 값을 갖는 더미변수로 구성하였고, 장기 평균기온 및 장기 평균강수량의 평균 이상 여부 역시 각각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식 (2)에서 γT는 지역수준 조절변수에 따라 기온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며, γP는 동일한 조절변수에 따라 강수량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낸다. 연속형 조절변수는 해석의 용이성을 위해 평균을 기준으로 중심화하였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성별 및 연령에 따라 기온과 강수량의 효과가 달라지는지 분석하기 위해 인구집단별 자살률을 구축하였다. 성별 분석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월별 자살률을 각각 산출하였으며, 연령 분석에서는 연령대별 자살률을 구성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인구집단별 이질성 모형을 추정하였다.
| (3) |
식 (3)에서 g는 성별 또는 연령 집단을 의미하며, SuicideRateigsmt는 기초자치단체 i, 광역자치단체 s, 집단 g, 연도 t, 월 m에서의 인구집단별 자살률을 의미한다. Gg는 인구집단별 조절변수로, 성별 분석에서는 남성 더미변수를 사용하였으며 여성은 기준집단으로 설정하였다. 연령 분석에서는 5세 단위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연령이 5세 증가할 때 기온 혹은 강수량 변수의 영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추정한다.
성별 및 연령 이질성 모형에서도 기본모형과 동일하게 기초자치단체×월 고정효과와 광역자치단체×연도 고정효과를 포함하였다. 이는 전체 표본을 대상으로 한 기본모형과 동일한 식별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종속변수만 인구집단별 자살률로 확장하여 기후 효과의 이질성을 추정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성별 및 연령 분석에서는 각 집단별 인구 규모를 가중치로 사용하여, 집단별 자살률의 변동성이 인구 규모가 작은 집단에서 과도하게 반영되는 문제를 완화하였다. 모든 이질성 모형은 기본모형과 동일하게 월평균 기온과 월 누적 강수량을 함께 포함하였으며, 각각의 기후 노출 변수와 조절변수간 상호작용항을 동시에 추정하였다. 강수량 계수는 결과 해석의 편의를 위해 월 누적 강수량 100 mm 증가에 대한 효과로 환산하여 제시하였다.
2.2. 기후자료: 월평균 기온 및 월 누적 강수량
기후자료로는 월평균 기온 및 월 누적 강수량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이는 유럽중기예보센터(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의 ERA5-Land 재분석 자료를 Google Earth Engine을 통해 구득하였다(Muñoz-Sabater, 2019). 동 자료는 약 0.1° (약 9 km)의 공간 해상도를 가지는 고해상도 격자 자료로, 지역 간 기후 노출의 이질성을 비교적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Muñoz-Sabater et al., 2021). 본 연구에서는 이를 대한민국 시군구 행정단위로 집계하여 지표면 기준 2 m의 평균기온(°C)과 강수량(mm) 변수로 구성하였다. 지표면 기준 2 m 기온은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권고하는 표준 관측 높이로, 인체가 실제로 경험하는 열 노출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기후 노출 변수로 활용된다(WMO, 2018). 다만 일부 도서 지역(강화군, 옹진군)은 격자자료와 행정구역 간 공간적 정합성 문제로 인해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2.3. 자살률
자살 사망 자료는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의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 사망원인통계 사망_연간자료_B형(제공)을 활용해 월-시군구 단위의 자살 사망자 수를 구축하였다(Statistics Korea, 2024). 사망원인통계는 전국 단위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수집·관리되는 행정자료로, 자살을 결과변수로 분석하는 데 있어 높은 신뢰성을 지닌다. 본 연구에서는 사망원인 분류코드 102(고의적 자해, ICD-10 기준 X60-X84)를 자살로 정의하였다. 사망원인통계는 사망자의 연령, 성별, 교육수준, 혼인상태 등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관련 데이터 역시 활용하였다.
2.4. 인구 및 1인당 지역내총생산
인구 자료는 「국내인구이동통계」 통계(Statistics Korea, 2025)를, 1인당 GRDP 자료는 국가통계포털의 「시군구 지역내총생산」 통계(Statistics Korea, 2022)를 활용하여 구축하였다. GRDP 자료의 경우 2020년 기준 GDP 디플레이터(IMF, 2025)를 적용하여 실질화하였다.
