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Society of Climate Change Research
[ Article ]
Journal of Climate Change Research - Vol. 17, No. 4, pp.805-824
ISSN: 2093-5919 (Print) 2586-278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6
Received 07 Mar 2026 Revised 30 Jun 2026 Accepted 29 Jul 2026
DOI: https://doi.org/10.15531/KSCCR.2026.17.4.805

기후기술 이전에 있어 장소 기반 접근법(Place-based approach) 적용 연구: 인도네시아 람풍 커피농가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지 거버넌스 비교 진단

정민경* ; 이돈민** ; 김태건*** ; 안세진**** ; 임종서*****,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데이터정보센터 박사후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제도혁신센터 선임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제도혁신센터 책임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데이터정보센터 선임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데이터정보센터 센터장
Beyond technical applicability: A place-based governance diagnosis for climate technology ODA site selection in Indonesia
Jung, Minkyung* ; Lee, Donmin** ; Kim, Tae Kun*** ; An, SeJin**** ; Yim, Jongseo*****,
*Post-Doc, Center for Data Information, 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Seoul, Korea
**Senior Researcher, Center for Institutional Innovation, 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Seoul, Korea
***Principal Researcher, Center for Institutional Innovation, 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Seoul, Korea
****Senior Researcher, Center for Data Information, 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Seoul, Korea
*****Director, Center for Data Information, National Institute of Green Technolog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geoyim@nigt.re.kr (07328, 60, Yeouinaru-ro, Yeongdeungpo-gu, Seoul, Korea. Tel. +82-2-3393-4067)

Abstract

Existing ODA feasibility assessments for climate technology transfer focus primarily on technical and resource conditions, while the governance capacity of recipient communities is rarely assessed systematically. However, previous research has demonstrated that the local socio-institutional context is critical to the success of technology transfer projects. To address this gap, this study applies a place-based approach derived from regional development theory to site selection for climate technology ODA. Specifically, it adopts the three criteria proposed by Marsh et al. (2017), who drew on Sabel and Simon’s (2011) experimentalist governance framework to formulate operational conditions for place-based practice: localised context, embedded learning, and reciprocal accountability. These criteria are reinterpreted from normative principles of successful practice as ex-ante diagnostic standards for assessing the governance conditions of candidate sites. Using a multiple-case study design, we compared three candidate sites for a coffee waste-to-energy ODA project in Lampung, Indonesia. Although the sites shared a coffee-industry base and basic technical applicability, they differed markedly in their organizational foundations, learning patterns, and external partnership structures. These differences produced three distinct governance profiles: foundation-building (nascent, with no external network), concentrated capacity (federated but concentrated around a leader), and asymmetric innovation (individual innovation without an organizational channel). Each profile requires a different ODA intervention pathway. No formal reciprocal accountability structures were identified at any site. This absence appears to stem less from site-level deficiencies than from the multiple centers of authority involved in ODA. The finding suggests that reciprocal accountability, which is based on a single central-local relationship, should be reconsidered in the context of ODA’s multilayered governance. Overall, governance diagnosis should be incorporated into climate technology ODA design alongside technical assessment.

Keywords:

Place-Based Approach, Governance Diagnosis, Climate Technology Transfer, Experimentalist Governance, ODA Site Selection, Waste-to-Energy

1. 서론

국제사회는 파리협정 제10조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기술(이하 ‘기후기술’)의 국가 간 이전을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기후기술 이전은 단순히 특정 기술이나 설비를 이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선택지를 확대하면서 자국의 발전 조건에 맞는 저탄소 전환 역량을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국제협력의 한 방식이다. 선행연구는 국가 간 기술이전 프로젝트의 성공에 있어서, 현지의 사회·제도 맥락과 다차원적 장벽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Kennedy and Basu, 2013; Sajid et al., 2024). 일부 연구들은 성공적인 국제 기후기술 이전이 단순한 하드웨어의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지식의 이전과 현지역량 강화를 포괄하는 기술 역량의 구축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강조해 왔다(Ockwell and Byrne, 2016; Ockwell et al., 2008).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실제 ODA 사업의 후보지 검토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는 비교 가능한 진단 기준으로 충분히 구체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국제 기술이전 사업의 초기 검토에서는 기술·자원 조건에 기반한 적용 가능성 판단이 우선되는 경향이 있으며, 해당 기술이 특정 장소에서 실제로 수용·운영·유지될 수 있는지와 같은 조건의 검토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구 공백이 지역개발 분야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장소 기반 접근법(place-based approach)’을 통하여 보완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접근법은 정책 설계에 있어서 공간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기존의 ‘공간 중립적(space-blind)’ 접근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장소가 가진 고유의 잠재력과 지역의 제도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Barca, 2009; Barca et al., 2012). 이 관점에서 일률적인 정책 집행은 제도역량이 취약한 지역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에 장소의 특성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특히 이를 위한 다층적 거버넌스를 강조한다. 최근 OECD가 기후 행동에 장소 기반 접근법을 명시적으로 적용하고(OECD, 2025a), 기후 행동 및 기후 탄력성 정책에 있어 장소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OECD, 2025b).

이러한 관점에서 거버넌스는 장소의 특성을 정책적으로 드러내는 핵심적인 분석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기후기술 ODA 사업은 특정 기술이나 자원의 조건뿐 아니라, 공여자와 수혜국, 현지 행위자들이 어떻게 조직화 되고 권한과 책임이 배분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후보지의 거버넌스 조건을 비교하는 것은 장소 기반 적합성을 검토하는 데 중요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장소 기반 접근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 커피 폐자원 에너지화 ODA 사업 후보지 간 거버넌스 조건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차이가 사업 적합성 판단에 주는 함의를 도출하였다. 특히 다음 두 연구 질문에 답하고자 하였다. 첫 번째는 세 후보지의 특성이 장소 기반 거버넌스의 실천 기준 측면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이며, 두 번째는 이러한 거버넌스 차이가 ODA 사업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분석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어떤 함의를 제공하는가다.

본 연구의 기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 있다. 첫째, 기후기술 이전에서 포괄적으로 논의되어 온 지역 맥락의 중요성이라는 논의를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거버넌스 요소를 어떻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틀을 제안하고 진단 도구로서의 유용성과 한계를 검토하였다. 둘째, 장소 기반 접근/정책이라는 지역개발 분야의 이론적 관점을 기후기술 ODA라는 새로운 정책 영역에 연결함으로써, 학문 분야 간의 대화를 시도하였다. 실천적으로는 기후기술 ODA 사업의 설계 시 기초적인 기술 및 자원 조건 검토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거버넌스 조건 진단의 출발점을 제공하고자 하였으며, 동일 지역 내에서도 후보지별로 차별화된 사업모델의 필요성을 탐색하였다. 셋째, 실제 ODA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축적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자료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경험적 의의를 지닌다.


2. 이론적 배경

2.1. 개도국 기후기술 이전의 한계와 현지 작동 조건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 기후기술 이전은 개도국 지원의 핵심 수단으로 제도화되어 왔다. 기술수요평가(TNA), 기술 메커니즘 설립, 파리협정 제10조 등을 통해 국제적 공조 체계가 구축되었으나, 실제 이전 과정에서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기술 이전 논의가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직적·제도적 역량과 같은 기술의 무형적인 자원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Haselip et al., 2015; Ockwell and Byrne, 2016). Ockwell and Byrne (2016)은 이러한 접근을 ‘하드웨어-금융 메커니즘’으로 규정하고,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지식 흐름을 수반하지 않을 경우 수원국의 기술역량 구축 효과가 저해된다고 지적하였다.

기술이전을 하드웨어의 물리적 이동을 넘어 수원국 기술역량 구축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은 일찍부터 형성되어 왔다. Ockwell et al. (2008)은 저탄소 기술의 국제 이전이 자본 설비의 이동을 넘어 운영과 유지를 위한 기술과 노하우, 지식의 이전을 포함하는 기술 역량 구축의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기술 개발 단계와 수용국별 맥락의 차이에 따른 이전 장벽과 정책적 함의를 분석하였다. Kennedy and Basu (2013)는 기술이전의 장벽에 대한 기존 논의에 기반하여 정책 및 규제와 제도적 역량, 투자 및 금융, 정보 및 기술의 세 차원으로 분류하고, 지역의 이해관계자 참여와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임을 지적하였다. 최근 Sajid et al. (2024)은 기술이전 장벽에 관한 주제분석을 통해 주요 장벽을 조직 및 지식, 정부 및 법률, 투자 및 금융, 소비자 및 시장, 인프라 및 개발, 기후 및 기타로 유형화하고, 이 중 조직 및 지식 차원(시스템 및 기술, 인적자원, 정보)이 핵심적인 장벽임을 확인했다.