3. 추정 결과
3.1. 기본 모형 추정 결과
Table 2의 첫 번째 모형은 식 (1)의 기본 모형 추정 결과를 나타낸다. 강건성 분석을 위해 Table 2의 두 번째 모형은 식 (1)을 사용하되 인구 가중치 없이 추정한 결과이며, 세 번째 모형은 식 (1)의 광역자치단체 × 연도 고정효과 대신 연도 고정효과만을 포함한 결과, 네 번째 모형은 식 (1)에 선형 시간추세를 추가하여 장기적인 추세 변화를 통제한 결과이다. 마지막 모형은 식 (1)에 연도 × 월 고정효과를 추가하여 시간적 요인을 모두 통제한 모형이다.
추정 결과, 기본 모형에서 월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경우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0.02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계는 연도 × 월 고정효과를 포함한 모형을 제외하면 고정효과 구조 및 가중치 설정을 달리한 모형에서도 대체로 일관되게 확인된다. 강수량의 경우에도, 월 누적 강수량이 100 mm 증가할 경우 자살률은 10만명당 0.03명 증가하며, 다른 모형에서도 유의미한 추정 결과를 보인다. 이와 같은 기온 및 강수량의 효과를 시각화한 결과는 Fig. 1과 같다.
Estimated effects of temperature and precipitation on suicide ratesNotes: Each panel plots the change in suicide rates relative to the reference level, set at the long-term average (12°C for temperature and 100 mm for precipitation). Solid lines denote point estimates from the regression model, while shaded bands indicate 95% bootstrap confidence intervals. The histogram at the bottom of each panel displays the empirical distribution of each climate variable.
반면, 각 연도-월에 공통되는 변동을 통제한 다섯 번째 모형에서는 기온과 강수량 모두 자살률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연도 × 월 고정효과가 전국적으로 공통되는 기온 및 강수량의 기후 노출 변동을 대부분 흡수함에 따라, 계수의 식별이 동일한 연도-월 내 지역 간 잔여 변동에만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식별에 활용되는 변동의 폭이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잡음의 비중이 커져, 추정의 통계적 유의성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석의 용이성을 위하여 분석 기간 동안의 월평균 자살률(10만 명당 2.02명)을 기준으로 하면, 10만 명당 0.02명의 자살률 증가는 약 1% 수준의 증가에 해당한다. 이를 전국 인구 규모(약 5,170만 명)에 적용하면, 월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경우 전국적으로 월 10명 내외의 추가 자살과 연관되는 규모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가 연중 반복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약 120명 수준의 추가 자살과 연관된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 노출 변화가 정신건강 및 자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살과 같은 사건은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온 변화와의 통계적 연관성이 일관되게 관찰된다는 점에서 기후 관련 스트레스 요인이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추정치(평균 대비 약 1%)는 기존 국외 연구와도 비교 가능하다. Burke et al. (2018)은 월평균 기온이 1°C 상승할 때 자살률이 미국의 경우 평균 대비 약 0.67% (β1 = 0.007), 멕시코의 경우 2.1% (β1 = 0.006)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 추정된 한국의 효과는 약 1% 수준으로, 미국보다는 다소 높고 멕시코보다는 낮은 영향을 보인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한국의 경우 평균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2.02명)이 미국의 평균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0.97명)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면서, 기온 상승에 따른 상대적 증가율 역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추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고온 노출에 대한 사회적·행태적 반응이 국가별 사회제도적 환경, 인구구조,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기온 상승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와 비교하면, Burke et al. (2018)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경우 강수량과 자살률 간의 관계는 대체로 음(-)의 방향이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외에도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연구 맥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일관되게 유의하지 않았다(Cornelius et al., 2021; Diesenhammer et al., 2003; Fernández-Niño et al., 2018; Qi et al., 2015). 반면, 본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양(+)의 효과가 유의미하게 관찰되었으며, 월 누적 강수량이 100 mm 증가할 때 자살률은 1.4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선행연구에서처럼 강수량이 단순한 통제변수가 아니라, 한국 맥락에서는 자살률 변동과 독립적으로 관련되는 기후 요인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기후적 특성을 가지며, 강수량 증가는 일조량 감소, 외부활동 제약(Tucker and Gilliland, 2007), 이동 불편(Rajput et al., 2023), 침수 및 재산 피해 우려(Fernandez et al., 2015; Stanke et al., 2012; Woodhall-Melnik and Grogan, 2019), 습도 상승 등 생활환경 전반의 변화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우울감,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감, 신체적 불쾌감 등을 통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Fernandez et al., 2015; Golitaleb et al., 2022; Stanke et al., 2012), 결과적으로 자살 위험 증가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3.2. 이질성 모형 추정 결과