개도국이 선진국이 경험해온 고탄소·비효율적 발전 경로를 반복하지 않고 저탄소·효율적 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술도약(leapfrogging)에 대한 논의도 개발 맥락에서 기술과 역량 관점이 전개된 대표적 사례이다. Goldemberg (1998)는 개도국이 산업화된 국가가 과거에 거쳤던 오염 집약적 발전 단계를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개발 초기 단계에서 이미 상용화된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일부 발전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Perkins (2003)는 기술도약 논의가 청정기술의 이용 가능성을 과도하게 낙관하고, 개도국이 해당 기술을 선택, 흡수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술 역량과 제도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논의에서 기술도약의 가능성은 외부 저탄소 기술의 도입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해당 기술이 현지 조건 속에서 수용되고 운영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현지 작동 조건을 포착하는 틀로서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 개념이 주목받아 왔다. Cohen and Levinthal (1990)이 기업 수준에서 제시한 이 개념은 외부의 새로운 정보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동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후 Zahra and George (2002)는 이를 잠재적 흡수역량(획득과 동화)과 실현된 흡수역량(전환과 활용)으로 구분하였다. 이 구분은 외부 지식에 접근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 활용 가능한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 별개의 조건임을 보여준다. 흡수역량 개념은 이후 국가 수준으로 확장되어 왔으나(Criscuolo and Narula, 2008; Mowery and Oxley, 1995), 국가 단위 논의는 기술이 실제 구현되는 현장 수준의 행위자 간 상호작용이나 학습, 제도적 조건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분석단위를 지역 단위로 낮춘 연구에서는 동일한 외부 지식이나 기술이 유입되더라도 해당 지역의 사전지식, 자산, 인적자본, 조직 역량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Fu, 2008; Miguélez and Moreno, 2015). 이러한 연구들은 흡수역량이 일정 범위 내의 사전지식, 인적자본, 지역 자산과 행위자 간 네트워크 등 맥락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맥락적 조건의 문제는 외부 개입과 현지 특수성이 맞물려 상호작용하는 기후기술 ODA 사업지 선정 과정에서 특히 두드러질 수 있다. 수원국 내 후보지들은 동일한 국가에 속해 있더라도 물리적 환경, 자원 조건, 조직 역량, 거버넌스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행정구역 단위의 평균 지표만으로는 동일한 기술이 특정 후보지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운영되며 유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후기술 ODA 사업에서 흡수역량 논의가 제기한 현지 작동 조건의 문제를 기술이 실제로 이전되고 운영되는 해당 장소 수준으로 낮춰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전환이 유효하려면, 장소 수준에서 무엇을, 어떤 원칙으로 분석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이론적 틀이 필요하다. 앞서 논의한 흡수역량 개념이 해당 장소에서 외부에서 도입된 기술이 활용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묻는다면, 이제 어떤 기준으로 일정 범위의 후보지(장소)를 비교하고 진단할 것인가와 관련된 질문이 남는다. 후자에 대답하기 위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지역개발 분야에서 발전해 온 장소 기반 접근법(place-based approach)을 가져온다. 다음 절에서는 이 접근법의 이론적 근거와 기후기술 이전 맥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2.2. 장소 기반 접근법과 기후기술 이전

장소 기반 접근법은 표준화된 해결책을 넘어 현지의 고유한 맥락을 강조하는 앞 절의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2000년대 들어 EU 정책의 공간 중립적 접근에 대한 비판은 2009년 Barca 보고서를 계기로 본격적인 정책 담론으로 부상하였다. 보고서는 EU의 결속정책(cohesion policy)이 지역 간 제도적 이질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장소 기반 접근을 제시했다(Barca, 2009). 이 관점의 전제는 해당 지역의 사회·문화·제도적 맥락이 그 지역의 시장 작동 방식과 잠재력에 영향을 미치기에, 정책의 목표나 설계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어야 하며, 외부의 개입도 지역 특수적 지식에 기반하여 각 지역의 제도적 환경에 특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Barca et al., 2012; Rodríguez-Pose, 2013).

Barca (2009)는 장소 기반 정책을 특정 지역에 고착화된 잠재력의 과소 활용이라는 비효율과 사회적 배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해당 지역의 선호와 지식에 기반한 맞춤형 공공재와 서비스의 공급, 목표와 제도에 대한 조건부 보조금이 상위에서 하위 정부로 이전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운영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정책 설계는 중앙이 모든 것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지식에 기반한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설계하고 동시에 학습의 가능성과 타 지역과의 연계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장소 기반 접근은 장소 기반 정책의 거버넌스 논의에서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Beer (2023)는 장소 기반 정책이 특정 장소의 고착된 사회·경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정책 개입이며, 그 결과는 다층적 행위자 간 조정, 파트너십, 지역 리더십, 자원 동원, 장기적 역량 구축과 같은 거버넌스 조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보았다. 이는 장소 기반 정책이 단순히 특정 지역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소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이 권한과 책임을 조정하고 외부 자원을 지역의 역량으로 전환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후기술 이전 맥락에 장소 기반 접근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장소의 물리적·자원 조건뿐 아니라, 기술개입을 수용·운영·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 조건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장소 기반 접근법은 최근 기후정책 논의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Garcilazo and McCann, 2025; OECD, 2025a, 2025b). Garcilazo and McCann (2025)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이 탄소 집약적 산업 의존 지역에 전환 비용을 비대칭적으로 부과하며, 공간 중립적 접근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OECD (2025a) 보고서는 기후위험과 해결책이 장소마다 다르며, 지방정부 재정과 권한을 활용하며 지역 공동체를 동원하는 장소 기반 접근이 의미 있는 기후 행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ODA는 현지 장소에 외부 개입과 다층적 거버넌스가 명시적으로 작동하는 정책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개입의 주체가 상위 정부가 아니라 국경을 넘는 공여자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장소 기반 논의의 전제인 중앙-지방정부 구도와 행위자 층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에 외부 행위자가 개입한다는 논리 자체는 장소 기반 논의 구도와 유사성을 지닌다. 이런 논의에서 지역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이 지속될 때 외부 개입이 정당성을 얻는다(Barca, 2009; OECD, 2025b). 기후기술 ODA에서 공여자는 바로 이러한 외부 행위자의 위치에서, 수원국의 현지 역량으로 메우기 어려운 조건을 보완하는 주체로 이해될 수 있다. 다만 공여자와 수원국 관계는 동일 주권 내 수직 관계보다도 비대칭적이라는 점에서, 장소 기반 원리의 단순 적용이 아니라 맥락에 맞는 재해석이 요구된다.

2.3. 분석틀: 장소 기반 거버넌스의 사전 진단 기준

장소 기반 접근법은 장소의 고유한 맥락과 제도적 조건을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론적·정책적 관점이며, 장소 기반 실천(place-based practice)은 이 접근법이 정책이 전달되는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원리를 의미한다. Marsh et al. (2017)Sabel and Simon (2011)의 실험주의적 거버넌스(experimentalist governance)의 논의를 바탕으로, 장소 기반 실천이 성립하기 위한 세 요건을 제시하였다. 실험주의적 거버넌스는 전통적인 관료적 정책 집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으로서, ① 포괄적인 정책목표(예: “적절한 교육” 또는 “양호한 수질”)와 이를 평가하기 위한 잠정적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② 목표 달성을 위한 지역의 폭넓은 재량을 보장하며, ③ 지역 간 정기적인 성과 보고와 동료평가(peer review)를 통해 상호 학습을 촉진하고, ④ 이러한 학습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목표, 성과평가 기준 및 의사결정 절차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제시하였다. 이에 기반하여 Marsh et al. (2017)은 성공적인 장소 기반 실천이 충족해야 할 세 요건을 지역화된 맥락(localised context), 내재된 학습(embedded learning), 상호 책무성(reciprocal accountability)으로 제시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 기준을 기후기술 ODA 사업지 선정 단계에서 후보지의 장소 기반 거버넌스를 사전에 진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재해석하였다.

Fig. 1.

Analytical framework for place-based governance diagnosis

Reconceptualisation of place-based practice criteria as ex-ante governance diagnosis standards

첫째, ‘지역화된 맥락’ 요건은 개인, 가족 및 지역사회 수준에서의 행위 주체성 또는 역량 개발을 위하여 외부 개입이 지역의 개별 요구와 공동체의 상황에 응답하여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실천 기준을 사전적인 진단 기준으로 전환하여, 사업 후보지의 물리적·자원 환경, 제도적 위치, 조직 기반, 내부 거버넌스, 외부 네트워크가 어떤 차별화된 개입 설계를 요구하는지를 식별하고자 하였다. 둘째, ‘내재된 학습’은 학습이 전체 시스템의 핵심 가치로서 행정적 관리구조와 운영 절차 안에 지속적으로 내장되어 서비스 개선과 상호학습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 착수 전 단계에서는 운영 경험에서 학습이 산출되기 이전이므로, 본 연구는 학습 내재화의 전제조건으로서 외부 지식 유입 경험과 자생적 학습 실천을 함께 진단하였다. 외부 지식 유입은 자체가 내재된 학습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것이 조직 내 학습 실천과 환류 구조로 전환될 수 있는 기반인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는 외부 지식의 획득과 동화가 그 자체로 활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전환이라는 별도 조건을 요구한다는 흡수역량의 단계 구분(Zahra and George, 2002)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상호 책무성’은 중앙과 지역이 공유한 정책 방향 안에서 지역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성과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상호적 책무 관계를 의미한다(Marsh et al., 2017). 이 원칙은 수직적으로는 상위기관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하향식 보고체계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성과를 상위기관에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한편, 상위기관 역시 약속한 지원을 이행할 의무를 지는 형태로 작동한다. 또한, 수평적으로는 지역의 경험이 유사한 다른 지역이나 관련 기관과 공유되어 다음 실행을 개선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러한 성과 공유에서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이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상호 책무성 요건 진단을 사업 후보지와 외부 지원 주체, 지방정부, 관련 기관 사이에 목표 설정과 성과 보고나 공유가 가능한가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Marsh et al. (2017)은 세 기준을 장소기반 실천을 실행가능하도록 하는 설계와 평가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명시적으로 사전적 사업 진단에 활용한다고 하지는 않았으나, 본 틀을 사전 진단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 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Marsh et al.도 사례를 분석하면서 세 구성 요소가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고 일부만 존재하는 경우를 진단한 바 있다. 이는 세 기준이 실천의 성숙도가 아닌 각 구성 요소의 존재 여부를 진단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진단 시점을 사업 착수 이전으로 옮기는 것은 대상 지역의 여건과 제도적 환경을 사전 진단하여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ODA 사전평가의 일반적 논리에도 부합한다.

본 연구의 이론적 차별성은 성공적인 장소 기반 실천의 세 원칙을 사전평가의 기준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다만 진단 대상은 장소 기반 거버넌스의 실천 그 자체가 아니라, 사업 착수 이후 그러한 실천이 작동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세 요건의 의미를 그대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요인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역으로 추적하는 방식을 취했다. 구체적으로 ‘지역화된 맥락’에서 정책 설계가 지역의 개별 요구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면, 사전 진단에서는 이 장소의 어떤 맥락적 특수성이 차별화된 개입 설계를 요구하는지 식별하고자 했다. ‘내재된 학습’이 시스템의 관리 구조에 학습이 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라면, 사업지 후보는 정책 전달체계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사전 진단에서는 후보지 공동체 조직이 향후 학습을 내재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상호 책무성’이 중앙과 지역 간 양방향적 책무 관계를 전제하는 원칙이라면, 사전 진단에서는 이 양방향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와 행위자 간 관계가 존재하는지 진단하였다.


3. 연구설계

3.1. 연구설계 및 접근방법

본 연구는 기후기술 ODA 사업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장소 기반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적용 가능성과 유용성을 탐색하기 위해 Yin (2018)의 다중사례 비교 접근을 채택하였다. 사례 간 비교는 앞서 제시한 세 진단 기준을 분석 범주로 보고 대조하는 방식으로 수행하였으며, 서로 다른 거버넌스 조건이 차별화된 개입 요구로 이어지는지, 또는 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 있는지 검토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설계는 이론적 틀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며, 사례 간 비교는 거버넌스 역량의 서열화가 아니라 차이의 유형화를 목적으로 한다. 또한 본 연구는 세 사례로부터 람풍 지역 또는 인도네시아 농촌 공동체 전반으로 통계적인 일반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 틀의 작동방식과 그 적용 과정에서 상호 책무성 개념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에 관한 분석적 일반화(Yin, 2018)를 지향하였다.

3.2. 사례선정 절차

본 연구는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 내에서 유사한 거시적 환경(커피 산업 기반, 사회적 임업 정책)을 공유하지만, 미시적 구조에서 차이를 보이는 산림농가공동체 세 후보지를 선정하였다. 각 후보지에서 커피 농가들은 산림농가그룹(Kelompok Tani Hutan, KTH)1) 또는 농가그룹연합체(Gabungan Kelompok Tani, Gapoktan)2)을 통해 사회임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세 후보지 사례의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기존 현지 네트워크(현지 용역사, 람풍대학교)를 통해 커피 폐자원을 활용한 기술이전이라는 사업화 안건이 도출되었고, 람풍대학교 교수와 람풍주 산림청의 추천을 통해 국가산림구역 내부 2개소(쁘사와란, 쁘마탕 느바)와 외부 1개소(바투 뜨기)가 잠재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사례 선정은 실무적인 경로로 이루어졌으나, 세 후보지는 조직의 규모, 역사, 외부 기관과의 협력 경험, 제도적 위치 등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여, 비교 설계에 부합함을 확인하였다.

3.3. 자료수집 및 분석방법

자료수집은 연구진의 문헌조사와 현지 전문가를 통한 심층 조사 두 축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장소 기반 접근법, 장소 기반 거버넌스 및 기후기술 이전 관련 문헌과 인도네시아의 정책 자료를 분석하여 분석틀을 확립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Marsh et al. (2017)의 세 가지 요인(지역화된 맥락, 내재된 학습, 상호 책무성) 기준으로 현지 전문가에게 자료수집 요청서를 설계하였으며, 여기에는 요인별 핵심 질문, 정량·정성 데이터 항목, 현장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이론적 틀에 기반한 체계적인 비교 자료수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사례 추천이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졌으나, 분석의 이론적 틀과 조사 도구는 연구자가 사전에 설계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자료수집은 연구자가 직접 현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화된 조사도구를 매개로 현지 전문가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현지 전문가는 연구자가 설계한 분석 틀과 조사도구(질문지)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는 현지 조사원의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최종 분석과 해석은 연구자가 주도하였다. 현지 전문가는 인도네시아 한-인니 산림협력센터 소속 직원으로, 인도네시아 사회적 임업 정책과 람풍 지역 농촌 공동체에 대한 5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는 연구자가 설계한 요청서에 따라 2025년 5월 사업지를 방문하여 반구조화된 인터뷰, 현장 관찰, 정량·정성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였다. 각 사례지별로 공동체 리더 및 핵심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가 수행되었다. 전문가는 현지어로 수집된 자료를 요청서의 구조에 맞추어 영어/한국어로 정리하여 전달하였다.

연구자는 현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1차 문헌 분석 보고서와 2차 현지 심층 조사 보고서, 질문지 응답 등을 통합하여 최종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은 이론적 틀에 기반한 범주 대조 방식으로 수행하였다. Marsh et al. (2017)이 제시한 지역화된 맥락, 내재된 학습, 상호 책무성을 분석 관점으로 참고하여, 비교가능한 사례들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자는 현지 전문가가 수집한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문헌 조사나 질의를 통해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였으며, 문헌 조사, 현지 자료원을 통한 인터뷰·현장 관찰이라는 복수의 데이터 소스를 교차 활용하여 해석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4. 사례분석 결과

4.1. 인도네시아 정책 환경과 사례 맥락

본 연구의 사례는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의 폐자원을 에너지화하는 소규모 기술이전 사업 맥락에서 검토되었다. 인도네시아의 2023년 전력화율은 99%를 상회하였으나(ESDM, 2024), 전력공급의 접근성과 안정성에는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였다(ADB, 2020; IESR, 2023). 2014년 국가에너지정책(KEN)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3%를 목표로 설정하였으나(Government of Indonesia, 2014), 2025년 KEN에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가 19 ~ 23%로 재설정되면서(Government of Indonesia, 2025), 기존 목표 달성이 사실상 지연되었다. 전력공급사업계획(RUPTL 2025–2034) 역시 이전 계획 대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를 낮추고, 신규 화석연료 계획을 포함하는 등 선언적 목표와 이행 사이의 괴리가 지적되었다(CERAH, 2025; CREA, 2025). 이러한 맥락은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에서 미활용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이 전력공급의 격차를 보완하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고하는 보완적 수단으로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사례지인 람풍주(Provinsi Lampung)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커피 생산지이다. 람풍주를 포함한 수마트라 남부 주요 커피 생산 3개 주(람풍, 남부수마트라, 벵쿨루)의 2023년도 커피 생산량은 약 363,872톤으로 인도네시아 전체 커피 생산량 758,725톤의 약 48.0%를 차지하였으며, 생산은 주로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BPS, 2024). 따라서 본 사업은 대규모 에너지원 대체 사업이라기보다, 커피 주생산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활용 농업 부산물을 연료로 활용하는 소규모 분산형 폐자원 에너지화(waste-to-energy) 실증사업으로 이해될 수 있다.

람풍 커피 농가의 상당수는 산림 또는 그 인접 지역에 위치하며, 커피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은 산림·농업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1999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지방분권화 체제를 갖추고 있어(Nasution, 2016), 기술이전 과정에서 중앙정부와의 협력 뿐 아니라 주(provinsi)·군(kabupaten) 등 지방정부와 현장 관리조직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산림 부산물을 활용한 ODA 사업의 추진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정합성뿐 아니라, 람풍주 산림행정기관, 후보지 관할의 KPH (산림경영단위, Kesatuan Pengelolaan Hutan)3)의 현장 지원이 중요한 조건이 된다. 특히 KPH는 지역 현장 유일의 산림행정조직으로서 사회적 임업 허가 대상지 확인, 기술검증, 기술지도 및 주민역량 강화 등을 담당하도록 규정되어 있다(Tajuddin et al., 2019).