식 (2) 및 식 (3)에 따라 지역의 사회경제적·기후적 특성과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기온 및 강수량 효과의 이질성을 분석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먼저, 소득 수준에 따른 기온 효과의 이질성을 살펴보면, 월평균 기온과 1인당 GRDP 로그값의 상호작용항은 음(-)의 방향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기온 상승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 완화됨을 의미한다. 평균적인 소득 수준에서 기온 1°C 상승은 자살률을 인구 10만 명당 약 0.024명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효과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온의 정신건강 영향이 지역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경제적 자원이 기후 충격에 대한 적응 능력과 대응 여건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강수량과 소득 수준의 상호작용항은 음(-)의 방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인구 규모의 경우, 로그 인구와 기온의 상호작용항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반면, 평균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을 구분한 분석에서는 평균 이상 인구 지역과 기온의 상호작용항이 양(+)의 방향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인구 규모에 따른 기온 효과의 이질성이 연속적인 형태라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 규모를 가진 지역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평균 이하 인구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으나 평균 이상 인구 지역에서는 기온 1°C 상승 시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약 0.026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인구 밀집, 도시화, 열섬효과, 사회적 스트레스 등 도시적 환경이 고온 노출의 정신건강 영향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역의 장기적인 기후(장기 평균기온 및 장기 평균강수량)에 따른 기온 변화 영향의 이질성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장기적인 기후와 기온의 상호작용항은 양(+)의 방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장기적인 기후가 평균 이상인 지역과 이하인 지역을 구분한 분석에서도 기온 효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만 강수량 효과의 경우, 장기 평균기온에 따른 이질성이 일부 확인되었다. 장기 평균기온과 강수량의 상호작용항은 양(+)의 방향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 장기 평균기온이 평균 이상인 지역을 구분한 더미 분석에서도 강수량과의 상호작용항이 양(+)의 방향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평소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월 누적 강수량 증가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강수량 증가가 단순한 강수 노출만이 아니라 고온 환경, 습도, 불쾌지수, 실외활동 제약 등과 결합하여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성별 분석에서는 기온 상승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기온 1°C 상승은 자살률을 인구 10만 명당 약 0.008명 증가시키는 반면, 남성의 경우 상호작용항을 더하면 그 효과는 약 0.013명으로 확대된다. 이는 동일한 지역과 시점에서도 고온 노출에 대한 반응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절대적인 증가 규모는 남성에서 더 크게 나타났으나, 평균 자살률 수준을 고려한 상대적 변화율로 환산하면 여성에서의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는 성별 간 기저 자살률 수준의 차이에 따라 동일한 절대 효과가 상이한 상대적 변화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강수량 효과의 성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령과의 상호작용항은 양(+)의 값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연령대별 중간값을 중심화한 뒤 5세 단위로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연령이 5세 증가할수록 기온 1°C 상승의 효과는 인구 10만 명당 약 0.003명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층이 고온 노출에 따른 신체적 부담, 사회적 고립, 기저질환, 이동 제약 등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기후변화의 정신건강 영향이 연령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들과도 일관된다.