인도네시아의 사회적 임업(Social Forestry)은 지역 주민에게 산림 접근권과 생계 기반을 제공하는 제도적 통로로서, 실제로 람풍 사례에서는 토지권 안정화와 생계자본 개선이 확인된 바 있다(Kaskoyo et al., 2017). 마을 단위 공동체인 산림농가그룹(KTH)은 외부 프로젝트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개조직으로 기능하며(Purnomo et al., 2022), 사회적 임업에 대한 관리승인을 받지 못한 주민조직은 제도적 지원망에서 소외될 수 있다(Sahide et al., 2020). 다만 이러한 제도 성과는 설계 자체보다 후보지의 이행 조건에 좌우되며, 기존 연구들은 사회적 임업의 실행 과정에서 엘리트 포획(elite capture)4)(Saputra et al., 2025), 허가·권리 인정 과정에서의 취약계층 배제(Fisher et al., 2018), 허가 급증 대비 부실한 이행 지원(Sahide et al., 2020) 등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즉, 사회적 임업은 지역 주민의 생계 기반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형식주의와 이행 조건의 차이에 대한 비판이 함께 존재하는 제도로서(Ismariana et al., 2024; Saputra et al., 2025), 연구 사례의 제도적 기반인 동시에 후보지별 거버넌스 조건의 차이를 검토하는 핵심 맥락이다.

종합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정책 환경은 본 사업이 소규모 분산형 폐자원 에너지화 실증으로서 정책적 정합성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정합성이 곧바로 사업 실행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람풍의 커피 농가는 사회적 임업 제도 안팎에서 서로 다른 정책 접근성을 가지며, KTH의 조직 역량, 외부 지원 경험, 혜택 배분 구조 역시 후보지별로 상이하다. 따라서 커피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의 적합성은 기술 적용 가능성뿐 아니라, 각 후보지가 놓인 제도적·조직적 맥락과 실제 거버넌스 조건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Basic technical and resource conditions for preliminary coffee waste-to-energy assessment

4.2. 기술·자원 조건 기반의 기술적 적합성 개관

본 절에서는 후보지별 진단에 앞서, 세 후보지에 커피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이 기술·물리적 차원에서 적용 가능한지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기술적 적합성은 공학적 타당성이나 경제성 분석이 아니라, 폐자원 유형·발생량·기본 인프라 등 기초적 기술·자원 조건의 부합성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장소 기반 분석틀 세 기준 중 ‘지역화된 맥락’의 하위 차원 가운데 물리·자원 환경(physical and resource environment)과 폐자원 특성(waste characteristics)을 중심으로 기본 조건을 검토하였다. 이는 후보지 간 차이가 기술적 제약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거버넌스 조건에서 비롯되는지를 분리하여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커피 폐자원의 기술적 활용가능성은 여러 문헌에 의해 제시되었다. Brunerová et al. (2019)은 서부 람풍 커피농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커피 펄프, 껍질 등의 수분함량, 발열량, 무기성분 등을 분석하여 고형 바이오매스 연료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Grafilo et al. (2020)은 필리핀 사례에서 커피 껍질 기반의 가스화-건조 시스템을 모델링하여 고형 부산물이 커피 건조공정의 에너지원으로 환류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Garcia-Freites et al. (2020)은 콜롬비아 커피 농가의 커피 줄기 부산물을 대상으로 소규모 가스화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생산이 바이오매스의 규모, 에너지 수요, 회수열의 활용처, 운영 규모와 같은 장소특수적 조건에 의해 달라짐을 보여주었다.

세 후보지는 모두 커피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공통적으로 커피 생산 기반이 존재하고, 커피 가공 과정에서 건조 껍질, 펄프, 점액질 혼합 폐기물, 침출수 등 에너지화 또는 자원화가 가능한 부산물이 발생하며, 현재 이들 폐자원의 상당 부분은 퇴비화 시도 또는 단순 폐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폐기물은 다양한 에너지화·자원화 경로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실제 기술 선택은 폐자원의 수분 함량, 발생량, 수거 방식, 운영 주체의 유지관리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입지 측면에서 세 후보지는 모두 람풍주 내 산림 또는 그 인접 지역에 위치하며, 도로 접근성·전력망(PLN) 연결·기존 가공시설 등 사업 적용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다만 PLN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는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여, 분산형 자체 발전을 통한 가공시설 운영 안정성 확보의 보완적 가치가 있다. 자원 환경 측면에서 후보지별 토지 면적·기후 조건에는 차이가 있으나, 본 연구의 기초 검토 범위에서는 커피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의 제약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기술적 적합성 검토는 후보지별로 폐자원 활용 경로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실제 사업모델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요소들이 분석되어야 한다. 바투 뜨기와 쁘마탕 느바는 주로 건식 가공에서 발생하는 커피 껍질을 활용하는 고형 바이오매스 경로를 검토할 수 있는 반면, 쁘사와란은 습식 가공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고형 부산물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복합적 폐자원 활용 경로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경로의 차이는 설비 규모, 운영 주체, 유지관리 역량, 공동체 학습 방식, 수익 배분 구조와 결합될 때 비로소 사업 설계의 차이로 구체화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세 후보지의 기술적 적합성을 공통의 출발점으로 두고, 지역화된 맥락, 내재된 학습, 상호 책무성의 세 기준을 통해 후보지별 거버넌스 조건의 차이가 사업 설계에 갖는 함의를 분석하였다.

4.3. 장소 기반 거버넌스 분석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의 세 후보지 거버넌스를 장소기반 실천의 기준에 따라 비교 분석하는 목적은 후보지 간 서열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맥락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여 사업모델로서의 적정성과 형태를 가늠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각 장소가 요구하는 차별화된 ODA의 개입 경로와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Comparison of three coffee farming communities in Lampung, Indonesia: Localised context

4.3.1. 지역화된 맥락 비교

‘지역화된 맥락’은 정책이 지역의 개별 요구사항과 공동체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Marsh et al., 2017). 본 연구에서는 이 원칙을 사전 진단 기준으로 전환하여, 각 후보지의 맥락적 특수성이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 개입 설계를 요구하는가를 식별하였다. 앞서 확인한 공통의 기술적 기본 조건이 동일한 사업모델의 적합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가공방식과 폐자원 특성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 경로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설비 규모, 운영 체계, 유지관리 주체, 공동체 학습 내용의 차이를 동반한다. 따라서 지역화된 맥락 분석에서는 이러한 기술조건이 각 후보지의 제도적 위치, 조직 기반, 외부 네트워크의 세 차원 속에서 어떤 사업모델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함께 검토하였다.

세 후보지의 조직적 기반과 내부 거버넌스 구조는 지역화된 맥락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외부 기술을 수용하고 운영할 수 있는 행위 주체성이나 역량의 토대를 형성한다. 바투 뜨기의 KTH 랑카스 버르시나르(Rangkas Bersinar)는 2024년 초 설립된 23명의 농민 조직으로, 공식적인 공동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 커피 탈각기도 마을 주민 개인 소유의 장비를 임대하여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쁘마탕 느바의 Gapoktan 위라카랴 세자테라(Wirakarya Sejahtera)는 21개 KTH·약 2,000명의 연합체로서, 탈각기 임대 수익의 15%를 Gapoktan으로 배분하는 자체 수익 기제를 갖추고 있고, 여성농민그룹(KWT)의 퇴비화 프로그램 참여 등 포용적 거버넌스의 가능성도 확인하였다. 그러나 약 2,000명 구성원에 대한 혜택 분배 문제는 내부 거버넌스의 과제이다. 쁘사와란의 KTH 아그로포레스트리 라스타리(Agroforestry Lestari)도 22가구 정도 규모의 소규모 조직으로, 몇몇 개인의 주도로 기술 도입과 시장 개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룹 차원의 공식적 의사결정이나 자원 배분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역시 개인이 보유한 탈각기계를 임대하여 사용하였다.

이러한 내부 거버넌스의 차이는 ODA 사업 설계 시 기술 도입의 주체와 운영 책임의 소재를 각 장소의 조직적 현실에 맞게 설정해야 함을 시사한다. 조직 규모의 차이는 잠재적인 폐자원 발생량과 수요의 차이를 야기하며, 이에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 모델의 규모를 다르게 설계할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쁘마탕 느바의 대규모 연합체(21개 KTH, 약 2,000명)와 상대적으로 높은 단위면적당 생산량(800 ~ 1,300 kg/ha)은 중앙 집중형 설비의 운영 가능성을, 바투 뜨기(23명)와 쁘사와란(22가구)의 소규모 맥락은 개별 농가나 소그룹이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세 지역은 제도적 기반에서 차이가 있다. 쁘마탕 느바와 쁘사와란의 사업지는 국가산림구역 내부에, 바투 뜨기의 사업지는 개인 소유의 농지에 위치해 있으며 이 차이는 정부 지원 접근성에 직접적 격차를 만든다. 국가산림구역 밖에 위치한 바투 뜨기는 산림농업 관련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쁘마탕 느바는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산림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쁘사와란은 통합 농업 개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었다. 다만, 같은 보호림 구역에서도 사업화 대상지의 운영주체에 따라 다시 차이가 존재한다. 쁘마탕 느바는 산림부 산하 기술집행기관(BPDAS)5)에서 커피 로스팅 장비 등을 지원받고, 다양한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축적해왔다. 반면, 쁘사와란은 소규모 조직으로서 같은 보호림임에도 현재까지 커피 생산에 대한 외부의 지원이 전무하다. 쁘마탕 느바의 경우처럼 조직의 규모와 외부 네트워크 축적은 실질적 정책 접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다만 쁘사와란은 1980년대부터 커피를 재배해왔으며 독자적으로 커피 가공법을 연구하고 적용해오고 있다.

종합하면, 세 후보지의 지역적 맥락은 동일한 기술적 개입에 대해 여러 분기를 발생시킨다. 첫째, 적절한 기술 경로, 둘째, 사업 규모, 셋째, 정책 접근 경로, 넷째, 기술 운영 주체의 거버넌스 구조이다. 이 분기들은 상호 독립적이지 않으며, 특히 조직적 기반의 차이가 기술 경로와 사업 규모의 선택을 제약한다. 이는 사업지 선정이 기술적으로 적합한 곳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각 장소의 맥락에 맞는 사업 모델과 거버넌스 구조를 동시에 설계하는 것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4.3.2. 내재된 학습 비교

‘내재된 학습’은 학습을 시스템의 핵심 가치이자 행정 구조의 역동적 중심(dynamic heart)으로 내장하는 설계 원칙이다. 학습은 코드화되거나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실용적·경험적·적응적 성격을 가지며, 이러한 학습이 내장될 때 지속적 개선과 상호적 학습에 필요한 정밀한 정보가 산출된다. 중요한 것은 ‘학습이 관리구조에 내장되어 있는가’이다. 단발적인 개인 수준의 지식 습득이나 외부 프로그램 참여는, 투입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조직 운영 절차에 반영되고, 공유되고, 환류되는 것과는 다르다.

Comparison of three coffee farming communities in Lampung, Indonesia: Embedded learning

본 연구에서는 이 원칙을 몇 가지 사전 진단 기준으로 전환하여, 각 후보지에서 학습을 내재화할 수 있는 조직적·제도적 기반이 존재하는가를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외부 지식 유입 경험, 자생적 학습 실천, 학습의 내재화 수준, 학습의 지속성과 환류의 네 차원으로 조작화하여 비교하였다. 이 중 외부 지식 유입과 자생적 학습은 학습 자원의 투입 측면을, 학습의 내재화와 지속성·환류는 그 자원이 조직 내에 정착되는 측면을 진단하였다.

바투 뜨기는 학습의 투입과 내재화 모두가 부재 상태에 가까웠다. 2024년 초에 설립된 이 신생 KTH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기술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경험이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농업청의 현장 지도가 있었으나 후속 조치 없이 종료되었고 현재는 KPH 소속 지도관의 비공식적 지원에 의존하여 퇴비 제작 교육 등을 계획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외부의 지식과 기술이 유입될 공식적인 통로가 거의 없으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조직 역량 강화와 기술 훈련이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쁘마탕 느바는 학습 투입 측면에서 세 지역 중 가장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USAID, Pertamina Geothermal, Gojek 등 다수의 정부, 민간, 국제기구와 협력한 경험을 통해 탄소 저장량 관리, 고수관목 식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했으며, BPDAS 등으로부터 묘목 및 커피 가공 장비 등도 지원 받은 바 있었다. 중요한 질문은 이와 같은 외부 프로그램의 참여 경험이 Gapoktan의 관리구조에 내재되어 있는가이다. 대규모 연합체에서 조직 내 교육이 개별 농민들에게까지 효과적으로 확산되고 내재화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특히 여성농민그룹(KWT)이 주도한 지속 가능 식량 프로그램이 외부 자금 종료 후 중단된 사실은 학습의 지속성과 환류 차원에서 외부 지원 종료 시 활동이 자생적으로 지속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KWT의 껍질 퇴비화 역시 별도 처리 방법 없이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자생적 학습이 미흡함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쁘사와란은 세 지역 중 학습의 양태가 가장 복합적이었다. 이 지역의 KTH 리더는 외부 기관의 공식적 지원 없이 인터넷을 통해 세미워시, 풀워시, 허니 프로세싱 등 다양한 가공 기술을 자발적으로 탐색하고 현장에 적용하였다. 특히 허니 로스트 빈의 개발과 같이, 시장 수요에 대응한 실천이 이루어지거나 프리미엄 원두 납품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쁘사와란의 자생적인 학습 역량을 보여준다. 이는 내재된 학습의 바람직한 성격(실용적, 경험적, 적응적)과 일부 부합하지만, 내재된 학습의 충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현재 쁘사와란의 혁신적 학습이 공동체(조직)의 관리구조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지식공유 채널이 존재하거나 조직적 학습 구조가 존재하진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리더 그룹 또는 개인에게 축적된 기술과 시장 지식이 공동체의 조직적 자산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침출수를 액비(POC)로 활용하는 사례도 폐수의 자원화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개인적인 실천 수준이었다. 따라서 쁘사와란의 사전 진단 결과는, 학습의 투입과 학습의 실용성, 경험성, 적응성 측면에서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학습의 조직적 내재화와 지속성 측면에서 기반이 부재하다는 것이었다. 이 지역에 필요한 개입은 새로운 지식의 유입이 아니라, 기존에 개인 수준에서 축적된 학습을 공동체의 공식적 역량으로 전환하는 조직적 채널의 구축이다.

4.3.3. 상호 책무성 비교

장소 기반 접근의 실천에서 ‘상호 책무성’은 중앙이 일방적으로 지방에 명령·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우선순위나 주제의 틀을 제공하고 지역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 성과를 설명·정당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로 수평적인 사업지 간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적응적 학습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강조된다(Marsh et al., 2017). 본 절에서는 이 두 축을 ODA 사업지 선정 단계의 사전 진단 기준으로 전환하여 세 후보지의 거버넌스 구조를 비교하였다. 이 때 핵심 질문은 양방향적 책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존재하는가이다. 이를 목표 설정과 성과 정당화의 양방향성(중앙의 우선순위 설정과 지역의 목표설정 및 정당화 관계 존재 여부), 사이트 간 성과 공유(유사 사업지 간 성과 비교·공유 메커니즘의 존재 여부) 차원에서 비교하였다. 다만 상호 책무성 원칙은 단일 주권 체계 내 중앙–지역 관계를 전제하므로, 다층적 행위자가 개입하는 ODA 맥락과는 구조적 간극이 존재하며, 본 절은 이를 인식하면서 현장 수준에서 관찰 가능한 책무 관계의 양상을 확인하였다.

Comparison of three coffee farming communities in Lampung, Indonesia: Reciprocal accountability

바투 뜨기는 상호 책무성의 모든 차원에서 기본적인 요건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적 책무 구조의 측면에서, 개인 사유지에 속한 이 지역은 산림경영단위(KPH)의 정책 관할에서 공식적으로는 배제되어 있으며, 어떠한 외부 개입 주체와도 공식적 목표 설정과 성과 보고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갈등이 발생할 시 KPH가 중재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는 상시적인 책무 관계라고 보기 어려웠다. 수평적 학습 구조 측면에서는 인근 공동체와의 성과 공유나 상호 학습 채널이나, 파트너십 측면에서 외부 기관과의 공식적 협력 관계가 전무한 상태였다. ODA 사업이 추진될 경우, 사업 관리의 주체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거버넌스의 신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동시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 수혜가 미미한 상황에서 ODA를 통해 대안적 거버넌스 경로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쁘마탕 느바의 경우, 다른 사업지에 비하여 다양한 외부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해당 공동체가 복잡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외부 파트너십과의 책무적 성격을 살펴보면, 이러한 관계는 외부 기관이 지원하고 공동체가 그것을 받는 일방향적 구조에 가까웠다. 중앙과 지역의 공동의 목표 설정과 성과의 상호적 정당화라는 ‘상호 책무성’의 조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상위 기관과의 수직적 책무 관점에서 Gapoktan이 자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성과를 상위기관에 정당화하는 보고체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평적인 책무 관계 측면에서도, Gapoktan 내부의 21개 KTH 그룹이 존재하고 있으나 이들 간의 성과 공유나 상호 학습의 메커니즘은 확인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쁘사와란은 상호 책무성의 공식적 구조가 부재하면서 그 맥락이 바투 뜨기와는 다소 다르다. 이 공동체는 카카오 재배와 관련하여 민간 기업(Delfi)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으나, 이는 공동체 차원의 포괄적 파트너십이라기보다 개별 생산품에 대한 한정적인 프로그램 지원이다. 커피 생산 관련하여 상위 기관과의 수직적 책무 구조나, 수평적 책무 관계나 학습 구조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쁘사와란에서 자생적 혁신 역량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부에 정당화하거나 공유할 공식적 채널이 없다는 점에서, 개인의 역량과 제도적인 성과 보고·공유의 책무 구조 사이의 비대칭이 나타났다.