종합하면, 기온 상승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지역과 인구집단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특히 저소득 지역, 평균 이상 인구 지역, 남성, 고령층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강수량 효과의 이질성은 기온 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으며,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만 장기 평균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강수량 증가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전국 평균적인 기후 노출 효과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우며,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 인구 규모, 기후적 배경, 인구학적 취약성과 결합하여 이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및 자살 위험 대응 정책은 고온 노출 자체뿐 아니라, 저소득 지역, 인구 밀집 지역, 고령층과 같이 기후 위험에 더 취약한 집단을 중심으로 보다 세분화되어 설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결론
본 연구는 1997년부터 2024년까지의 시군구 단위 월별 패널자료를 활용하여 기온과 강수량 변화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월평균 기온 상승과 월 누적 강수량 증가는 시군구 단위 자살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관계는 다양한 고정효과 구조와 가중치 설정을 적용한 모형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이나 물리적 적응 인프라 구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공중보건 및 정신건강 정책과 긴밀하게 연계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온 상승의 영향이 저소득 지역, 인구 규모가 큰 지역, 남성 및 고령층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점은 기후위험이 기존의 사회경제적 취약성, 도시 환경, 인구학적 특성과 결합하여 정신건강 위험을 불균등하게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변화 적응 정책은 지역의 평균적인 기후 노출 수준뿐만 아니라 소득 수준, 인구 밀집도, 인구 구조 등 취약성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설계될 필요가 있다.
또한 강수량 효과의 이질성은 기온에 비해 제한적이었으나, 장기 평균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강수량 증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경향은 고온과 강수량 증가가 결합된 복합 기후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집중호우와 고온이 동반되는 시기에는 습도 상승, 외부활동 제약, 이동 불편, 재난 우려 등 생활환경의 변화가 누적되면서 정신건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자살 예방 정책 역시 개인 수준의 정신건강 지원에만 머무르기보다, 계절적 기후위험과 지역별 취약성을 반영한 공중보건 대응 체계 안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온 상승이 자살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고한 기존 국내외 연구들과 대체로 일치한다(Burke et al., 2018; Kim et al., 2011, 2019; Min et al., 2025). 다만 기존 연구들이 주로 특정 인구집단이나 일부 지역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질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반면, 본 연구는 성별, 연령, 지역의 인구 규모 및 경제적 수준을 하나의 분석틀 안에서 함께 고려하였다. 이를 통해 기온 노출의 영향이 인구학적 특성과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다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나아가 기존 연구들이 대체로 기온, 일사량, 습도 또는 태풍 등 자연재해에 초점을 맞추어 온 것과 달리, 본 연구는 강수량을 별도의 기후변수로 포함하여 자살률과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기존 논의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본 연구는 기후 요인이 정신건강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 패널자료를 통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지만 몇 가지 한계 역시 존재한다. 첫째, 본 연구는 월 단위 자료를 활용한 분석으로, 폭염과 집중 호우·홍수와 같은 단기적인 충격의 급성 효과를 정밀하게 추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고정효과 모형을 통해 지역 고유 특성과 거시적 충격을 통제하였지만 특정 시점에 전국적으로 발생한 단기적 사회 충격이나 개인 수준의 심리적 요인을 직접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기온 및 강수량 변화가 자살률에 미치는 평균적 영향과 일부 이질적 영향을 추정하였으나, 이러한 기후 노출 요인이 자살 위험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직접 검증하지 못했다. 고온 노출은 수면장애, 스트레스 반응, 충동성 증가, 기존 정신질환의 악화 등을 통해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고, 강수량 증가는 일조량 감소, 외부활동 제약, 재난성 강수에 따른 재산피해와 생계불안 등을 통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기 평균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강수량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결과는 고온, 습도, 불쾌지수, 생활환경 변화가 결합하여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본 연구는 이러한 매개경로를 직접 포착할 수 있는 자료를 포함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개인 수준의 정신건강 상태, 수면, 소득과 고용의 변화, 재난 피해 경험 등 구체적인 매개경로를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기온 상승 및 강수량 증가와 자살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정신건강 위험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계량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향후 재난적 상황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기후 노출 변화가 자살률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한 기초적 근거를 제공한다. 기후변화는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결합하여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그 경로를 보다 상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 인구 구조, 기후적 배경이 기후 위험을 어떻게 증폭하거나 완화하는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정신건강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환경부의 재원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신기후체제 대응 환경기술 개발사업(RS-2023-00218794)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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