개별 사례의 차이를 넘어, 중요한 공통점은 세 지역 모두에서 외부 개입 주체 또는 중앙-지역 간의 상호 책무 구조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후보지의 개별적 결함이라기보다, 사업 착수 전 단계에서 상호 책무성이 형성되지 않은 조건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ODA 정책의 맥락에서는 중앙의 단일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본 사례의 경우, 관련 중앙은 공여자, 인도네시아 중앙정부, 람풍 주정부, 산림경영단위(KPH) 등으로 다층화될 수 있으며, 각 층위의 제도적 권한과 목표도 상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상호 책무성은 현재 충족된 요건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기보다, 향후 ODA 사업 설계 과정에서 목표 설정, 성과 설명, 사업지 간 학습 환류가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전제조건을 확인하는 기준으로 해석된다.

상호 책무성에 대한 구조와 관계성은 현장 자료를 통해 일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나, 다층 행위자간의 실제 책임의 배분, 비공식적 조정 관계나 성과 환류까지 심층적으로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향후 이와 같은 요소는 ODA 사업기획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모니터링해야 할 과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5. 고찰

5.1. 후보지 거버넌스 진단 해석과 차별화된 개입경로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기술·자원 조건의 관점에서 세 후보지는 모두 커피 폐자원 기반 에너지화 사업의 적용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의 세 장소 모두 로부스타 커피 품종을 재배하고, 커피 바이오매스를 배출하며, 분산형 전력 공급의 보완적 가치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장소 기반 거버넌스 관점을 적용하면, 장소 기반 해법은 지역 맥락에 맞게 조정되어야 하며 단일한 모델로 일괄 적용되기 어렵다. 즉, 기후기술 ODA 사업지 선정 비교는 어느 곳이 더 준비됐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 장소에는 어떤 방식의 개입이 필요한가를 묻는 설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분석 프레임워크는 사업 착수 전 해당 장소의 거버넌스 조건을 식별하는 데 활용된다. 모든 장소는 다르며, 개입은 그 장소의 특수성에 맞춰 설계되어야 한다(Barca, 2009; Barca et al., 2012)는 장소 기반 접근법의 핵심 철학에 따라, 평가 결과를 종합 순위가 아닌, 각 장소의 고유한 거버넌스 조건이 지시하는 차별화된 개입 경로를 도출하기 위한 유형으로 해석하였다(Table 6 참조).

Governance profiles and intervention pathways by place-based approach criteria

첫째, 기초 구축형(바투 뜨기)은 세 요건 모두에서 기초적 조건이 미비한 유형이다. 2024년 초 설립된 신생 KTH는 개인 소유 농지에서 건식 가공을 수행하며, 커피 가공에 마을 주민 개인이 소유한 장비를 임대하여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이 조직은 마을 커피 농가 대부분을 포괄하지 못하고 23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역의 커피 생산 기반에 비해 대표성이 제한적이었다. 농지가 보호림 외부에 위치하여 KPH의 정책 지원이 비공식적으로만 이루어지며, 과거 농업청의 현장 지도가 후속 조치 없이 종료된 경험은 기본적인 학습기회가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바투 뜨기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약 500 kg/ha)은 세 후보지 중 가장 낮은데, 이는 현장에서 확인된 화학비료 접근성 제약, 재배·수확 기술 및 장비 부족과도 일관된 모습이었다. 이 맥락에서 공동 퇴비 생산과 같이 단기간에 경제적 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공동 활동을 통해 조직적 협업의 경험과 상호 신뢰를 먼저 축적하는 것이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역량 집중형(쁘마탕 느바)은 외부 협력 경험과 조직 구조가 가장 풍부하지만, 그 역량이 리더 그룹에 집중되어 있는 유형이었다. Gapoktan은 21개 KTH 연합체로, 다양한 외부 주체와의 협력 경험, 지원 경험, BPDAS의 로스팅 장비 제공 등 체계적인 외부 프로그램 참여 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성농민그룹(KWT)의 퇴비화 프로그램 주도는 포용적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나, KWT가 주도했던 프로그램이 자금 부족으로 중단된 사실은 외부 지원 종료 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취약점임을 드러내었다. 또한 탈각기 임대 수익의 일부를 Gapoktan으로 배분하는 구조가 존재하지만, 약 2,000명 규모의 구성원에 대한 혜택 분배의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이 지역의 개입은 새로운 지식의 유입보다 기존 역량의 확산과 독립적 수익 구조의 제도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 비대칭형(쁘사와란)은 개인 수준의 혁신 역량과 공동체 수준의 거버넌스 역량 사이에 현저한 비대칭이 존재하는 유형이었다. KTH 리더는 외부 기관의 공식적 지원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가공 기법(습식 및 내추럴)을 자발적으로 연구·적용하여, 프리미엄 원두를 외부에 납품하거나, 허니 로스트 빈같은 시장 수요에 대응하였다. 그러나 이 혁신이 일부 농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전체 소규모 농가 그룹 내에서 지식공유 채널은 확인되지 않았다. 습식 가공에서 발생하는 침수 잔류수를 액비(POC)로 활용하는 사례는 폐수의 자원화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개인적 실천에 그치고 있었다. 이 지역에 필요한 것은, 개인의 지식을 공동체의 공식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공동 이익 창출로 연결하는 협력 체계의 설계이다.

5.2. 세 지역의 공통 발견: 책무성과 학습기제의 필요성

사업 착수 이전 시점 진단에서 세 지역 모두 Marsh et al. (2017)이 전제하는 상호 책무성 구조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후보지의 준비도 부족으로만 해석하기보다, ODA 사업 설계 단계에서 별도로 구축해야 할 공통 거버넌스 과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Sabel and Simon (2011)의 실험주의 거버넌스 모형에서 중앙정부가 포괄적인 프레임워크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지 간의 동료 검토와 학습을 촉진하는 조정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ODA 맥락에서 중앙은 공여국 정부, 수원국의 중앙정부, 수원국 지방정부 등의 다층적 행위자로 다양할 뿐 아니라, 주권 국가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공여국은 수원국 지방정부나 지역 공동체에 대한 어떠한 관할권적 권한도 가지지 않으면서 사업계약과 재원 배분이라는 수단에 의존한다. 이때 다층적 중앙 행위자들은 서로 상이한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으며(예를 들어, 공여국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 수원국 중앙정부의 에너지 믹스 목표, 주정부의 농촌 소득 증대), 누가 프레임워크의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지 간 동료 검토를 촉진할 것인지는 협상 대상으로 남는다.

인도네시아 중앙-지역의 관계는 ODA의 구조적 조건과 결합하여, 양방향적 책무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지방정부 수준에서는 자체수입 비중이 낮고 중앙 이전재원에 대한 의존이 커서, 책무성은 재원 제공자인 중앙정부를 향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한 반면, 관할 지역 주민에 대한 하향적 책무성은 약하다(Lewis, 2023). 또한 마을 수준에서는 상향 책무도 약해지고, 이를 견제해야 하는 마을 의회는 감독 기능을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며, 마을 정부가 자금이나 지출결정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구조가 확인된다(Antlöv et al., 2016). 이는 상호 책무의 선행 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역이 자체 목표에 기반해 결과와 수단을 정당화하고 이를 환류하는 순환 기반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양방향적인 책무 관계의 토대가 미흡한 상황에서 ODA 사업의 세 후보지의 공동체는 외부 지원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장소 기반 거버넌스 기준에서 강조한 중앙과 지역 간의 상호 책무 관계는 관찰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Sabel and Simon (2011)에서 학습과 환류는 수직적 보고 관계와 사업지 간 수평적 동료 검토를 통해 이루어지며, 본 사례에서는 두 기제가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부재의 조건은 서로 다르다. 수직적 통로의 부재가 앞서 살펴본 인도네시아 정부간 재정관계에 기인한다면, 수평적 동료 검토의 부재는 이를 촉진할 조정자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ODA 고유의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조직 내 학습 내재화의 미흡과 결합되어, 학습 기제가 조직 내와 사업지 간 모두에서 작동하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arsh et al. (2017)의 호주 원주민 대상 공공서비스 전달 사례는 두 가지 유형의 실패를 보고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프로그램 간 보고 절차와 요건이 정렬되지 않아 지역의 권한과 상호적 책무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고, 후기 단계에서는 중앙이 사전 결정된 목표와 정교한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나 이것이 현장 실천과 괴리되어 지속적 학습과 책임성을 저해하였다. 이는 상호성이 없는 책무 구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적응적 학습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사례는 초기 단계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호주에서는 정렬되지 않았더라도 중앙-지역 간 공식 관계가 존재했던 반면 여기서는 공식적인 책무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어려운 상황이다.

기후기술 ODA에서도 유사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공여기관이 사전에 설정한 기술 보급량, 탄소 감축량 등의 확정적 성과지표가 현장의 복잡한 거버넌스 현실과 괴리될 경우, 보고를 위한 보고가 학습을 대체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Marsh et al. (2017)이 제시한 요건 중 ‘상호 책무성’ 개념을 ODA 맥락에 적용할 때, 두 가지 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첫째, 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이 주권의 경계를 가로지르므로 관할권에 근거한 책무 부과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프레임워크의 목표 설정이나 학습 촉진의 책임 소재가 사업 설계 단계에서 명시적으로 배정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직적인 책무 구조가 수원국의 정부간관계에 내재되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반면, 사업지 간 동료 검토는 공여기관의 설계 권한 범위 안에서 제도화할 수 있다. 구조적 제약을 우회하면서 적응적 학습의 최소 조건을 확보하는 경로로서 수평적 기제를 먼저 구축하여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상호 책무성 개념을 ODA 맥락에 적용할 때, 단일한 중앙-지역 관계가 아니라 공여국, 수원국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 공동체가 연결되는 다층적인 책무 관계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5.3. 분석틀의 방법론적 기여

장소 기반 거버넌스 진단 방법론의 유용성은 기술·자원 조건 검토만으로는 유사하게 보이는 후보지들 사이의 차이를 사업 착수 전에 드러낸 데 있다. 첫째, 기술·자원의 적합성 검토 결과 동일한 고형 바이오매스 연료 경로가 적합하다고 판단된 바투 뜨기와 쁘마탕 느바에서도 하나는 기초적인 조직 역량 개발이, 다른 하나는 역량의 확산이라는 서로 다른 선행 과제가 존재함을 드러냈다. 기술적 분석만 수행했을 경우 둘 다 고형 바이오매스 연료 기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 둘째, 쁘사와란의 경우 습식 가공 폐수라는 기술적 조건뿐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외부 지식을 받아들인 개인의 혁신을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하는 거버넌스 설계가 사업 성패의 핵심 변수임을 밝혔다. 셋째, 세 후보지 모두에서 공식적 상호 책무성 구조의 부재를 확인함으로써, 개별 후보지 조건을 넘어 사업 후보지가 공통적으로 상호 책무 관계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하였다.

본 연구 분석틀의 차별성은 기존 기후기술 ODA 사업 타당성 분석의 접근방식과 대비할 때 드러난다. Marsh et al. (2017)이 비판한 중앙집권적인 서비스 전달에서는, 중앙에서 결정된 목표와 표준화된 성과측정 체계에 기반해 획일적 해결 관행을 전제하며, 이러한 표준화된 접근은 ODA의 사업지 선정 단계의 기술·자원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그러나 동일 지역 내의 세 후보지에 대한 거버넌스 진단은 서로 다른 기술 경로와 전략의 필요성을 요구하며, 사업지 선정이 표준화된 기준으로 적합지를 가려내는 절차가 아닌 장소별 차별화된 개입을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장소 기반 거버넌스의 세 요소는 성공적인 장소 기반 거버넌스를 위한 상호 연결된 기준 또는 필요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화된 맥락은 학습 주체의 역량 기반을, 내재된 학습은 그 학습이 조직 안에 쌓이는 과정을, 상호 책무성은 한 사업지의 경험이 다른 사업지로 환류되는 경로를 가리킨다. 이 세 조건이 충족될 때 학습이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장소 기반 접근 진단의 초점은 각 사업지에서 무엇이 학습을 가로막는 결정적 제약인가를 식별하여 개입의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데 있다.

5.4. 본 연구의 한계와 후속 과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와 후속 과제를 남긴다. 첫 번째, 본 연구는 현지 전문가를 통한 간접 자료수집 방식을 취하였기 때문에, 연구자가 현장의 비언어적 맥락이나 비공식적 상호작용을 직접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비공식적 권력 관계, 갈등 구조, 학습 메커니즘의 역동성과 같은 거버넌스의 심층적 차원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문헌·인터뷰 자료를 넘어 지역의 역사적 자원, 토착지식, 비공식 네트워크, 다층적 행위자 관계를 함께 분석하여 장소 특수성이 거버넌스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Marsh의 프레임워크는 원래 호주의 공공서비스 전달 맥락에서 개발된 것으로, 개도국 농촌 공동체의 ODA 사업 후보지 진단에 적용할 때 개념의 조작적 정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상호 책무성의 구조적 공백은 단일 국가 내 중앙-지역 관계를 전제한 원래의 개념이 ODA의 다층적 책무 관계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이 프레임워크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여국-수원국 중앙정부-지방정부-지역 공동체라는 다층적 책무 관계와 각 층위 간 피드백 및 환류의 경로를 보다 명확히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Sabel and Simon (2011)Marsh et al. (2017)이 강조한 잠정적 목표 설정의 원칙은 성과지표가 고정된 산출 지표에 머무르지 않고, 다층적 책무 관계와 상호 환류의 요소를 반영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본 연구는 사전 평가 단계의 연구로서, 진단된 거버넌스 조건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지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 향후 실제 사업 실행 후 추적 연구, 다른 지역이나 기술 분야로의 프레임워크 확장 적용, 그리고 거버넌스 역량의 비교 가능한 측정 기준 개발 등이 과제로 남는다. 또한 기술 적용 가능성 중심의 후보지 분석을 넘어, 정책·제도·행위자 관계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사업 설계의 방법론으로 분석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향후 연구방향이 될 수 있다.


6. 결론

본 연구는 Marsh et al. (2017)의 장소 기반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사전 진단 도구로 재해석하여,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의 세 커피 농가 공동체에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동일한 커피 산업 기반을 공유하는 세 후보지가 지역화된 맥락과 내재된 학습에서 차이를 보이는 한편, 상호 책무성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적합한 기술 경로와 사업 전략이 달라져야 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기후기술 ODA 사업에서 기술적 적합성만으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장소의 거버넌스 역량에 대한 사전적 진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학술적 기여는 세 가지이다. 첫째, 기후기술 이전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논의되어 온 ‘지역 맥락의 중요성’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거버넌스 요소를 어떻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진단 도구로서 분석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적용하였다. 둘째, 장소 기반 접근이라는 지역개발 분야의 이론을 기후기술 ODA라는 새로운 정책 영역에 연결함으로써 분절된 학문 분야 간의 대화를 시도하였다. 셋째, 본 연구는 상호 책무성 개념을 ODA 맥락에 적용할 경우, 단일 국가 내 수직적 중앙-지역 관계를 넘어 공여국-수원국 중앙정부-지방정부-지역 공동체가 연결되는 다층적 책무 관계로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현재 확인되지 않은 공동체의 피드백 및 환류 경로는 향후 ODA 사업 설계에서 중요한 제도적 과제가 될 수 있다. 환류의 경로는 공식적 보고나 협의 구조 뿐 아니라 비공식적 논의 구조, 현지의 실행조직, 대학이나 교육기관 등 지식허브 기능을 가진 기관의 매개 역할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

위와 같은 학술적 기여는 기후기술 ODA 사업 설계에 두 가지 실천적 함의를 지닌다. 첫째, 사업지 선정 과정에 거버넌스 진단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본 연구가 보여주듯, 기초적 기술·자원 조건만으로는 세 후보지가 모두 적용 가능하다는 유사한 판단에 머물러, 사업 설계에 필요한 차별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장소 기반 거버넌스 진단을 보완적 기준으로 도입함으로써, “이 기술이 이 장소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 장소가 이 기술을 수용하고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자원 확보가 용이한 지역을 선별하는 준비도 평가와 달리, 각 후보지의 거버넌스 조건에 맞는 차별화된 개입 경로를 도출하기 위한 진단 도구로서의 차별성이 있다. 둘째, 수원국 정부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세 후보지 모두에서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 외부 자금 종료 후 사업 중단 사례, 제도적 인프라의 부족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수원국 정부가 단순한 행정적 협력 파트너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거버넌스 역량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Klepac et al. (2023)은 장소기반 접근에서 정부 역할을 자금제공자, 파트너, 정책환경 조성자로 제시하는데 이는 향후 정부의 개입방식에 대한 유용한 참조점이 될 수 있다. 역할 재정립의 방향과 내용은 현재 실제로 작동중인 ODA 사업과 프로그램, 사회적 임업에 대한 현황 분석을 통해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하면, 동일한 기술적 적합성을 가진 사업 후보지라 하더라도 거버넌스 구조와 역량의 공간적 차이는 사업의 작동방식과 필요한 개입 조건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차이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시함으로써, 기후기술 ODA 사업 설계가 기술적 적합성을 넘어 장소 기반 거버넌스 역량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모색은 향후 기후기술 ODA 전반의 사업 설계 방법론을 보다 정교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인도네시아 폐자원에너지화 및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사회 구축지원 기술사업화(RS-2023-NR119772)」 과제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기후기술 혁신 지원을 위한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체계 연구(2026)」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다. 이 논문에 제시된 견해는 연구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다. 람풍 현지 조사를 수행해 준 한-인니 산림협력센터 김형균 전문가께 깊이 감사드린다.

Notes

1) KTH (Kelompok Tani Hutan)는 인도네시아의 마을 단위 산림농가그룹으로, 사회적 임업 정책에서 산림 관리·이용 활동을 수행하는 기본 실행 단위이다.
2) Gapoktan (Gabungan Kelompok Tani)은 여러 농가그룹을 묶은 농가그룹연합체로, 정부 지원, 기술지도, 농업 생산 활동을 매개하는 상위 조직 단위이다. 본 연구의 쁘마탕 느바 사례는 21개 KTH가 결합한 Gapoktan 형태이다.
3) KPH (Kesatuan Pengelolaan Hutan)는 일정한 산림구역과 이를 관리하는 현장조직을 결합한 산림경영단위이다. 일반적으로 주정부 및 중앙정부로부터 인력, 예산 등의 지원을 받는다(Tajuddin et al., 2019).
4) 엘리트 포획이란 지역 엘리트가 공동체 수준의 기획과 거버넌스를 지배하고 부패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Dasgupta and Beard, 2007).
5) BPDAS (Balai Pengelolaan Daerah Aliran Sungai)는 인도네시아 산림부 산하 유역관리·산림복원을 담당하는 지역 단위의 기술집행기관(UPT)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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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Analytical framework for place-based governance diagnosis

Table 1.

Reconceptualisation of place-based practice criteria as ex-ante governance diagnosis standards

Factor Original principle (Marsh et al., 2017) Ex-ante diagnostic criteria Sub-dimensions
Note: Ex-ante diagnostic criteria and sub-dimensions are operationalisations developed in this study.
Localised context Responding to local needs and community circumstances to foster agency and capacity development Identifying place-specific characteristics that require differentiated intervention design Institutional position; Organisational foundation and internal governance; External networks; Physical and resource environment; Waste characteristics
Embedded learning Core value of the system and dynamic core of management structure Assessing whether organisational foundations exist to internalise learning within the system External knowledge inflow; Autonomous learning; Learning internalisation; Learning sustainability and feedback
Reciprocal accountability Local actors set goals and justify outcomes within a centrally defined framework; adaptive learning is acquired through sharing performance across sites Assessing whether governance structures exist to support bidirectional accountability relationships Bidirectionality of goal-setting and performance justification; Inter-site performance sharing

Table 2.

Basic technical and resource conditions for preliminary coffee waste-to-energy assessment

Dimension Variable Batu Tegi Pematang Neba Pesawaran
* Yields as reported in the May 2025 field survey.
** Husk coefficient (22 kg dry husk per 100 kg fresh cherry) was reported at Pematang Neba as a calculation basis and applied to Batu Tegi, which shares the same variety and dry-processing route. Pesawaran figures (30 kg solid waste per 100 kg cherry; 40 L leachate per ha per month) are site-specific figures reported in the survey.
Physical and resource environment Coffee yield*
(kg/ha/yr)
~500 800-1,300 ~1,000
Variety Robusta Robusta Robusta
Processing method Dry/semi-dry Dry/wet combined Semi-washed/fully washed/natural
Coffee farming households (N) 680 2,200 22
Energy infrastructure PLN; past solar/micro-hydro experience PLN; frequent outages; micro-hydro/solar experience PLN; turbines only outside the KPH management area (inadequate river flow inside)
Waste characteristics Coffee by-product type/volume** Husks; ~22 kg dry husk per 100 kg fresh cherry Husks; 22 kg dry husk per 100 kg fresh cherry Pulp, mucilage mixed waste; 30 kg per 100 kg cherry, Leachate; 40 L/ha/month
Current waste management Composting
(simple application)
Composting attempted, mostly discarded Some liquid organic compost (POC) use, mostly discarded

Table 3.

Comparison of three coffee farming communities in Lampung, Indonesia: Localised context

Dimension Variable Batu Tegi Pematang Neba Pesawaran
Institutional position Forest zone status Outside state forest
(private farmland)
Inside state forest Inside state forest
Policy accessibility Outside formal KPH programme jurisdiction; informal KPH officer support exists KPH·BPDAS support; agroforestry programmes Inside protection forest but no formal external support for coffee production
Organisational foundation and internal governance Organisation (members) KTH Rangkas Bersinar
(established 2024, 23 members / 680 households)
Gapoktan Wirakarya Sejahtera
(21 KTH federation,
~2,000 members)
KTH Agroforestry Lestari
(5 registered members /
22 participating households)
Decision-making structure KTH leader, KPH KTH leader, Gapoktan, KPH KTH leader, KPH
Resource allocation Smallholder coffee farming; private huller rental
(no collective allocation)
Smallholder coffee farming /
15% of huller rental revenue allocated to Gapoktan
(formal allocation)
Smallholder coffee farming / private huller rental
(no collective allocation)
Inclusive participation Not confirmed Women farmer group (KWT) participation record Not confirmed
External networks Presence of relationships None Government: KPH, BRIN, BPDAS; International: USAID, GIZ; Private: Pertamina, Gojek, Telkomsel; NGO: KEHATI et al. Limited
(cacao-related: Delfi)

Table 4.

Comparison of three coffee farming communities in Lampung, Indonesia: Embedded learning

Dimension Variable Batu Tegi Pematang Neba Pesawaran
External knowledge inflow External programme / support history Past agricultural agency field guidance (terminated without follow-up); current KPH officer planning compost training Multiple programmes: community development, carbon storage management, high-canopy planting, coffee equipment/material support (seedlings, roaster, grinder); Agencies: Pertamina, USAID, KEHATI, Gojek, Telkomsel No formal support for coffee sector; Delfi support for cacao cultivation
Autonomous learning Self-initiated technical study Harvest/processing community operation Harvest/processing community operation; huller rental operation Long coffee cultivation experience; self-initiated research on semi-washed, fully washed, honey processing via internet; premium coffee roasting; huller rental
Market innovation Not identified Not identified Market demand response; high-value product development
(premium coffee, honey roast bean)
Learning internalisation Formal knowledge-sharing channels Absent Unclear; no formal organisational sharing structure confirmed Absent; no organisational sharing structure
Individual vs organisational capacity Unconfirmed Leadership group project management capacity exists; diffusion to broader membership unconfirmed Leader-level capacity exists; community-level conversion unconfirmed
Learning sustainability and feedback Post-support continuation No relevant experience KWT-led sustainable food programme suspended due to funding shortage; coffee-husk composting remains basic No external input to assess
Adaptive modification from experience Unconfirmed Diverse programme experience accumulated; feedback to operational procedures unconfirmed Processing method experimentation and modification confirmed (individual level)

Table 5.

Comparison of three coffee farming communities in Lampung, Indonesia: Reciprocal accountability

Dimension Variable Batu Tegi Pematang Neba Pesawaran
Bidirectionality of goal-setting and performance justification Goal-setting / performance reporting relationship with higher authorities Outside protection forest (private land); structurally excluded from KPH policy jurisdiction; no formal goal-setting or reporting relationship Close relationship with KPH, BPDAS and local government; however, community does not autonomously set goals or justify outcomes to these agencies Inside protection forest, but no confirmed formal reporting relationship with higher authorities for coffee production
Accountability character of external relationships No external relationships Multiple partners exist, but unidirectional support-beneficiary structure; no mutual goal-setting or performance justification observed Delfi transaction relationship limited to specific product; not a community-level partnership
Inter-site performance sharing Performance sharing with neighbouring communities or similar sites Absent Possible among 21 KTH sub-groups, but no systematic mechanism confirmed Absent

Table 6.

Governance profiles and intervention pathways by place-based approach criteria

Site Batu Tegi Pematang Neba Pesawaran
Organisation KTH Rangkas Bersinar Gapoktan Wirakarya Sejahtera KTH Agroforestry Lestari
Profile type Foundation-building Concentrated capacity Asymmetric innovation
Localised context nascent organisation, policy exclusion, no external network large-scale federation, policy beneficiary, rich external network inside protection forest but no substantive support, small-scale organisation
Embedded learning limited external input; internalisation not yet established abundant input, weak internalisation and sustainability high autonomous innovation, organisational internalisation not confirmed
Reciprocal accountability no formal mechanism identified multiple partners but unidirectional no formal mechanism identified
Status and key features • Established in 2024 (nascent)
• No formal governance or management capacity
• No collective project experience
• Rich collaboration experience with multiple external agencies
• Stable federation structure (Gapoktan)
• Leadership group project management capacity
• Individual self-initiated technology adoption/application
• High dependence on individual innovator capacity
• Potential for high-value product development
Core challenges • Building foundational organisational capacity
• Establishing basic operational protocols
• Accumulating collaborative experience through joint activities
• Diffusing and institutionalising concentrated capacity
• Spreading leader knowledge to all members
• Sustainable learning/business model after external support ends
• Converting individual innovation into community asset
• Formalising and sharing informal knowledge
• Building cooperative framework for collective benefit creation
• Scaling market relationships (e.g. Delfi) to community-level partnerships
ODA support strategy • Prioritise organisational capacity development
• Support simple joint activities (e.g. collective composting) to build collaborative experience and trust
• Train leader group as educators and establish sustainable model • Facilitate conversion of individual knowledge into community assets
• Support collective equipment purchase, co-branding, and benefit-sharing mechanism design